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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 (정인수 아우구스티노)

작성자필립네|작성시간15.01.03|조회수166 목록 댓글 2

이 게시물은 정인수님께서 과거 성당 홈페이지에 올리신 글인데 옮겨 온 것입니다.  ---필립네



영화, ‘국제시장’

                                                                                                                                정인수 아우구스티노

  

 영화 ‘국제시장’은 6•25동란 이후 현대사를 다룬 작품이다.

전쟁 발발과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몇 개의 에피소드를 구성한 밀도 있는 시퀀스는 잘 짜인 느낌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북한 공산당이 파죽지세로 남쪽으로 부산까지 밀고 내려와 최후의 교두보인 부산 점령을 눈 앞에 둔 순간 맥아더 장군의 인천 상륙 작전이 성공하여 여세를 몰아 한국군을 포함한 연합군은 북한까지 진격하게 된다.

바야흐로 북진통일의 위업이 눈앞에 보이는 듯 하는 가 싶더니 중공군의 개입으로 퇴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중공군은 인해전술로 통일 위업은 통한의 역사로 남게 된다.

 

영화 국제시장은 이 당시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서 촌각을 다투는 피난민 철수 작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무릇 영화의 전개 과정은 기승전결(起承轉結)에 근간을 둔다.

 

노부부가 다정하게 부산항을 바라보며 지난날을 떠올리는 회상(回想)에서 영화는 숨 가쁘게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이른바 영화의 근간에 하나인 승(承)이 클라이막스(轉)를 향해 반전을 거듭하면서 고조를 이루는 것이다.

 

이 영화는 6•25를 경험한 세대에게는 강렬하게 어필했다. 오늘 내자와 함께 영화를 감상한 나는 6•25 세대이다. 내자 역시 같은 세대다. 내가 4살 되던 해 전쟁이 터졌다. 그 때 나는 서울에서 출생하여 살고 있었다. 우리 집 역시 피난민 대열에 끼여 경기도 안성까지 피난 갔다가 서울에 다시 돌아왔고 이후 대구로 내려가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영화에서 전개 되는 리얼리티가 충만한 피난민의 참상을 보노라면 마치 내가 그 영화 속의 한 사람 같은 착각을 느꼈다. 이제는 고인이 되셨지만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보따리를 등에 메고, 이고, 걸어서 피난을 갔다고 했다. 어린 나이의 나는 신통하게도 크게 보채지 않고 잘도 걸었다고 한다. 피난 가서 제대로 먹을 것이 없어 호박죽만 연신 먹었다는데 나는 호박죽을 먹다가 설사를 만나 죽을 고생을 했다고 했다.

 

국제시장에 등장하는 흥남부두를 배경으로 한 피난민들의 참상은 이 영화에서 서독 광부들의 애환과 월남 민간 기술자로 파병한 에피소드와 더불어 압권이었다. 피난민의 대탈출은 장관이었다. 스펙타클한 탈출, 정말 눈물겨운 것이었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탄식이 절로 터져 나오게 하였다. 얼핏 육안으로 보아도 수십만 명으로 추산되는 생사를 오가는 탈출 장면을 다룬 몹신(mob scene)을 부감(俯瞰)으로 처리한 기법은 대단했다.

어찌나 박진감 있게 그렸는지 블랙홀에 빠져들 듯이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6•25 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에게는 동병상련 그 자체였다.

 

영화 속에 고아들이나 가난한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리얼하게 재현되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물론, 40~50대 역시 제대로 이해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어렵게 휴전은 되었지만 도처에 가난한 군상들이 거리를 떠돌아 다녀야했다. 깡통을 들고 동냥을 하거나 문전걸식을 하는 모습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더러는 구두닦이를 하면서 연명했다. 다른 이름으로는 ‘슈산보이’ 이다. '♩♫슈~슈~슈산, 슈산보이, 구두를 닦으세요. 구두를 닦으세요. 구두를 닦으세요.♬♪' 라는 유행가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때의 풍경들이 영화 속에 등장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추억의 저장고에서 케케묵은 어린 시절의 일을 떠 올렸다. 무려 60년 전의 일이었다. 미군 지프차가 도로 위로 지나가면 “헬로, 기브미 츄잉껌!”, 또는 “기부미 초코렛!” 하고 형편없는 영어 발음으로 소리 지르면서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뛰어가던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미군 병사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또는 안쓰러운 마음에서 던져주는 과자봉지를 서로 줍겠다고 쟁탈전을 벌이던 모습을 국제시장 영화에서 재현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양키들을 보고 손을 내 밀었던 것은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호기심과 치기의 발로라고 생각되었다. 물론 그 당시 껌이라든가, C레이션, 초코렛 따위는 가난한 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인 것만은 틀림이 없었다. 당시 사람들은 어쩌다 미국 산 츄잉껌을 구하면 입에 넣고 씹다가 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벽에 붙여 두었다가 다시 떼어 입안에 넣고 씹다가 다시 벽에 붙여 놓았다가 씹기를 반복했다. 전쟁 직후 가난했던 사람들의 서글픈 추억의 하나이다. 이러한 서글픈 과거는 6•25 이후 세대인 오늘 날 젊은이들에게는 설마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영화는 어렵게 피난에 성공하여 부산에 정착하여 펼쳐지는 서민들의 애환을 그려 나간다. 흥남부두 철수 작전 때 피난민 대열에 끼여 가족과 더불어 가까스로 배를 탔다가 아버지(남편)와 헤어진 가정이 주인공이다. 피난 대열에서 아버지(정진역 역)를 잃고 어렵게 피난에 성공한 어머니(장영남 역)와 큰 아들 덕수(황정민 역) 가족은 낯설고 물 설은 부산에서 처절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쳐야 했다. 다행히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고모를 만날 수 있어 큰 의지가 된다.

 

흥남부두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신신당부한다. “아버지가 없을 때는 네가 아버지를 대신해야 하는 가장이다.” 라고 강조한 것이다. 아버지와 생이별을 해야만 했던 덕수는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말을 평생 좌우명으로 간직하고 장남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한마디로 그의 일생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또 이 나라 아버지들이 겪어야 했던 60년대와 7, 80년대를 고스란히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인가 영화를 보면서 동시대를 살아왔던 관객은 공감하는 것이고 자신도 모르게 두 눈 사이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의 화면 전개의 특징은 나라타주(ナラタージュ) 기법을 들 수 있다. 영화 국제시장은 이미 앞에서 말 한대로 맨 처음 화면은 부산항을 바라보며 지난날을 추억을 이야기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백발의 허리 굽은 노인인 남자(주인공)는 역시 은백의 머리를 한 여자에게 말한다. “자신의 꿈은 커다란 배(상선)를 모는 선장이 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여자는 “(남편이)그러한 꿈을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왜 지금에서야 그런 꿈을 이야기하느냐”고 반문하는데서 영화는 과거로 돌아간다.

극중 주인공은 해양대학교에 어렵게 합격하여 전문 마도로스 코스를 밟을 기회가 있었지만 동생들 뒷바라지를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에, 아니 아버지가 마지막 남긴 유언( 아버지가 세상에 없을 때는 장남이 대신해서 가정을 지켜야 한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꿈을 접고 척박한 외국에 나가 돈벌이에 나서게 된다.

 

나라타주는 영화를 찍는데 흔히 쓰이는 기법에 하나이다. 주인공에게 과거를 회상(回想)시키면서 장면을 구성하는 방법을 말한다. 주인공 덕수와 아내 영자의 대화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면서 많은 것을 보여 주고는 마지막 역시, 도입부 부분에서 부산항을 바라보며 대화를 하던 장소에서 성공한 인생을 살아왔다는 의미의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못다 한 대화를 마치는 것으로 해피엔드로 영화는 끝난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잘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속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고 하지도 않고, 난이도가 높은 것도 아닌 영화 ‘국제시장’은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반면교사로서 충분하다고 생각 되었다. 

 

출연 배우들의 캐릭터가 돋보였다. 주어진 성격대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덕수 역을 한 황정민 배우는 시공을 넘나들면서 그 시대와 상황에 맞게 명연기를 펼친 것은 일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영화 국제시장을 한번 보았으면 추천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1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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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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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필립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1.08 오늘 우리부부도 이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해방과 6. 25 전쟁을 겪은 세대들은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과 유사한 생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토록 힘들게 가정을 지켰던 가장들이 이제는 사회와 가정에서 아무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받는 시대가 되어, 폐지를 줍고 생활고에 못이겨 세상을 등지기도 합니다. 영화관에는 나이 먹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젊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 영화를 계기로 해방과 6.25를 겪은 세대를 좀 더 따듯한 눈으로 보아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의 역군들이여, 힘을 냅시다.
  • 작성자민들래 | 작성시간 15.01.09 전쟁이야기가 나오면 언제나 재미나게 해주시던 신부님 말씀이 그대로 화면에 재연되고 있었다.쪼꼴레또 기브미~껌~그런데 하루는 색다른 봉지?뒤돌아 찢어서 입에털자 앗 무슨맛일까?커피였다. 상영내내 눈물을 훔쳤다,그시대의 모든님들께~~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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