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기 견성반 후기 - 내면의 약자를 사랑하라..

작성자설경|작성시간19.12.30|조회수368 목록 댓글 9

안녕하세요. 남표입니다.
327기 4박5일 견성반 프로그램 참가 후기 입니다.
이번 기수의 주된 청산 관념은 수치였습니다.
사실 2-3달 전부터 수치를 청산해야한다는 묘한 느낌이 계속 들던 찰나, 첫째날부터 수치로 본격 진입할 수 있도록 주제를 잡아주어 너무 좋았습니다.


수치를 청산하다보니, 다른 관념도 같이 청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두려움, 비참함, 슬픔, 서러움 등등..
이러는 과정에서 제 안의 너무나도 비참하고, 수치스럽고, 분노하고 있는 약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이 약자를 얼마나 사랑하여, 찾아다녔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강자 마음은 사실은 너무나도 약자를 만나서 하나가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관념 청산을 하며 밑바닥으로 뚫고 들어가던 찰나, 드디어 그 무엇보다도 비참하고, 열등하고, 수치스러운 약자를 만났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약자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느낀 후에, 약자에 대해 마치 연애하는 듯한 사랑이 솟아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면에서는 환자에 대한 사랑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살짝 놀란 것이, 제 내면 깊은 곳에 환자를 정말 가슴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왜 의사라는 직업을 얻게 되었는지도 가슴 벅차게 느낄 수 있었고, 현실적으로도 제가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선발에 합격까지 한 상황에서, 이제야 드디어 진정한 의사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힘들고 병약한 자를 뜨겁게 사랑하는 의사가 될 것입니다.


이번 수치심 청산을 통해 영원히 샘솟는 사랑의 샘이 뚫린듯한 느낌이 들어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여자에 대한 집착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아 편안합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여자가 가장 포기 못할 존재였고, 이 여자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곧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저의 모든 것이 부정당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내려놓고나서야, 이제야 여자의 진짜 소중함이 무엇인지 느낍니다.


여담으로, 제 태몽이야기 하나만 하겠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 아버지께서 저의 태몽을 꾸셨습니다.
아버지가 폭포수에 앉아서 눈을 감고 깊이 명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허공에 용 3마리가 날아다니더니 이내 물속 깊숙한 곳으로 장면이 옮겨집니다.
거기에는 궁궐이 하나 있었고, 그 안에 제가 앉아있었습니다.
제 앞에는 궁녀가 3000명이 앉아있었고, 양 옆에서는 궁녀가 부채질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수치심을 청산하고 내면의 약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 꿈은 그냥 허무맹랑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하나의 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아버지께서 이 태몽을 꾸고 나시고서는, 태어난 제가 여자에게 인기가 무척이나 많을 줄 알으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기는 커녕 여자친구 하나 못 사귀는 저를 보면서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저 또한 30가까이 되어 태몽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때 절대 이해가 갔을리가 없지요.


하지만 지금은 이 꿈을 세세한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운선가 식으로 풀이를 하자면 이 꿈의 궁녀 3000명은 "제 성관념의 크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앞으로도 수행과 삶을 통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알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제 꿈을 당당하게 펼칠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언젠가는 의사라는 직업에서 다른 직종으로 전향할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제가 아기가 되어 엄마를 찾을 수 있도록 큰 도움 주신 혜라엄마. 저에게 꼭 필요한 것을 안내해주시고 꼭 필요한 길을 잡아주신 마스터님. 그리고 미칠듯한 광기를 옆에서 지켜봐주신 헬렌님.
그리고 저를 남자로 인정하고 사랑해주신 자운선가 많은 여자 도반님들. 너무 감사합니다. 감당이 안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서 너무너무 좋았던 수행이었습니다.


정말 많이 청산했다고 생각했는데, 분노의 관념이 또 올라오는 하루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저 묵묵히 저의 길을 걸어가는 우직한 소가 되겠습니다.
후기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원오 | 작성시간 19.12.31 어머나 울잘생긴 남동생 남표님 오랫만에 기쁜소식 들어니 넘넘 반가워~~~
    남표님 후기를 읽어니 기분이 신선해지고 흐릿한정신이 제자리를 찾는 명쾌한 아침을 맞이할수가있는 신통력을가진 후기 너무 반갑고 기뿌네~~
    자신의 약자의 수치를 인정하고 사랑한다는 멋진 혜라엄마 아들 남동생 질투가나지만도 그래도 많이 많이 기뽀오~~
    우리 언젠가또 선가에서 같이수행하는날이 오겠죠~~
    의사로서 혜라님 제자로서 원오의남동생으로서 세상을 밝혀줄 멋진 설경님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남표님의 행복이 원오의 행복이네요
    아자~!!!!!
  • 작성자가희(사랑스런 나) | 작성시간 20.01.01 설경님의 후기를 읽는내내 성숙함을 느낍니다~
    그동안 수행하시는 모습 쭉 뵈었는데
    드디어 차분히 마음을 인정해가시는
    모습을 뵈니 참 멋있습니다~
    자운선가가 낳은 멋진 설경님의
    2020년도 기대됩니다~
    언제나 응원합니다~
    홧팅!!!!
  • 작성자아신 | 작성시간 20.01.02 어머~~환자를 가슴 뜨겁게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신 남표님의 마음에 공명하여 저 또한 미움이 세지만 학생들을 뜨겁게 사랑하고 싶어했던 옛날의 제가 떠올라 눈물나네요.
    훌륭한 심의로 거듭나실 남표님이 넘 기대되어요. 그럼 넘 부담스럽나ㅋㅋ 그냥 한발한발 물러서지 않고 차근차근 해내가시는 남표님 넘 멋지세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요~^^
  • 작성자서백감재 | 작성시간 20.01.10 힘들고 병약한자를 뜨겁게 사랑하는 진정한 삶의 구원자가 되어 타인의 치유를 통해 나또한 함께 치유되어 감동스런 삶이 남표앞에 펼쳐지길 기대할께~^^*
  • 작성자소소 | 작성시간 20.01.15 글이 쓱쓱 잘 읽히네ㅎㅎ 남표 오빠 응원해~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