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입고 있던 긴팔 셔츠를 벗는데 오른쪽 겨드랑이 부분에서 찢기는 소리가 났습니다.
조심스레 벗어 살펴보니 이음매 부분의 천이 낡아 조금씩 헤지고 있었습니다.
감색 바탕인데 앞가슴 부분에 옅은 폭 10센티미터 정도의 띠가 있고 어깨 부분은 자그마한 동그라미가 촘촘히 있는 디자인입니다.
색상, 디자인, 촉감까지 모두 좋아 오랫동안 참 즐겨 입었던 옷입니다.
게다가 선물 받은 것입니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데다 선물 받은 것은 차마 더 버리지 못합니다.
사람은 가고 물건은 남았습니다.
사람이 가면 물건도 같이 갔으면 덜 아플 것 같습니다.
셔츠 여기저길 살펴보니 참 많은 시간과 일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동안 입으면서 색이 좀 바랜 것은 알았지만 많은 생채기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셔츠에는 생채기가 남아 있지만 떠난 사람에겐 생채기가 남아 있지 않기를 바라지만, 단지 바람일 뿐입니다.
차마 버릴 수 없어 직접 깁기로 했습니다.
흰색 천과 감색 천이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 고민 끝에 흰색 실을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잘 견디라고 실을 두 겹을 썼습니다.
한 서른 뜸 정도를 하니 다 기워졌습니다.
기운 자리는 재봉틀로 박은 자리와는 확연하게 표시가 납니다.
실밥도 드러나 보입니다.
생채기 난 곳은 치료돼도 흔적이 남은 것처럼 흔적이 많이 남았습니다.
이마 가운데에 상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별모양의 상처로 만지면 뼈가 들어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셌째 누나가 감나무 밑에서 업고 놀다 떨어뜨려 상처가 났다 합니다.
상처가 깊고 피를 많이 흘려 죽는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셌째 누나는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합니다.
저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몇 년 전부터 몸에 난 상처가 곱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남아 있는 상처로 인해 추억이 고스란히 소환되기 때문입니다.
설령 그것이 아픈 기억이라 해도.
기온이 많이 올라버려 다시 가을이 와야 기운 셔츠를 입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을에 다시 입기를 바라지만 사람의 일은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기에… .
깨끗이 씻어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어야 하겠습니다 행여 내가 다시 입을수 없어도 누군가의 눈에 잘 보일수 있게.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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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새벽강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7.01 응삼아제 아제님 글 따라 가려면 아득히 멀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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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펜더곰 작성시간 23.05.18
나 중학교 2 학년때 인가 .. 우리집에 키우던 강아지가 죽엇는데
강아지 안고 얼마나 울엇는지 .. 우리 옵빠가 울지마라고 인형을 사다 줫어
지금 도 그 인형을 가지고 잇어
애착 인형 은 아닌데 .. 흠 ./`/... 그냥 .. 절대 로 버릴수 없는 그무엇 ??..
옵빠두 그러시구나 ... -
답댓글 작성자새벽강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5.18 잘 버려야 되는데 ... .
잘 안 됩니다.
팔공산 자락이 더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
작성자오개 작성시간 23.05.22 옷가지 하나로 이렇게 긴 마음 씀씀이글 처음 대합니다.
옷가지가 마치 인생이듯..
그 마음씨가 참 아름답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새벽강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5.22 하찮은 글 읽어 주시고 좋은 댓글까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