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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안데르센 동화 다시 읽기 - 부싯깃 통

작성자거울|작성시간07.01.22|조회수730 목록 댓글 16

1. 간추린 줄거리

 

부싯깃 통은 부싯돌이 담긴 통으로, 마녀 할머니가 갖고자 했던 것이다. 마녀는 자신이 갖고자 했던 부싯깃 통을 얻기 위해, 지나던 병사에게 청을 한다. 하지만 그만큼의 혜택도 그에게 약속한다. 그 약속이란, 빈 커다란 나무 밑으로 내려가, 복도를 따라가서 세 개의 방마다 동,은, 금으로 된 동전이 가득하다는 것인데, 마녀가 주는 파란 무늬 앞치마를 펼치고 무시무시해 개를 달래기만 하면 원하는 만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녀 할머니의 청대로, 돈이 탐난 병사는 밧줄에 몸을 묶어 속 빈 나무 안으로 들어간다. 과연 그 안에는 마녀의 말처럼 방이 세 개가 나왔고, 무시무시한 개들도 나왔고, 금은동으로 된 동전도 있었다. 가능한 만큼의 동전을 챙겨들고 나온 그는, 마녀 할머니에게 부싯깃 통의 용도를 묻는다. 마녀 할머니가 대답을 회피하자, 단칼에 마녀의 목을 베고 만다.

 

부자가 된 병사는 사람들에게 베푸면서 살아가며 많은 친구를 얻게 되지만, 아무 일도 안하고 살았기 때문에 다시 가난해졌다. 밤에는 아예 어둠 속에 지내야할 정도로 가진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게 되었다. 그를 따랐던 친구들도 등을 돌리고, 어둠 속에서 외롭게 지내던 병사는 문득 부싯깃 돌로 잠시나마 어둠을 밝힐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부싯깃 돌을 탁 치자, 첫번째 방에 있던 개가 나타났다. 

 

"뭐든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개가 말했다.

 

그는 금화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부싯깃 통을 두 번치면, 두 번째 방의 개가, 세 번 치면 세 번째 방의 개가 나왔다.  그는 이제 자유자재로 특별한 재주를 지닌 개들을 다스리게 되었다. 그런데 그 즈음 병사는 이상한 소문을 듣는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지만, 탑 속에 갇혀 지내는 공주가 있다는데, 그 이유는 공주의 아버지인 왕이 공주에게 내린 계시가 께름직해서이다. 계시에 따르면 공주는 병사와 결혼한다는 것이다.

 

돈도 있고,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좋아진 병사는 그 소문대로 공주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도 공주의 얼굴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높은 탑에서 홀로 지내는 공주를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병사에게는 소원을 들어주는 개가 있다. 개에게 말하자, 공주를 잠시 데려왔다.  공주는 그것이 꿈인줄만 알고 왕과 왕비에게 간밤의 일을 털어놓는다. 

 

공주의 꿈이야기로 경각심에 사로잡힌 왕궁은 샅샅이  그 병사가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된다. 매일 밤 개를 통해 공주와 만나는 병사는 이제 공주를 만나지 않고는 배겨낼 수가 없다. 개는 몇가지 속임수로 병사의 집을 알아내지 못하게 했지만, 현명한 왕비는 공주의 목에 메밀이 든 작은 천목걸이를 만들고, 땅에 떨어진 메밀을 따라와 결국 병사의 집을 알아낸다.

 

존재가 발각된 병사는 끌려가고 철창에 갇힌다. 부싯돌을 두고 와 빠져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를 구경하러 나선 많은 이들 중, 신발을 고치는 한 소년이 병사의 찰상 앞에서 넘어진다. 그 기회를 이용해 병사는 4실링을 약속하고 자신의 방에서 부싯깃 통을 가져다 달라고 요구한다. 소년은 돈이 필요했던지 부싯깃 통을 가져다 준다.

 

병사는 이제 죽을 목숨이다. 예언을 물리칠 수 있게된 왕과 왕비는 처형식을 광장에서 행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 병사는 꾀를 내어 왕에게 간청한다. "이제 곧 죽을 목숨, 마지막으로 담배라도 한 대 피우게 해주십시오." 그러면서 부싯깃 통을 꺼내 탁 하고 치자, 개가 나타났다. 병사는 자신을 구해달라고 개에게 말한다.  개는 왕과 왕비를 비롯해 대신들을 물어뜯는다. 겁에 질린 시민들을 병사를 왕으로 추대하고 온 도시는 결혼식 준비로 바쁘다.

 

예언대로 병사는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을 한다. 물론 마법의 개 세 마리도 그들의 연회장에 참석한다.

 

2. 해석에 앞서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요즈음 잔혹동화 때문에 인터넷이 떠들석하다. 그런 와중에서도 나는 안데르센의 동화 다시 읽기를 시작했다.  가능한대로 매일 한 편씩 읽고 그의 동화를 분석하고자 함이 내 목적이다.  어떤 수습기자(동국대 2학년 학생)의 글을 읽고 든 생각이다. 그 기자가 염려하는 것은 요즈음 아이들이 동화를 패러디해서 더욱 잔인하게 만들고, 그것을 즐긴다는 것이 그들을 극단주의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기자의 말처럼 동화는 동심을 다뤄야한다. 그런데 동심이란 것이 기자의 말처럼 예쁘고 밝지만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어린 시절의 감정을 잘 돌이켜보면, 분리불안, 어둠 공포, 친모를 계모라고 간주하고픈 마음, 등등의 어두움이 다스려지지 않은 채 현실 세계에서도 불쑥 불쑥 나타난다. 현실의 아이는 이런 공포심에서 회피하고자 상상에 빠진다.  그런 것을 극복할 힘을 주는 것이 동화이고, 그렇기 때문에 은유적으로 혹은 상징적으로 아이들이 갖고 있는 그림자(불안)이 동화의 소재거리가 된다. 

 

물론 기자의 걱정대로 아이들 스스로 동화의 원전을 더욱 잔인하게 만드는 현상은 옳지 않다. 그렇게 되어가는 환경 속에는 매스미디어의 단순성, 일방향성, 극단주의를 탓해야 한다. 결론을 정해놓고 이것 아니면 저것은 틀리다 식의 이분주의, 순위 우선주의, 대중적인 것만이 통용될 수 있는 단순주의 등이 팽배한 어른들 세계의 노출을 쉽게 접하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불안을 해결할 방법을 인터넷을 매개로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아쉽다.

 

마음껏 뛰어놀고, 몸으로서 자연 속에서 체험하며 삶의 이치를 깨달아야 함이 정상인데, 가상의 세계 속에서 어른들 세계에서 횡횅되는 그릇된 방식으로 그들이 갖고 있는 당연한 불안을 덜어내려고 한다. 그것도 가학적이거나 피학적으로 말이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직접적으로 자신의 공포심을 손쉽게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단순한 해결뒤에는 반드시 여전히 얽혀있는 그림자가 있다는 점이고, 그런 마음 속의 그림자는 점점 짙고 어두워지며 언젠가는 그들을 집어삼키게 된다. 

 

이것은 내 의견이 아니라 융과 분석심리학자들의 의견이다.  억압의 한 방편으로서, 그들이 택한 가학/피학적 잔혹 동화 각색 행위가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 스스로 떠안고 해결해야 할 성장발달상의 심리적 제문제들을 왜곡시키고 억압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은 자신들 내부에서 도사리고 있는 그림자의 공격을 받게 되어 망가지게 된다. 망가진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SF 영화에서 탐욕에 절은 인간형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아름다운 동화, 예쁜 동화쓰기도 그만되어야 한다. 아이들도 웃고 마는, 아이들 내부의 근본적 불안을 도외시하고 있는 소재와 이야기는 재미도 없을 뿐더러 아이들이 안고있는 제문제를 건드려주지도 못한다. 그런 동화의 근본 창작 목적은 그런 동화를 통해 아이들을 길들이고 싶은 지배층의 욕심과 이데올로기 전파이다.  그것도 위험하다.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는 줘야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은유적으로 이해하되, 그들 스스로가 은유를 해석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워한다. 그것이 성장의 과정이고, 그 역할을 동화가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3. 이 동화의 해석

 

(1) 부싯깃 통의 주인공 병사는 약속을 이행했는가?

 

    여기 나온 마녀 할머니는 병사와의 약속을 지켰다.  흔히들 마녀로 등장하는 인물에 결부된 악한 속성이 이 이야기 속에서는 등장하기 전에 인물 제거를 통해 기회 조차 사라져 버렸다. 할머니로부터 기회를 포착한 병사는 부자가 되고 아릿따운 공주도 얻고 왕까지 되었지만, 그는 결국은 약속을 어긴 자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마녀 할머니와 거래를 할 정도로 무분별하기까지 하다.(할머니에 대한 동정심으로 이해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2) 반복되는 탑에 갇힌 공주의 이미지

    역시 공주는 아름다운 용모인데, 전해진 예언대로 신분과 맞지 않은 남자와 결혼할 것을 우려한 왕이 공주를 가둬둔다. 자신만이 공주를 보는 유일한 남자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들의 아버지의 모습에 다름아니다. 결혼에 있어서 남편 고르기의 주권을 행사하고 싶은 아버지들의 욕망의 투사이다.  또한 구질서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새질서(신랑)의 도전의 기회가 될 빌미 조차 제공하지 않고자 하는 철두철미한 준비이자, 그만큼 불안하고, 겁쟁이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주는 자기 의사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공주의 캐릭터는 중요하지 않다.  전통적으로 작법의 문제에 있어서 여성에게 목소리를 부여하지 않은 점이 개인적으로는 무척 싫지만, 안데르센이 살던 시대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겨하지 못함을 안데르센을 통해서도 본다. 

 

(3) 부싯돌과 밤에 이루어지는 파티

    상징적이지만, 부싯돌은 두 개의 것이 닿으면서 불을 일이킨다. 스파크라고 하자. 즉, 이것이 갖고 있는 의미는 성적인 행위 그자체이다. 밤마다 병사는 자신의 집으로 공주를 데려와 그들만의 은밀한 행위를 한다는 뜻이다. 갇혀 지내던 공주가 비로서 눈을 뜨는 상징이기도 하다.

 

(4) 세 마리의 개

    전통적으로 3은 신의 숫자이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민담과 이야기 속에서 삼 세판이란 말을 접하게 된다. 세익스피어의 희곡 속에서도 세 공주가 등장하고, 선녀와 나뭇꾼에서도 세 아이를 데리고 선녀가 다시 승천한다. 셋은 마법의 숫자이다. 마법은 인간이 부릴 수 없는 능력으로, 선한 존재이든 악한 존재이든 인간 외의 존재가 갖는 신비한 능력이다. 방이 세 개 나오고 세 마리의 개가 나온다는 것은 안데르센 역시 이 문제(마법과 관련된)에서 전래적인 방법을 답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하기 싫어서 동화 읽다 급히 써서 조악합니다. 나중에 수정하죠 뭐.)

 

앞으로 안데르센 동화를 가능하면 이틀에 한 편씩 읽고 나름대로 해석해 보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총 156편이니까, 올해에는 다 읽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이틀에 한 편씩은 그저 계획일 뿐입니다만, 혼자 끄적거리다 보면 제대로 하기 어렵더군요. 그래서 대강 썼지만, 함께 공유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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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거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01.25 다음 번에는 장다리와 꺼꾸리 클라우스 이야기를 함께 해보죠. 참, 이야기밥님께서 질문하신 2에 대한 답변은 돌멩이님께서 잘 해주신 것 같아요. 하지만, 1.의 마녀의 존재에 대해서는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할 지 감을 못 잡겠네요. 4. 저 세 마리의 개에 대해서는 지옥 입구를 지킨다는 머리 셋 달린 개, 세르부스(맞나?)를 연상하게 되네요. 즉, 병사가 내려간 곳은 하데스(지옥)이 아니였을까 해요. 결국 개를 물리치면서 지헤와 용기를 얻어 새롭게 부활(incarnation)한 것이겠지요. 거듭난 삶으로 구태한 자신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못된 인격(그림자)를 통합한 인물로 새로와진 것이라고 하면 억지 해석일까요? (이 부분은 과한 해석같
  • 작성자거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01.25 공주가 어떤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요한님 말씀대로, 당시 안데르센이 살던 봉건사회에서 여자가 무슨 입이 있었겠어요. 소유물의 이전과정에서 대상일 뿐이지, 주체이지는 못했겠지요. 요즈음 결혼문제도 남자한테는 선택권과 거부권이 둘 다 주어진 반면, 여성한테는 거부권만 행사할 권한이 있잖아요. 그러니, 당시에는 후자 조차 못 가진 것이 현실이었을턴데, 비교적 당시 상황을 거르지 않고 보여준 안데르센의 이 작품에서, 문학적 왜곡없이 그 부분이 드러난 것 같아요.
  • 작성자거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01.25 탑(전통, 보수, 기득권, 권위자)에 갇힌 공주(전자의 물화된 이미지)야 말로 말을 하면 안되지요. 그런데 이상한건요, 그 공주 이름이 뭐였죠? 탑에서 머리카락 늘어뜨렸던......) 하여간 그 공주는 자기 의지가 있던데, 게다가 더 봉건적인 사회 속에서도 구전되어 왔으면서도, 우리의 선녀도 자기의사가 분명하던데, 여기 공주는 어째 저런답니까? 그건 아무래도 안데르센이 갇고 있던 여성 컴플렉스 아닐까요?
  • 작성자거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01.25 늘 닿을 수 없는 여자만 좋아했던 안데르센이 여성을 향해 일단의 복수심을 드러냈다고도 보고 싶네요. 게다가 안선생이 마지막으로 좋아했던 여자는 당시 덴마크 최고의 여자 소프라노였다면서요. 그러니..... 연이은 연애 실패의 후유증으로 마음 속 깊이 맺힌 한 같은 것이ㅣ 있었겠죠. 그래서 여기서는 '넌 내 의지대로 되는거야'하고 무의지의 대상으로 벽감에 갇아둔 것은 아닐까요? 쩝, 이 부분 엄청 싫으네요. 존재를 사랑한 게 아니라, 자신이 그린 여신의 현현된 이미지의 표상으로만 여자를 표현하고 있잖아요. 결국 자신의 나르시즘 구현이죠.
  • 작성자거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01.25 아무쪼록 '장다리와 꺼꾸리 클라우스'이야기도 해야하는데, 벌써부터 밀리네요. 이틀이 한 이야기, 크 넘 욕심이 앞섰나봐요. 게다가 영화 <엔젤 하트>도 이야기해야하는데.... 메스 들고 손 벌벌 떠는 새내기 인턴처럼 그저 멍하니 서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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