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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김삿갓.

작성자아우라|작성시간26.06.09|조회수224 목록 댓글 10

매일 장거리 운전을 한다.

무료함을 때우려고 노래를 배우기로 했다.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을 익히고 유튜브를 돌리던 중 '방랑시인 김삿갓' 이 눈에 띄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다.

오래전에 TV에서 중절모에 지팡이를 짚고 노래

부르던 명국환 님이 떠올랐다.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흰구름 뜬 고개 넘어 가는 객이 누구냐

열두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 한 잔에 詩 한 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세상이 싫던가요 벼슬도 버리고

기다리는 사람 없는 이 거리 저 마을로

손을 젓는 집집마다 소문을 놓고

푸대접에 껄껄대며 떠나가는 김삿갓

 

방랑에 지치었나 사랑에 지치었나

괴나리 봇짐지고 가는 곳이 어데냐

팔도강산 타향살이 몇몇해던가

석양 지는 산마루에 잠을 자는 김삿갓 

 

여고 때 국어선생님이 칠판에 金益淳, 金炳淵

이름을 쓰시고는 '왜 방랑시인이 되었는가'의

내막을 알려줬다.

비분강개하듯 열변을 토하시던 모습이 되살아나 빙긋이 웃음이 나온다.

그 선생님도 돌아가셨을테지.

 

방랑도 옛날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그 시절에

끼니를 얻어 먹고 넉살좋게 詩 한 수 남기고

문간방을 내주고도 떠날 때는 안쓰런 마음에

돈 몇 푼 손에 쥐여주는 人情이 있었다.

'살찐다.'고 다이어트 하는 요즘은

남의집 앞에서 "주인장, 계시오?" 했다가는

무단침입으로 고발당할 것이며

乞食을 구하는 사람도 없다.

무료급식소에 가면 끼니를 때울 수 있고 노숙자

쉼터에서 휴식할 수도 있다.

허나 김삿갓이라면 분명 탈출할 것이다.

바람 맞고 이슬에 젖어도 自然人으로 돌아가

정처없이 떠돌아다닐 것이다.

과학문명이 발달하고 스페이스 x 로 우주여행을 

가는 시대라도 사람팔자는 마음대로 안된다.

지 팔자만큼 살다 죽는다.

일찍 저세상 가기도 하고 늦게 갈 뿐이다.

역마살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농도 차이일뿐.

김삿갓은 팔자대로 방랑을 하며 詩를 읊고 

해학을 즐기고 튀는 재치로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비 오면 남의집 처마에서 비를 피하고

석양지는 산마루에서 잠을 자고

"백 번 죽여도 아깝지 않은 비겁자"라고 祖父

욕한 죄를 속죄하며 산천초목을 헤매다 죽었다.

 

살다보니 '나 역시도 역마살이 박혔구나.'하는

느낌이 든다.

김삿갓은 죽장에 삿갓 쓰고 정처없이 떠돌고

나는 문명의  利器인 '자동차를 탄다.'는 차이.

몇 십년 운전하고 있지만 매일 장거리 운전은

7년째다.

수 십만 키로를 달리니 이것도 역마살이 아닌가?

사계절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산천초목에 감탄하며 자연의 경이를 느끼고 

詩대신 노래를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괜찮은 인간, 쓰레기 인간도 봐 왔으니 인생 공부 한 것이나 다름없다.

느닷없이 앞지르는 인간에게 쌍욕도 퍼붓고

불법주차를 보면 "싸가지 없다."고 욕하고

1차선에서 "세월아, 네월아." 달리는 차를 보고

"집에서 잠이나 자라."고 씨부렁거렸다.

말랑말랑하던 감성은 녹슨 쇠가 되버리고 독 

짓는 늙은이가 됐다.

남들처럼 수영 다니고 골프치며 우아하게 살아도

되련만 천성이 일을 안하면 뼈가 쑤시니 이것도

팔자다.

 

오늘 느낀 것은 고달픈 삶에 부대끼며 살아도 

김삿갓처럼 '껄껄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돈에만 눈이 멀어 빨리빨리로 살아 온 삶에

'여유와 윤활유를 좀 넣어야겠다.'는 뒤늦은 각성이다.

 누군가 급 앞지르기 해도

"아이구, 어머니가 위독한 모양이네."

불법주차로 움직이지 못해도 "뭔가 다급한 일이

있나보다."고 너그럽게 봐 주자.

어차피 이 나이까지 살았으니 급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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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등애거사 | 작성시간 26.06.11 방랑시인을 꿈꾸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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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우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1 잘 어울립니다. ㅋ~
  • 작성자청록.. | 작성시간 26.06.12 버리고 정리하고 줄이는 古書중에 '김삿갓 방랑기'(초판)와 '샘터' 초판본,,임어당의 '生活人의 哲學',
    펄벅의 '大地는 살아있다' etc,,, 남아 있는데,,, 이 중 김삿갓의 노래는 내 젊은시절 노래방의 지정곡이었습니다.
    잊혀지는 가사 따라 이 밤중에 웅얼거려 봅니다.ㅎㅎ
    지금은 '천둥산 박달재'로 바뀌었지만~ ㅎ

    아우라님의 운전도 상당한 경지이신것 같네요,,
    좁은 섬 안에서 왓다리 갓다리 하시면서도 수 십만 키로면 대단 하십니다.
    나야 35년 동안 괜시리 전국을 싸 돌아 뎅김서 차 넉 대에~ 지금 소나 타는 차랑 (스틱 31만키로 포함) 합이
    80만이나 될까~~.ㅎ

    이젠 운전도 지겹지만, 어떡헙니까,, 지난 해 양 무릅 수술하고 아직도 걷기가 불편하니 뻑하믄 차 끌고 나가다가
    동네 어린이 보호구역이 3군데라~~ 금년만 해도 과속 딱지가 벌써 6건이네요..지금 미납 2건 포함,,,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데,,,버르장머리 잘못 들인거 챙피 무릅쓰고 이실직고 합니다.ㅎㅎ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아우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2 '방랑시인 김삿갓' 완전히 배웠습니다.
    3절까지 있더군요.
    모임에 가서 멋들어지게 불러 볼랍니다.

    '88년도에 면허증 따고 몇 십년 운전했지요.
    중 2때 적성검사를 했는데
    속기사와 운전이었습니다.
    속기사는 못 되고 운전기사가 됐네요. ㅋ~

    저도 나라에 세금 많이 바쳤어요.
    요즘은 단속카메라가 있지만
    옛날에는 오토바이 탄 경찰들이 딱지 끊는
    시절도 있었지요.
    시간에 쫓겨 과속도 많이 했지만
    나이 들어서인지 느긋하게 노래 흥얼거리며
    운전합니다.

    술 한 잔에 詩 한 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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