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5회(2월 25일) 읽기 모임을 하고- 천택리, 중화리괘

작성자이야기밥|작성시간19.02.25|조회수198 목록 댓글 5


오늘도 4 사람이 모여 주역 점을 쳤다.

 오늘 몸의 에너지를 물은 점에서는 산풍 고괘가 나왔고,

 가족의 화목을 물은 질문에서는 중화 리괘가 나왔고,

 결혼의 문제를 물은 질문에는 천택 리괘가 나왔고

 학년이 올라는 중학생 아이를 보살피는 문제에서는 지화 명이괘가 나왔다.

 

2

 이 괘 가운데서 우선 천택 리괘의 핵심은

유함이 강함에 깔려 있다고 말한다. '강함에 의해서 유함이 밟히고 깔린다'고 말한 것은 '자신을 낮추고 순종하여 기쁘게 호응하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259쪽)

 예는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기쁘게 순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호랑이 꼬리를 밟아도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하다'는 것이다.


  신화학을 읽을 때도 '예절바른 소나타' 장이 나온다. 예라고 하는 관습은 옛날 사회에서는 모두가 지켜야 하는 일종의 법과 같은 것이다. 이 예의 본본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순수하게 예를 지키지 않으면 늘 화를 면하지 않을 수가 없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군주의 자리에 가까이 갈수록 예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군주 바로 밑자리인 구사효에서는 "호랑이 꼬리를 밟으니, 두려워하고 근심하면 결국에는 길하다"라고 하였다.

 군주의 자리인 구오효에 대한 효사에서도 " 강경하고 과감하게 이행하니, 올바르더라도 위태롭다"라고 하였다.

 이는 정이천 선생의 해석에 따르면 " 만약 자신의 강명함만을 믿고서 과감하게 행동하면서 주위를 돌아보지 않으면, 비록 올바름을 얻더라도 위태로운 방도이니, 자신의 도를 굳게 지킬 수가 있겠는가? 강명한 재능이 있더라도 오직 자신만을 믿는다면 오히려 위태로운 방도인데 하물려 강명한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야 어떻겠는가!"(269쪽) 라고 하였다.

 

 결혼의 문제를 물었을 때 천택리괘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무언가 신중한 태도가 분명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오직 나의 강한 힘만을 믿는다면 오히려 위태로울 수가 있다. 강한 자 밑으로 기꺼이 내가 나를 기쁘게 낮추어서, 즐겁게 강한자와 호응하는 사람은 어찌보면 매우 강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위태롭지 않을 것이다. 

 결혼이라고 하는 제도는 아마도 예의 신중함과 지극함이 작동하는 가장 강한 의례의 행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꺼이 즐겁게 서로의 밑으로 들어가 호응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 결혼은 아마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건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3

 가족의 화목을 물은 중화리괘의 핵심은 "붙어 있음"이다. 이 붙어 있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가운데 음을 두고, 위 아래 양이 둘러싸고 있다. 이게 불을 뜻하는 리괘이다. 불은 가운데는 비어있고, 겉은 양하게 타오른다.

양한 두 존재들이 가운데 강한 여성적인 음에 붙어 있는 것이다. 불괘는 음에 붙어서 두 양이 폭발하지 않고 밝게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가운데 음이 중심을 잡고 위 아래 양을 끌어들이지 않는다면 흩어져서 밝음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엄마이면서 아내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가족의 화목을 물었을 때 나온 이 불괘의 모습은 더욱 상징하는 의미가 강하게 다가온다.


 예나 지금이나 엄마라고 하는 존재는 아마도 위 아래로 양한 기운을 가진 남편과 아이들로 둘러싸여 있을 것이다. 이 두 존재들은 끊임없이 아내에게, 엄마에게 의존해서, 붙어 있으면서 많은 것을 요구한다. 불괘는 부드러운 여성의 괘이다. 엄마의 괘라고도 할 수 있다. 밖으로만 도는 두 양들이 가운데 음에 기대어서 붙어서 타오르는데, 이런 가운데 부드러운 엄마의 기운 때문에 붙어서 밝을 수가 있는 것이다. 가운데 엄마가 제대로 버텨주면 가족의 전체 에너지는 불처럼 밝고 제대로 타오를 것이다. 가운데 음인 여성의 내공이 약하면 어찌되었든 두 양들은 끈 떨어진 신세가 되어 허공을 날다가 소멸해 버릴 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여성이라고 하는 존재에게 불괘의 이미지는 매우 힘든 상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거꾸로 엄마를 둘러싸고 있는 두 양들이 가운데로 붙어 있으면서 자신을 성찰 할 수 있다면 엄마의 자리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시대가 아주 많이 변해서 가운데 엄마도, 자기 욕망의 주체로 살고 싶어한다. 가운데 음인 엄마가 좀더 적극적으로 양한 기운으로 변하려 든다면, 불괘는 아주 강한 하늘괘로 변신해 버린다.

엄마도 세고, 아이들도 세고, 남편도 센 모습으로 변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런 가정의 모습도 좋은데, 아마도 이렇게 다들 강한 자리에 선다면, 그 집안은 대신 섬세한 배려의 마음은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강한 기운으로 꽉 차 있을 때는 부드러운 기운이 부족하여 결국은 부딪히면서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불괘에서 엄마가 강한 삶을 지향한다면, 위 아래 양이었던 아이들과 남편이 오히려 부드러운 엄마의 역할을 대신 해 준다면 좋을 것이다.

 불괘에서 가운데  양으로 변하고, 오히려 맨 초효가 음으로 변한다면 그 가정은 겸손한 손괘로 변할 것이다. 이것도 모양이 좋다.

아니면 불괘에서 가운데 엄마가 양으로 변하고, 위의 아이가 음으로 변한다고 한다면, 즐거운 택괘가 될 것이다. 이것도 좋다.

 하나의 괘는 언제든 변신을 하고 변화를 모색하면서 실제 요동치듯 변한다. 이게 삶이다. 고정된  순간은 없다. 이게 주역이다.

그러니 중화리괘가 나왔다고 해서, 이 괘가 그냥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4

 오늘도 뒷풀이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점을 치는데, 예를 들어서 산풍 고괘가 나왔다. 그러나 주역은 계속 변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점을 칠  때 잠시 나온 것이고, 그 점을 친 다음에 실제 내 운명의 삶은 계속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그러면 이 점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것도 멋진 질문이고, 실제로 타당한 질문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보통 동양 사상을 공부할 때, 상(象)의 의미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주 변화의 원리>(한동석)란 책에서 옮겨본다.

 "최초의 우주는 적막무짐(寂寞無朕)하여서 아무런 물체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연기(煙氣)같기도 하여서 무엇이 있는 듯하기도 하고 없는 듯 하기도 한 진공(眞空) 아닌 허공(虛空)이었던 것이다. 이 상태가 바로 '불'이라고 생각하면 '불' 같기도 하고 '물'이라고 하면 '물' 같기도 한 상태였던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상(象)이라고 하는 바 그 상이라는 개념은 형(形)의 반대인즉 유의 반대인 무와 상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이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형상계에 있어서의 '무'와 '유'의 개념은 절대 '유'와 절대 '무'라는 개념이 아니다. 왜 그런가 하면 우주 안에는 절대적인 '무'라든가 절대적인 '유'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유형은 언젠가는 무형으로 소멸될 운명에 놓여 있는 것이요, 무형의 상도 언젠가는 형체를 갖추게 되는 것이므로 형상 속에 있어서의 '유' '무' 개념은 절대'유'나 절대 '무'로 될 수는 없다."(41쪽)

 그러니까 이 상이란 말은 "우주의 본체가 통일(統一)하였다가는 분열(分裂)하고 분열하였다가는 다시 통일하는 그 '중(中)"인즉, 이것은 우주 운동의 본체인 것이다.(42쪽)


 나도 확실한 의미는 잘 모르겠으나, 하여튼 무언가 상이라고 하는 개념은 변화하는 가운데 있는 그 무엇인 것이다.

아까 뒷풀이하면서도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우리가 눈에 확연히 보이게 나타나는 고정된 이미지는 표상(表象) 이라고 한다. 이 표상은 마구 변화하는 가운데 있는 어떤 순간의 것을 운동성을 제거하고 고정시킨 하나의 이미지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말하는 변화하는 중에 있는 이미지가 아니라, 고정해서 묶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이런 고정된 표상의 이미지와 우리가 상이라고 하는 개념은 분명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주역을 읽다보면 상전이란 말이 나온다.

 예를 들어서 중화리괘에서도 공자님이 상으로 풀어놓은 말씀이 있는데 옮겨본다.

 "상전에서 말했다. 밝음이 이어져 둘인 것이 이괘의 모습이니, 대인이 이를 본받아 밝음을 계승하여 온 세상을 비춘다"

 저 상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를 해야 한다.

 어떤 운명을 점칠 때, 중화리괘가 나왔다고 할 때, 이 리괘를 이루는 불이라고 하는 상은, 우리가 말하는 단순 표상으로 읽으면 곤란할 것이다. 무언가 우주 창조의 한 가운데 있는 그 무엇의 상인 것이다. 이것이다 저것이다 분명하게 말하기 힘든, 언어로는 가두어 놓기 힘든 하나의 그 무엇의 상징이미지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불괘에서의 불의 상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중에 있는 존재인 것이다.

 나의 운명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화리괘라고 한다면, 이 중화 리괘는 끊임없이 다른 괘로 변화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어느 효가 동해서 만들어지는 또 다른 괘의 변화이다. 중화리괘는 맨 아래 초구효가 동한다면 화산려괘가 될 것이고, 육이효가 변한다면 화천대유가 될 것이고, 구삼효가 변한다면 화뢰 서합괘가 되고..... 이런 식으로 중화리괘 안에는 이런 다양한 괘들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괘 안에는 무수하게 변주해 나가는 괘들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나의 운명을 쳤을 때, 내가 어떻게 순간 순간 변화하는 현실에 직면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뽑아놓은 중화리괘는 끊임없이 요동치며 동해서 다른 괘로 변신해 갈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쳐 놓은 중화리괘는 내가 가족의 화목을 물었을 그 순간에 태어난, 그 순간의 변화중의 한 괘이다. 이 괘는 나의 운명을 계속 변주해 나갈 때 일종의 과거의 어느 한 싯점의 운명일 뿐인데, 그래도 이 운명은 나의 과거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내 운명인 것이다. 점에서 과거는 지나간 소멸된 시간이 아니라, 나의 운명 속에 잠재되어 있는 현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잠재되어 있는 현실인 과거에서 끊임없이 다른 괘들이 용솟음치듯 생겨나서, 지금의 내 어떤 운명의 선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5

 아이를 어떻게 살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엄마에게 주역 점이 알려준 괘는 지화명이 괘였다. 밝음이 땅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땅 속에 들어가 7년의 수련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이건 엄청난 수련의 내공을 필요로 한다. 아이에게는 잘못도 없을 뿐더러, 엄마로서는 무언가를 해 줄 것도 없을 것이다. 그저 잘 한다고 믿고 격려해주는 것 밖에. 문제는 엄마다. 엄마가 아이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엄마가 내공을 쌓아서 아이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천택리괘에서 말하는 것처럼 엄마도 아이에게 지켜야 할 예가 있다. 진정으로 기쁘게 아이를 믿어줘야 하는 것이다. 믿음을 주지 못하는 말로만의 믿음은 들킬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으로 엄마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이를 믿을 수 있는, 즐겁게 믿을수 있는 내공을 쌓아야 한다.

 이제 중2에 들어간다면, 그야말로 7년의 내공을 쌓는 진정한 엄마의 공부가 이제 시작일 지도 모른다.

지화 명이괘 또한 수 없이 변해간다. 수 없이 시시 때때로 변하면서 지화명이괘는 무수한 다른 지괘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역시 이 무수한 괘에 직면해 나가야 한다.

 주역점은 끝없는 변화의 순간을 즐기는 삶의 놀이다.  이걸 즐기면 삶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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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꽃다리 | 작성시간 19.02.26 어제 주역 공부 시간이 고스란히 되살려 놓으셨네요.
    이야기밥샘은 정리의 왕이로소이다.
    '주역점은 끝없는 변화의 순간을 즐기는 삶의 놀이다.'
    인생 후반전에 놀이감이 생겼네요. 주역을 공부하다보면 문장 하나 하나가 바로 시어인 것을 알고 또 감탄합니다.

    멋진 너

    지금
    가장 낮은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너

    괜찮아
    너를 존중해 봐
    넌 호랑이 꼬리를 밟아도 다치지 않는 사람이야

    하지만
    준비하고 기다려야 해
    칠 년이 걸리더라도 버틸 각오로

    넌 누가봐도 멋진 사람이란다.

    ★어제 공부 중 나온 문장들이 좋아 이어보았어요. 서툴지만. ㅋ
  • 답댓글 작성자이야기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2.26 주역 공부 깊이 들어가다 보면 재미있을거에요.
    인생 최고의 보험을 든 거에요. 주역 공부만한 보험이 없어요.
  • 작성자꽃다리 | 작성시간 19.02.26 ★오자 발생:
    시간이 ☞시간을
  • 작성자고마리(효진) | 작성시간 19.03.09 정리해주신 글 읽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봄의 길잡이가 됩니다. 모두 건강히 지내세요^^
  • 답댓글 작성자이야기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3.09 주역 공부 하면 할수록 흥미로워요. 천천히 이슬비에 옷 젖듯 해 나가봐요. 건강에 아주 좋을거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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