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진행 상황
8월17일 발생한 방콕의 폭탄테러 수사는 답보 상태입니다만,
군정과 경찰은 로힝야족 강제송환 관련설 등
외국 테러조직의 관련성을 일찌감치 배제한 상태입니다.
일단 태국 당국이 현상금을 내걸고 배포한 용의자 몽타주는
"중동, 유럽인부터 시작해서 일본인이라 해도 믿을만한" 애매모호한 인물이 그려져 있었지요.
그러나 국제적으로 수사 투명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미국 정부도 수사 지원을 제안할 정도가 되자,
쁘라윳 짠오차 총리까지 나서서,
"미국의 장비 지원은 받되, 수사 요원은 필요없다.
왜? 여긴 우리나라니까."
라면서, 국제사회가 이번 수사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제부터는 경찰청장이 "범인이 외국으로 도망간 것 같다"는 둥의 말을 하여..
이전의 정치적 테러사건 수사 관행과 유사하게
"우리의 예상"대로,
이 사건이 영원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을 엿보게 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군사정권이 운이 좋아보입니다.
만일 희생자 중에 미국인이 있었으면
미국 법률에 따라 FBI가 독자적인 수사 보고서 작성하러 파견됐을텐데
미국인 희생자는 없었으니 말이죠.
폭탄테러 전후의 정국 : 군정의 정치일정에 드라이브가 걸렸다.
폭탄테러 전후로 펼쳐지는 정국 상황을 보면,
마치 작년(2014) 5월 22일 쿠데타 직후 며칠 동안 보였던 모습과도 유사하게
태국 군정이 일사천리로 여러 정치일정들을 전개시키고 있습니다.
먼저 폭탄테러 전날인 8월16일(일요일)에는
"시리낏 왕후 생일 기념, 어머니를 위한 자전거타기"(바이크 퍼 맘, Bike for Mom)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 행사에는 마하 와치라롱꼰 왕세자도 오랫만에 등장하여
기네스북에 세계기록으로 등재된 3만여명의 자전거타기 행렬 선두를 이끌었습니다.
(화보집) http://bangkokpost.com/photo/photo/657132/bike-for-mum-cyclists-gather
우리에게 익숙한 태국 수꼴 진영의 유명인들도 보입니다.
물론 행렬 선두는 마하 와치라롱꼰 왕세자(1952년생, 63세)였고요,
태국의 기득권 체제의 정점에 있는 원로들인 추밀원(국왕자문기구) 위원들도 보입니다.
중앙은 추밀원 의장 쁘렘 띠나술라논 장군(95세). 우측 끝은 전 총리 수라윳 쭐라논 장군(72세)
바로 이 행사가 있고 그 다음날(8.17 월) 오전에는
쿠데타로 실각한 태국의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보기 드물게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여러 건의 정치적 멘션을 올렸습니다.
주로 헌법과 민주주의에 관한 원론적 내용인데,
내용이 비교적 길 뿐만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민감해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참조)
- https://www.facebook.com/Y.Shinawatra
- http://www.khaosodenglish.com/detail.php?newsid=1439812783
그리고 "바로 이날" 오후에 라차쁘라송 사거리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물론, 이후로도 '사톤 선착장'에서 사상자 없는 폭발이 1건 더 있었고,
'전승기념탑' 주변에서도 폭발장치가 발견돼 해체됐습니다.
사건발생 다음날인 8월18일(화) 오후 3시,
마치 준비된 캠페인이라도 시작하듯이
"다 함께 더 강하게"(Stronger Together)라는 세련된 구호를 내세우고,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TV를 통해 "국민 단합"을 호소합니다.
이제 "애국" 선전선동이 시작된 것이지요.
이제 추모 물결이 애국 선전선동의 도구로 사용되면서,
태국에 관해 멋모르는 일부 외국인들까지
자신의 사회관계망에 "Stronger Together"라는 구호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사건발생 2일 후인 8월19일(수요일)
역대 국왕들의 거대 동상들을 모아놓은 후아힌의 애국공원 준공식이 예정대로 열립니다.
하지만 큰일을 당한 국가의 각료들치곤 모습이 너무도 평온합니다.
아마도 전두환 정권 때 동네 친목계 아줌마들 관광버스에 태워서
금강산댐 "안보 관광"을 시켜줬던 것과 유사하게,
군부대 내의 이 애국공원으로,
태국 군사정권이 앞으로 국민들을 관광버스에 태워 대규모로 참배 관광을 시키지 않을까
예상해보게 됩니다.
"애국! 애군! 애왕!"이니 말이죠..
물론, 그 사이 몽타주 용의자와 유사한 외모의 태국인들이
"저 아니예요!!"라면서 고생을 하기도 합니다.
관광객 안심을 위해
"총리의 명령"에 따라 파타야에서 검문검색도 강화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고고바"가 몰려 있는 방콕의 "써이 카우보이" 거리에서 경찰서장이 순찰 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대형 테러사건이 났는데도 경찰들의 복장이나 표정이 너무도 한가로와 보입니다.
마치 뭔가 좀 알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죠.
정말로 자신들이 알 수 없는 적성 테러가 발생하는 태국 최남단에 가보면..
경찰이나 군인들의 표정이 이렇게 변하죠..
아무리 외국인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라고 해도 저렇게 한가한 표정은 나올 수 없죠..
사건발생 3일 후인 8월20일(목요일),
태국 군발이 총리 왈,
"국왕 폐하와 왕후 폐하께서 성은을 내리시어,
방콕 폭탄테러 사망자 유족 1가구 당 9만 바트(약 350만원) 씩 하사하셨다.
그리고 꽃도 보내주시었다."
이제 본격적인 사회통합 작업이 시작되면서,
쿠데타 이후 최초로 개각을 단행하여 신임 각료 명단을 국왕 앞으로 제출합니다.
그리고 폭탄테러에서 부상당한 중국인 관광객을
"미스 타일랜드" 아가씨들이 병문안합니다.
군사정권답게 작전 완료 후 "위문" 공작에도 아주 신속합니다.
태국 추밀원(국왕자문기구) 위원들도
폭탄테러 부상 외국인 관광객들을 병문안하면서, 위문 공작에 동참합니다..
총리는 촌부리 도의 동물공원을 방문해 쇼를 하고...
쿠데타 군부인 '21연대'(왕후근위대) 파벌의 맡형님인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은
폭탄테러 현장에서 진행된 추모식을 주재합니다.
이날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범인을 잡는 수사보다는 민심 안정에 더 주력하는 양상입니다.
그리고 "추모 열기"는 "애국 열기"로 승화됩니다.
태국의 수꼴 진영과 미디어 산업은
뭐 이런 국가적 선전선동 작업을 위해서만 진화를 한 족속들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푸미폰 국왕 우상화 전략이 원래 독일 나치의 방법을 벤치마킹한 것이니 당연하겠지만서두..
하여간 이제 "다 함께 더 강하게"(Stronger Together)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참조: http://www.bbc.com/news/blogs-trending-33975039)
이런 로고도 나오고,
사건발생 4일 후인 8월21일(금요일)이 되면
태국 수꼴진영의 장기인 "애국선동+상업화" 능력을 발휘하여..
이제 이런 제품도 출시됩니다.
동원된 아이들은
"다 함께 더 강하게"(Stronger Together) 꼬리표가 붙은 비둘기를 날리고..
'맥도날드'를 비롯한 태국의 여러 기업 브랜드들이
정부의 선전 운동인 "다 함께 더 강하게"(Stronger Together)에 동참을 표시하면서,
자사 상품들을 무료 배포합니다.
이쯤되면 친-군부 애국주의 정서가 너무 고조되어
조만간 무슨 새로운 노래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이 태국 수꼴들이 워낙에 세련된 선전선동 기교를 가져서..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보다는 선전 테크닉이 한 50년쯤 앞서 있죠..
그래서 아마 "궐기대회" 같은 촌스러운 짓을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물론 태국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라서
조만간 이런 테크닉들이 수입될 가능성도 있다고는 봅니다만...)
뭐 이쯤 되면...
범인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방콕 폭탄테러를 통해
정치적으로 가장 이익을 얻은 집단이 누구인지만큼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태국 군사정권은 이미 몇 차례 야금야금 총선 연기 시한을 늘려오던 중이고,
경제성장률도 현저히 낮아지던 중이었습니다만..
테러 덕분에 당분간 무기한 선거를 늦추거나 경제가 좀 더 나빠져도 견딜만 할 것 같습니다.
폭탄테러 전후로 태국 군정이 보여주는 행보는
가히 "친위 쿠데타"라도 발생한 것 같은 양상이고,
정치적 드라이브도 신속하고 본격적입니다.
사건발생 5일 후인 8월22일(토요일)에도
애국 선동은 계속됩니다.
오전 6시55분부터
"런 프럼 유어 플레이스"(Run from your Place: 자기 집에서 달려가기) 행사가 개최됩니다.
(하여간 영어는 되게 좋아합니다.)
내국인, 외국인이 참가해서 폭탄테러 현장까지 달리는 것인데요..
태국 상황이 항상 그러하듯이, 다른 사진을 보면
이런 수꼴 행사에 멋모르고 참석한 외국인은 여기서도 보입니다.
사건발생 6일 후인 8월23일(일요일)
이제 군정은 본격적인 정치일정을 진행합니다.
먼저 군사정권의 새로운 내각이
'시리랏 병원'에서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에게 신고식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헌법초안위원회"(CDC)가 "국가개혁회의"(NRC: 입법부가 아닌 개헌만을 위한 자문기구)에
신헌법 초안을 넘겼습니다.
(참조: https://twitter.com/ultranomad1/status/635480350102163457)
새로운 주사위가 던져진 셈이지요..
이상 방콕 폭탄테러를 전후한
일주일 동안의 진행상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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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울트라-노마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8.24 수류탄은 방콕과 코랏에서 각각 발견됐다는군요..
http://bangkokpost.com/news/crime/667192 -
작성자울트라-노마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8.24 태국 경찰청장(은퇴 예정자),
"방콕 폭탄테러 범인은 이미 해외로 탈출했을 것" 공식 선언.
이로써 일주일간의 드라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중.
군사정권의 자작극에 더욱 무게를 부여할 수 있다고 봄.
http://www.khaosodenglish.com/detail.php?newsid=1440401187 이미지 확대 -
작성자울트라-노마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8.24 태국 군사정권 쁘라윳 짠오차 총리 동생인
쁘리차 잔오차 중장이 대장으로 승진 국방위 상임사무총장에 임명됐습니다.
예상했던 일이죠..
태국 군 및 경찰 수뇌부가 9월30일 교체되므로,
그때까지는 태국 방문자들이 소소한 폭발사건에 대한 경계가 필요합니다.
http://www.nationmultimedia.com/breakingnews/Prayuts-brother-to-become-permanent-secretary-for--30267311.html -
작성자울트라-노마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8.24 몇몇 도청 등 태국 정부 관련 사이트 6곳이
자칭 "튀니지의 무슬림 단체"라는 해커들에게 해킹당함.
진실은 알 길 없고..
http://www.bangkokpost.com/news/security/667132/govt-websites-hacked-by-islamic-group -
작성자난파 작성시간 15.08.25 테러 이후 태국 지도부의 대응에 대한 요약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