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Khaosod English 2016-10-16 (번역) 크메르의 세계
[르뽀] 태국 국왕 사망 : "검은색 광기"로 변해가는 추모의 열기
Ultra-Royalists Guilt-Shame People Who Don’t Wear Mourning Black
기사작성 : Teeranai Charuvastra
(사진) 금요일(10.14) 검은 옷을 입고 방콕의 거리에 모여든 추모객들의 모습. 이들의 행색과 헤어스타일, 화장법, 악세사리, 가방 등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추모 인파의 주력이 중상류층 사람들임을 추정해볼 수 있다. (사진을 클릭하면 보다 큰 화면으로 살퍄볼 수 있다.) 방콕은 일국의 수도이긴 하지만, "태국의 대구"라 불릴만큼 수구 보수층 세력의 본향이기도 하다. [크세]
(방콕) --- 이전에 태국 사회를 양분화했던 색깔은 '노랑'(옐로셔츠: PAD)과 '빨강'(레드셔츠: UDD)이었다. 하지만 이제 태국이 추모기간에 들어감에 따라, 이러한 분열은 '검정'과 '비-검정'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과격파 추모객들이 공개석상에 검은색 옷을 입지 않은 사람들을 힐책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학대행위에 대한 보고는 목격자들과 SNS 계정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 국왕이 사망한 이후 민감성이 고조되는 시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푸미폰 국왕은 70년간의 치세를 통해 광범위한 존경을 받았다. 몇몇 외국 정부들은 자국민들에게 태국인들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요령 있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트렌드의 한 예가 '페이스북' 사용자 넝 띠온 쩡짜런차이꾼(Hnong Teeaun Chongcharoenchaikul)이다. 그는 토요일(10.15) 자신의 계정에 붉은 셔츠를 입고 쌀죽을 먹고 있는 한 남성의 사진을 게시했다(우측사진 참조). 그리고 이 남성이 서거한 국왕에 대한 존경심이 결여됐다면서 공격했다. 넝 띠온이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리자, 이 사진은 곧 소동으로 발전했다.
"당신 마음은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가? 당신이 집에서 나올 때 이토록 밝은 옷을 입으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것인가?"
그러자 사진 속의 남성은 이후 스스로 신상을 공개하면서, 자신이 금요일 하루 종일 국왕의 추모의례에 참석했었기 때문에 자기 집 주변 거리에서 허기를 빨리 채우기 위해 아무 옷이나 편한 옷으로 입었던 것 뿐이라고 밝혔다. 위니 타나윈(Winny Thanawin)이란 이 남성은 "#나의_잘못된_행동을_후회한다"(#IRegretMyWrongdoing)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그러자 넝 띠온은 위니에게 사과하면서 결국 자신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한편, "꾸왓 까이후워론"(Kuat Kaihuaror)이란 필명으로 유명한 만화가 나롱 짜룽탐촛(Narong Jarungthamchot)은 온라인 상에서 자신이 토요일 자신이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할 때 손님 2명이 자신의 회색 줄무늬 셔츠를 가리키면서 쉬쉬거리며 흉을 봤다고 전했다. 나롱은 그 사람들이 "제길, 저 사람은 아마도 태국인이 아닐 거야. 저 셔츠를 보라구" 했다는 말을 전했다(좌측사진 참조).
이러한 충돌은 현실에서도 벌어졌다.
토요일 밤 발생한 한 사건의 목격자는 자신이 '라차담는 대로'(Ratchadamnoen Avenue)에서 교통체증으로 멈춰서 있을 때 한 픽업트럭 운전자가 오토바이를 탄 택배기사에게 검은 옷을 입지 않았다며 소리치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다. 당시 해당 택배기사는 유니폼인 초록색 자켓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자 택배기사는 자신의 자켓 지퍼를 내리고 그 안에 검은색 셔츠를 착용하고 있음을 보여줬고, 픽업트럭 운전자는 만족한 표정으로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자 현장을 떠났다고 한다. 행여라도 후한이 있을까봐 익명을 요구한 이 목격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와, 내 말은 우리가 지금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말이다."
'태국 관광청'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발표한 성명서는 국장 기간 중 태국을 방문한 이들에게 문화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영국 및 호주 정부가 자국민들에게 제시한 태국 여행에 관한 조언들 역시 불경스러운 것으로 해석될만한 모든 행위를 피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태국에서 군주제는 언제나 민감한 주제였다. 왕족들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될만한 어떠한 토론이나 언급도 터부시될 뿐만 아니라, <왕실모독 처벌법>(형법 제112조)에 따라 금지돼 있다. 왕실모독죄 혐의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사안 한 건 당]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금요일(10.14) 밤, 태국 남부 휴양지 푸켓(Phuket)의 한 우유 가게 앞에는 대규모 군중이 운집했다. 이 가게 주인이 왕실모독죄 혐의가 짙은 발언을 온라인에서 했다는 것이다. 폭도들은 경찰로부터 해당 가게 주인을 기소하겠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해산했다. 유사한 사건은 토요일(10.15) 밤 [푸켓의 바로 인접 지방인] 팡아(Phang Nga)에서도 발생했다.
(사진) 팡아 시내의 한 로띠 가게에 몰려든 과격 왕당파 폭도들. 방콕이 "태국의 대구"라면, 말레이반도로 이뤄진 남부지방은 "태국의 경북"과도 같은 곳이다. 최근에 발생한 3건의 집단적 공격사건들은 모두 태국 남부에서 발생했다. 이 지역에 가면 왕족들의 초상화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이번에 "섭정"으로 임명된 '추밀원' 의장 쁘렘 띠나술라논 장군의 초상화까지 대로변에 입간판 형태로 세워져 있는 경우도 있다. [크세]
이러한 열광적 왕당주의에 대해, 일부 저명 논평가들과 유명 '페이스북' 계정들은 검은 옷을 입지 않은 이들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촉구하고 있다. 그들은 추모 의미를 지닌 검은색 옷을 입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갑작스레 고가로 치솟은 검은 셔츠 가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상인들은 평소 150~200바트 하던 검은 셔츠를 500바트(약 1만6천원)까지 올려서 팔고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 라타꼰 찐따니띠(Ratthakorn Jintaniti)는 9,700회나 공유된 게시물에서, 자신의 이웃에 사는 한 노점상도 검은색 옷을 살 여유가 없어서 검정 옷을 입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 중 한명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지금 모두가 마찬가지로 슬픔에 차 있다. 부자든 가난하든 이 일은 대단한 상실감이다. 일부 사람들은 검은 셔츠를 입어서 그 슬픔을 표현할 수 있지만, 일부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노력은 한다. 사람들마다 필수품은 다른 것이다. 단순히 그들이 입고 있는 셔츠의 색깔만 보고 누군가를 판단하지 말자."
정부 역시 이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 '상무부'의 한 관리는 토요일 보도진에게 바가지 요금이 최대 징역 7년형까지 처할 수 있는 범죄라고 말했다. 눈타완 사쿤타낙(Nuntawan Sakuntanaga) 국내상거래국장은 불합리하게 고가에 팔리는 검은 셔츠를 발견한 사람은 상무부로 고발해줄 것을 당부했다.
(동영상) 일요일(10.16) 꼬사무이에서 왕실모독 혐의로 체포된 여성이 국왕의 초상화와 군중들 앞에서 공개적인 사죄의 절을 하고 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아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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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조용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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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화면 : "[기사목록] 2016년 태국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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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울트라-노마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10.18 자유공포증(eleutherophobia)
노예생활을 하던 자에게 자유를 줘도 두려워하는 현상...
태국의 많은 국민들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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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Who am I 작성시간 16.10.18 그래도 구색을 맞추려고 오늘 센트럴 플라자 가서 검정색 폴로티 하나 사려고 했는데, 정말 구하기 힘들더군요. 결국 못샀다는. 특히 오늘은 서양인들까지 전부 검정색옷을 입고 각별히 조심하는 분위기더군요. 이곳의 정치권과 역사가 어디로 흘러갈진 모르겠지만, 딱 봐도 체감 경기가 바닥인 것 같네요. 왕위계승 이런 문제보다다 태국은 경제문제가 제일 심각해 보입니다. 차악이라도 그냥 친탁신 세력이 다시 집권하여 민주주의라도 단계적으로 발전해갔으면 하는게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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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울트라-노마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10.19 현지 소식 감사합니다..
분위기가 점점 경직돼 가는군요.. ㅠㅠ -
작성자은생 작성시간 16.10.20 길에서 40밧짜리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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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울트라-노마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10.20 그게 무슨 뜻인지요?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