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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의 모후 2000회 주회

작성자스타|작성시간26.06.08|조회수47 목록 댓글 6

저녁 미사는 오후 7시에 시작하고, 레지오 주회는 미사가 끝난 뒤 준비 시간을 거쳐 8시쯤 시작한다고 했다.

사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요일 오전 9시에 주회를 하는 로사리오의 모후 쁘레시디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2026년 6월 3일 사도의 모후 쁘레시디움으로 전입한 뒤 맞이하는 첫 수요일 저녁 주회였다.

 

30년 가까이 아침 주회에 익숙해져 있던 탓일까. 저녁 시간에 열리는 주회가 아직은 낯설었다. 지니에게 밥을 챙겨 주고 샤워를 마친 뒤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시계는 7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둘러 성당으로 향했지만 도착했을 때는 이미 8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평일 미사는 예상보다 일찍 끝난 모양이었다. 묵주기도는 이미 마친 뒤였고 교훈이 시작되고 있었다.

늦게 도착한 나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시작기도를 바친 뒤 자리에 앉았다.

회의는 어느덧 단원들의 활동 보고 순서로 넘어가고 있었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참석자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모인 다섯 분이 모두 남자였다.

더욱이 이 쁘레시디움의 이름은 ‘사도의 모후’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제가 잘못 찾아온 건가요? 여긴 전부 남자분들인데요. 예수님의 열두 사도, 그 사도의 모후 팀 아닌가요?”

순간 단장님을 비롯한 단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닙니다. 여사도도 있잖아요.”

순간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하마터면 서로 잘못 찾아온 줄 알고 들어오자마자 작별 인사를 할 뻔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해서 상황은 일달락되고 마침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조 형제님 옆자리에 앉아 본격적으로 주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주 회의록 낭독에 이어 단장님의 교훈 발표가 있었고 카테나를 바쳤다.

이어 교본 공부와 활동 보고가 진행되었고 기타 사항을 마친 뒤 마침기도와 프랭크 더프 시복성원문을 바치며 모든 순서를 마무리하였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문득 지난 세월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나 역시 레지오 마리애와 함께 걸어온 시간이 어느덧 30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1995년 로사리오의 모후 쁘레시디움에서 레지오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막내딸이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에는 샛별 어린이 쁘레시디움을 맡아 6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했다.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 속에서 성모님의 사랑을 배웠고, 서툴지만 진심으로 기도하는 모습에서 신앙의 순수함을 보았다.

그 후에는 바다의 별 중학생 쁘레시디움을 7년 동안 이끌었다.

사춘기의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성장하는 시간을 나눴다.

 

세월이 흘러 2014년부터는 주니어 쁘레시디움 봉사활동을 마치고

어른 레지오에 복귀하여 은총의 모후 쁘레시디움을 맡아 봉사하게 되었다.

2022년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 그 공동체와 함께 걸어왔다.

 

투병 생활이 시작된 후에는 로사리오의 모후 쁘레시디움으로 옮겨 활동을 이어 갔다.

몸은 예전 같지 않았지만 기도만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레지오는 내게 단순한 신심 단체가 아니라 신앙의 고향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정대로 주일 쳥년레지오를 만들기 위한 준비로

2026년 6월 3일, 사도의 모후 쁘레시디움으로 전입하였다.

 

주회가 끝나고 제대를 다시 보관장소에 넣고 집에 가려는 순간

“자매님, 그냥 가지 마세요.”

단장님께서 말씀하시더니 준비해 두신 다과를 꺼내셨다.

알고 보니 이 쁘레시디움이 1986년에 창단된 이후 이번 주회가 2,000회를 맞이하는 기념 주회였던 것이다.

 

잠시 후 신부님께서 오셔서 강복을 주셨고 참석자들에게 묵주 팔찌를 선물하며 격려해 주셨다.

모두 함께 축하의 마음을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그날의 주회는 마무리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2,000회.

숫자로만 보면 단순한 기록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기쁠 때도 있었을 것이고, 병들었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 속에서도 누군가는 이 자리에 나와 기도했을 것이다.

 

한 번의 주회는 작아 보인다.

한 번의 카테나는 짧아 보인다.

그러나 그 작은 기도들이 모여 2,000회가 되었고, 그 충실함이 공동체를 지탱해 왔다.

 

돌이켜 보면 나의 지난 30년 또한 그랬다.

어린이 쁘레시디움에서, 청소년 쁘레시디움에서, 성인 쁘레시디움에서,

그리고 병마와 싸우던 시간 속에서도 나는 성모님의 손을 놓지 않으려 애써 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성모님의 손을 붙들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성모님께서 먼저 내 손을 놓지 않고 계셨다는 것을.

 

그날 나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기도는 특별한 체험이나 놀라운 감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에서,
정해진 기도를 바치며,

다시 하느님 앞에 앉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바쳐진 작은 기도들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고, 한 공동체를 지탱하며, 때로는 2,000회의 역사를 만들어낸다.

사도의 모후 쁘레시디움의 웃음소리와 그날 받은 묵주 팔찌는 언젠가 희미해질지 모른다.

그러나 2,000번 이어진 기도의 힘과 그 안에 담긴 충실함의 의미는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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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스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0 제 인생의 절반은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2022년 가을에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계속 활동했으니까요. 그러다가 이석증 때문에 몇 개월 못 가다가 지난주 수요일부터 다시 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레지오에 대해서 한번 써보았습니다. 요즘은 기름값이 너무 비싸서 근처 미국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있어요. 어서 유류값이 진정돼야 할 듯싶습니다. 교장 선생님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들 되세요!
  • 작성자노란라켓 | 작성시간 26.06.10 전쟁은 단기에 끝나는 법이 없지요.
    러우 전쟁도 다시 시작이고,
    이란 전쟁도 트럼프가 시작했지만 이제 통제력을 상실했지요.
    물가와 유가가 경제전쟁을 불러 오고 있군요.
  • 작성자스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0 정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나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 작성자유경희 | 작성시간 26.06.10 신앙생활도 보통 마음으로는 어려울 것 같아요
    대단하십니다..작은 마음과 마음이 모여 위로가 되고
    살아가는 힘이 되고 사랑이 되네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작성자스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0 맞아요, 유경희님. 신앙이 한 사람한테 씨가 뿌려져서 자라 나무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 하느님의 은총이 필요하고 하느님의 뜻데로 항상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여정은 아닌 듯 하지만 또 이렇게 공동체에 몸을 담아 함께 나아가면 서로 도움도 되고 어려울떄는 서로 기도해 주어서 좋은 듯 합니다. 이제 이석증도 나아졌으니 조심조심 다시 시작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고 평안한 6월 보내세요, 유경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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