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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아주머니의 조난

작성자jirisan|작성시간15.06.03|조회수175 목록 댓글 4

이글은 '꽃보라"라는 닉네임으로 아래글을 올리신 분의 조난 이야기 입니다.

천만다행으로 무사히 돌아오셔서 제가 격은 2015,5, 24일 그날을 기록해봅니다.

 

 

49세 되시는 아주머니께서 연휴 때 2박을 하며 둘레길을 걸으시러 오셨습니다.

5월23일 오전 10시 30분경에 도미토리 예약이 가능하냐고 전화를 하셨습니다.

23일은 예약이 완료되어 자리가 없었지만 모텔형방을 혼자 쓰시기로 예약한 여자분이 세분이나 되기 때문에 도미토리요금을 받고 함께 주무시면 않되겠느냐고 사정을 해보고, 그도 않되면 다용도실의 욕실이 밖에 있는 방을 쓰시게 할 생각으로 오시라고 하였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기 전에 어디를 가보는게 좋겠느냐고 물으셔서

사성암을 들렸다가 오시라고 했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오후에 차를 몰고 게스트하우스에 오셨는데.

사성암을 찻길로 걸어서 오르시고, 오산 정상을 올라 동해마을 쪽으로 등산로를 따라 걷다가 길을 잃고 헤매다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산행을 자주하시는 분으로 체력은 좋으시게 보였습니다.

구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셔서 멀리 나가진 못하지만 덕유산 남쪽 산은 많이 다니셨다고 했습니다.

다행이 혼자 쓰시기로 방을 예약하신분이 양보를 해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지리산둘레길을 거지반 다 걸으셨는데 구례구간을 다 걸으면 완주를 하신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산동 탑동에서 화엄사앞 황전마을까지 걷고 화엄사를 구경하고 연기암까지 걸으시고 오시라고 일정을 짜주었습니다.

아침에 아주머니의 승용차는 게스트하우스에 두고 탑동까지는 구례읍 버스공용터미널에서 9시40분 버스를 타고 가야하기 때문에 다른 게스트분과 함께 구례읍 공용버스터미널에 모셔드렸습니다.

 

그날은 연휴라 게스트분들이 많았습니다.

예약을 하지 않은분들이 방을 구하려고 핸폰이 계속 울었습니다.

다용도실의 방까지 모두 내주었습니다.

젊은 분들이 의기투합해서 돈을 걷어, 흑돼지 삼겹살, 술을 준비하고, 다른분들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한 막걸리를 시발로 맥주를 가져오시는분, 과자를 내오시는분 게스트하우스 다용도실 앞 데크의 자리를 다 채우셨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픽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오후 8시 30분경 날이 어둑해지고서야 아주머니 생각이 떠올라 전화를 해봤습니다.

탑동에서 황전마을까지 5시간 화엄사 앞에서 식사하고 화엄사 갔다가 연기암 들려서 오시면 9시간 정도면 될 텐데, 너무 늦어서 전화를 하면서 부처님 오신날이 다가오니 화엄사에 등불 키는 것을 보고 싶어서 늦나 생각했습니다.

 

전화는 신호가 가다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멘트가 나왔습니다.

10~20분 간격으로 반복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걱정이 돼서 데크에 계신 게스트 분들께 얘기를 했습니다.

손님중 한분이 신호가 가다가 못 받는다는 멘트가 나오면 전화를 끈게 아니라

배터리가 소진되었거나 배터리를 빼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날은 어두워지고 겁이 덜컥 났습니다.

혹시 어떤 불량한 사람이 핸드폰을 빼앗아서 배터리를 빼고 납치를 했나?

불길한 생각으로 불안했습니다.

 

경찰서에 신고를 할까. 하다가 밤 12시가 넘으면 신고를 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전화는 계속 그 상태였습니다.

 

밤 11시 34분 112로 신고를 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가 구례군 마산면과 광의면 경계에 있어서 인지 마산면 파출소와 광의면 파출소에서 페트롤카가 두 대가 왔습니다.

나는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경찰은 차적 조회를 하여 가족에게 전화를 하여 혹시 연락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남편 분께서도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더라고 했답니다.

잠시 후 남편 분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나는 상세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남편 분은 차분한 목소리로 걱정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새벽 1시가 넘어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잠적하지 않았다면 불길한 사건이 일어난게 틀림없을 것 같았습니다.

새벽 1시30분경 내가 쉴 방도 남겨두지 않고 다 내주어서 잠시 쉬려고 구례읍의 집으로 내려갔습니다.

경찰은 30분 간격으로 전화를 해서 상황을 알려주었습니다.

경찰은 위치추적을 해보니 오후에 황전마을을 통과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연기암 가는 길에서 무슨 일이 난 것일까?

 

집에서 잠시 눈을 부치려해도 걱정으로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잠시 잠이들었는데 핸드폰이 울어서 받으니 경찰이었습니다. 그 아주머니의 차량이 그대로 있는지 물었습니다. 나는 곧 게스트하우스로 가서 전화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아침 6시였습니다. 약 2시간쯤 잠을 잔듯했습니다.

 

6시 20분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니 아주머니의 승용차는 그대로 있었습니다.

난 경찰에게 차가 그대로 있다는 얘기를 전화로 해주었습니다.

날은 밝았지만 게스트 분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습니다.

난 잠을 깨려고 커피를 타서 데크에 앉아 마셨습니다.

아주머니가 잠적을 하려면 차도 가져갔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고 사고가 난게 틀림없을 거라는 불길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다용도실에 들어가 앉아있는데 아주머니가 들어왔습니다.

 

 

,아니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길을 잃어서 산에서 밤을 새웠습니다.,

 

바지에 흙이 많이 묻어있었고, 모자에도 나뭇잎이 묻어 있었습니다. 얼굴에는 상처가나서 피가 말라붙어 있었습니다.

 

‘얼굴의 상처는 어떻게 된 것입니까?’

 

‘나무를 잡고 기어서 내려오다가 나뭇가지에 걸려서 난 상처입니다.‘

 

‘죄송합니다.’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되어서 연락할 수도 없고 어두워져 아무것도 볼 수 없어서 산에서 밤을 새웠습니다.‘

 

‘천만 다행입니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세요.‘

 

지리산에 반달곰이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면 얼마나 무서웠을까.

산 숲의 어둠은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이라고 하듯이, 자신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동물들은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더 큰 법이다.

난 아주머니에게 ‘지리산에 반달곰이 산다는 것을 생각해보셨어요?’ 라는 말을 물어볼 수 없었다. 지리산에 반달곰을 복원하는 일을 하게 된 동기를 부여한 사람이 나였기 때문에, 물어본다는 것은 계면쩍은 일이었다.

아주머니는 정말 춥고 무서웠을 텐데, 게스트하우스 주인인 내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 것 같았다.

 

‘숙박비 받으세요.’

 

‘40‘000원이죠?’

 

‘아뇨 20,000원입니다.’

 

‘40,000원 받으세요’

 

‘하루만 숙박을 했으니 20,000원만 받겠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3년 반 동안 운영하면서 가장 안타깝고 두려웠던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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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jirisan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6.04 상상해선 않될일을 상상해야 하는, 상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ㅎㅎ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jirisan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6.05 잘 지내시나요?
    가끔 카페에 들려주시고 댓글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노고단엔 야생화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장마가가 오면 실비오는날 조용한 노고단도 운치가 있답니다.
    건강하세요^^
  • 작성자꽃보라 | 작성시간 15.06.05 ㅠ.ㅠ
    다시 생각해도 심려 끼쳐드린점
    죄송한 마음뿐이네요ㅠ

    그런데
    지리산에 반달곰이 많이 사는건 알고있었지만 제가 밤을 지샌곳이 그 지리산 자락이라는것은 미처 생각못했어요ㅎ 마을에서 절에서 좀 더 많이 올라온 곳이라 생각했을뿐ㅎㅎ
    한치앞도 안보이는곳에서
    짐승들은 절 볼수있을거라는것도 몰랐네요ㅎㅎ
    그래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나봐요ㅎ

    아무튼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기회가 되는대로...
    지나는길이라도..
    가끔씩 놀러갈께욤>.<
  • 답댓글 작성자jirisan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6.05 제가 나이들면서 인식한 것은 인생에 어려운 일이란 없다는 겁니다.
    어려움은 불운하게 오는 것이고 시간이 가면 다 극복되더라구요.
    그날 이후 건강하게 삶에 열중할 수 있는 것은 큰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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