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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전광판

집에 두고 간 모자와 구닌들의 멋 내기

작성자반장아부지|작성시간09.08.19|조회수487 목록 댓글 32

아들 방에 들어가면 일병 군인모자가 있습니다.

지난 휴가때 집에 두고 간 헌 모자입니다.

계급장만 바꿔 달지 왜 새로 샀느냐고 했더니 때가 묻어서 세탁을 해야하는데

그러면 모자 각이 죽어서 쭈글거린다고 합니다.

군화도 선임이 신고 있던 '사제군화'를 빌려 신고 왔습니다.

모양도 예쁘고 가벼워서 좋다고요.

어제는 지 엄마에게 전화해서 사제군화 사고 싶다고 했답니다.

 

아들이 좀 심한 감도 있지만 군인들의 멋내기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자대에 신병이 새로 들어오면 몇가지 해주는 일들이 있는데

더블백 풀어서 관물대 정리해주고, 목욕 빨래 시키고, 집에 전화하게 하고, PX 데리고 가고,

그리고 새 모자를 사 줍니다. 훈련소에서 지급받은 모자는 폐기처분 합니다.

첫 면회나 외출을 나가게 되면 정성껏 다림질을 해 줍니다.

군화도 파리가 낙상할 정도로 광택을 냅니다.

조금 짬이 차면 본인 스스로 본격적인 멋을 내기 시작하는데

야전상의 허리끈과 내피를 제거해서 다림질 하면 주름이 잘 서도록 하고

군화 끈 구멍의 페인트를 벗겨 내어 광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휘장도 빼 놓을 수 없는데 공수훈련도 안 받고 낙하산 모양의 공수휘장 붙이고

유단자도 아니면서 태권도 휘장 달기도 합니다.

 

군인들이 멋을 내는 일은 요즘 생긴 풍조가 아니고 먼 옛날부터 있어왔던 일이겠지요.

2차대전의 영상기록들을 보면 장군들도 꽤 멋을 냈는데

영국의 몽고메리 원수는 베레모에 부대마크를 두개씩 달고 다녔고,

미국의 패튼 장군(사진)은 긴 부츠에 권총손잡이를 상아로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다림질 하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어서 상의 뒷주름은

부대별로 두줄부터 다섯줄까지 다양합니다. 꽤 숙련을 요한답니다.

전투복을 다림질하는 행위는 사실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야간에 야시경 장비로 보면 주름 선 부분이 흰 줄로 보여 위장효과가 떨어진다고

못마땅해 하는 지휘관도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다림질을 못하게 하기도 어렵습니다.

전투복이 곧 외출복이기 때문입니다. 동복 하복도 없는게 우리 군(일반 육군)의 현실입니다.

 

몇몇 특수부대(국방부, 육본, 해병대, 해공군 등)처럼 정복(외출복)이 지급되면

그리고 모양 좋고 가벼운 군화나 모자를 보급한다면

굳이 없는 돈 들여서 억지로 멋을 낼 필요성은 줄어들겠지요. 

당연히 국방부에서는 예산타령만 늘어 놓겠지만.

 

당시엔 귀했던 건빵바지 입고 폼 잡던 군시절은 별로 안 그리운데

나팔바지 입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여학생 앞을 지나가던 학창시절은 그립네요.

 

*구닌 : 군인의 장난스런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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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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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행복한여인 | 작성시간 09.08.20 아, 사제 군화도 있군요. 군에 대해 모르는게 많은데 반장아버님 덕분에 많이 배워요.
  • 답댓글 작성자수련 | 작성시간 09.08.20 사제군화는 제가보니 무거운 가죽이아니고 흔히들 말하는 레자라고 비날신이더군요 바닥도 물렁한게 엄청가벼워요 ...
  • 작성자코파도간지나 | 작성시간 09.08.20 휴가때마다 세탁소에 아들 군복을 맡기면서, 땀냄새가 날것같은 모자도 세탁해달랬더니 아들,,펄쩍 뛰더군요. 각 죽는다고,,ㅎㅎ . 잊지못합니다. 첫면회때 군복입은 아들모습이 얼마나 멋지던지,,, 지금은 더 쥑이지만,,ㅎ
  • 작성자상훈맘 | 작성시간 09.08.21 ㅎㅎㅎ....그래도 귀엽기만 합니다. 부디 건강히 2년간의 그 행복 만킥하고 전역하거라...아들들아~~~~^^
  • 작성자김영우(豫) | 작성시간 09.08.21 요즘 군인들 멋 내는건 일상 생활입니다,계급 바뀔때 마다 모자 새로 사고,,허리띠 장식하고,상병되면 가볍고 부드러운 사제군화는 필수랍니다,,저도 두 아이들 그런 모습보고 과거 우리 군생활 할때랑 비교하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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