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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혼자만의 여행- 돌은 그저 웃지요~^^

작성자신은향|작성시간15.05.08|조회수151 목록 댓글 3


201554. 23일의 일정으로 여행을 왔다. 난생 처음으로 혼자 하는 여행.

여행은 나섰지만 두려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2년 전 아들과 함께 묵었던 구례둘레길 게스트하우스를 숙소로 정했다

픽업을 해주시는 산장님이 계셔서 혼자 하는 여행이지만 안심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화엄사를 온전히 둘러보기 위해 길을 걸었다. 걸으면서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새소리를 들었다

깊은 산속답게 익숙하게 듣던 자동차 소리 대신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화엄사 경내를 둘러보면서 게스트하우스 산장님께 이야기들은 각황전도 보고 사자상과 탑도 보았다

그런데 위용을 자랑하는 천년의 사찰보다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돌담이었다

각기 다른 모습을 맞대고 서있는 돌담에 시선이 더 갔다, 다니는 곳마다 나는 돌담을 보았다

심지어 걸으면서 바닥에 있는 돌들을 눈 여겨 보며 걸었다.

여러 불자들의 마음을 담은 화려한 연등이 바람에 날리는 대웅전을 돌아 뒤뜰에 나는 잠시 앉았다

사람들의 발길도 관심도 닿지 않는 대웅전 뒤뜰에 앉아서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절의 경계를 긋고 있는 돌담이 눈에 들어왔다

켯켯이 쌓인 돌들이 올려져있는 돌담을 눈여겨보다가 돌들은 왜 거기 서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거기 서 있니?”

“......”

돌은 그저 웃었다. 질문을 던진 내가 머쓱해지도록 웃고만 있었다.

다시 물었다.

왜 거기 서 있니?”

왜 거기 서 있냐고 묻는 나를 보고 돌들은 그저 웃지요.

그저 웃는 돌에게 답을 듣기 어려워 나는 돌담 아래를 보기로 했다

돌담에서 떨어진 작은 돌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돌담 아래를 내려다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곳에는 물이 있었고, 그 물속에는 까만 올챙이들이 바닥에 붙어 있었다

물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도 못했고 더군다나 올챙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나는 놀랐던 것이다.

까만 올챙이들은 배를 작은 돌바닥에 대고 돌처럼 움직임 없이 있었다

나는 올챙이들의 움직임을 보기 위해 모래를 물속에 살짝 뿌렸다

까만 돌처럼 존재했던 까만 올챙이들은 꼬리를 흔들며 복작복작 움직였다

올챙이들의 정적을 깨뜨린 것이 미안했지만 나는 그들의 움직임을 다시보고 싶어서 모래를 또 뿌렸다

올챙이들은 자신들의 생명력을 과시하기 위함인지 꼬리를 더 빠르게 흔들려 복작복작 북작북작 바삐 움직였다.

움직이는 올챙이 옆에 돌담은 그저 서 있었다.

그때 돌들이 보낸 미소의 의미를 깨달았다. 나는 돌들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본 것이다

그저 서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돌들 사이로 생명이 움트고 있었던 것이다.

바닥에는 올챙이들이 그들의 품에 기대어 살고 있었고, 돌과 돌 사이에는 풀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개미도 그 꽃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자신의 터전을 마련하고 있었다.

돌들이 거기에 존재함으로 인해 생명들이 움틀 수 있었던 것이다.


돌은 살아 있었다. 나는 돌의 생명력을 느끼고 싶어서 돌에 손을 대어보았다. 돌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마다 체온이 다르듯이 돌의 체온도 생김만큼이나 다 달랐다. 나는 돌 하나하나의 체온을 느끼면서 돌담을 걸었다

돌은 그저 웃는다.

여행을 오기 전 나는 내 마음 둘 곳 없다는 생각에 허전함이 커져있었다

보통 빈집 증후군이라고 말하겠지만 나의 이런 감정상태를 일반화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혼자만의 여행을 강행 했던 것이다. 나는 내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내가 아니어도 될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아마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돌들에게 뜬금없이 너는 거기 왜 서있냐고 물었던 것같다

그곳에 생명이 움트고 있었듯이 내 자리에서도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내 아이들이 생명을 얻어 자랐고, 내가 아니면 안 될 일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담을 보면서 나의 존재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달았다.


물소리가 참 좋다. 귀 기울이면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들린다. 내 마음에 귀 기울이면 내 마음의 소리도 들을 수 있겠지

돌은 그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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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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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jirisan | 작성시간 15.05.08 후기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여행 많이 하시고 후기 올려주세요.
    소쇄원의 돌담도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작성자산수리 | 작성시간 15.05.10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그리고 마음의 소리...
    그 모두가 듣고싶어 귀를 기울여야 들을 수 있지요...

    길위를 홀로 걸어낸 그대~
    그 모든 소리를 느끼고 돌아온 그대~

    때마침, 그대
    허전한 마음이어서
    그 안을 나,
    들여다 보고 싶었답니다..

    가득찬 마음, 그랬더라면
    들여다 보곤
    그냥, 나왔겠지요..

    돌과 돌이 서로를 이고
    기대어있듯

    우리도 그렇게 조금은 무겁게
    그래도 다정하게

    마음의 자리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jirisan | 작성시간 15.05.11 '돌과 돌이 서로를 이고 기대어 있듯, 이라는 표현이 멋있습니다.
    좋은 글 많이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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