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004년에 KTX 개통으로 전면적으로 시행했다가 3개월만에 열차운행시각을 완전히 백지개정한 사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단편적인 자료와 분석으로 이런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이 열차운행계획업무 경험자로서 정말 안타깝습니다.
일반열차가 KTX로 100% 전환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그런 계획은 존재할 리가 없습니다.
일단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근거로 시작하여 하나씩 논리를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1. 주요역 별로 일반열차의 승차객 비중은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 주요역이라면 서울 대전 동대구 부산 의 승하차 인구수를 보신 듯한데 KTX가 운행되기 전 과 후는 차이가 나는것이 당연한겁
니다. 그 수많은 KTX열차가 생기고, 반대로 그 많던 일반열차들이 없어졌기때문에 나타난 수치라고 접근을 해야겠지요.
2. 고속선과 기존선은 병주(騈走:나란히 달림)한다?
→ 지금은 그런 주장이 뜸하지만 KTX 개통 초기에 KTX지상론자들은 고속선과 기존선이 병주하며, 비슷한 철도환경의 다른 나라
에서는 고속열차와 일반열차가 전구간 함께 달리는 일이 없으므로, 병주구간의 일반열차는 모두 폐지해야 한다 라는 주장이 있었
습니다. 일견 맞는말 같지만 사실 이 말은 우리나라 철도환경과 전혀 맞지 않는 말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고속선과 기존선이 병주하는게 아니라 시종착역만 같고 대전 동대구에서 잠시 만나는 두개의 독립된
별개 노선 으로 보는것이 타당합니다. 일본 신칸센 사례를 보면 (다른분들이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또는
오사카에서 하카타까지 가는데 역이 수없이 많이 존재합니다. 이 역들의 특징은 기존선 역과 직접 연결이 되는 경우 또는 앞에 '신
(新)'자를 붙여 기존선이 지나는 지역에 새로운 역을 추가한 경우입니다. 즉 기존선의 웬만한 지역을 고속선이 다 훑어주고 있습니
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속선은? 그나마 억지로 기존선 지역을 지나가는 척 하며 만든 천안아산 김천구미 역 빼고는 기존의 경부선과
완전 다른 지역을 경유하고 있지요 2단계 개통구간은 아예 경주 울산으로 돌아가버리므로 더욱 심하고요.
차라리 전 열차를 KTX화 하여 일부 기존선을 경유하는 식으로 열차를 많이 투입하자 라는 주장이였다면 어느정도는 타당할 수 있
었는데 기존선을 1mm도 지나지 않는 고속열차만 필요하다고 써놓으니 참 할말이 없습니다.
3. 기존선 열차는 대전 동대구에서 끊어야 한다?
→ '해봤더니 완전 말아먹었다' 라는 사실은 댓글로 많은 분들이 지적해 주셨고 저역시 앞서 밝힌바와 같이 불과 시행 3개월만에
모든것을 백지화하고 새 판을 짠 사실에 대해 언급을 했습니다.
제가 되려 묻고 싶습니다. 왜 대전 동대구에서 끊어야 하는지요?
설사 일반열차가 대전 동대구에서 연계 환승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해도 (실제로 일반열차의 역할은 그 방향으로 많이 전환됨)
그냥 서울-부산 쭉 달리면서 하면 안되는지요? 서울-부산을 전구간 굴리는 것의 비효율은 그다지 없는 반면 대전 동대구에서 짜르
게 되면 그로 인한 문제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선로 점유시간이 길어 열차운행효율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승무
원 교대 또한 서울-부산 1회에 할수 있는것을 무조건 2회에 해야 하니 비효율적인 인력운용이 됩니다. 그리고 대전 동대구역은 앞
으로 고속선 도심구간 공사가 끝나 KTX와 일반열차 선로가 완전히 분리가 되면 열차의 시종착 처리가 아주 어려워집니다. 그나마
대전역은 바깥쪽이 고속선, 안쪽이 기존선이고 가운데 시종착 홈이 생기지만 동대구역은 그 반대로 바깥쪽이 기존선 안쪽이 고속
선이여서 시종착 처리를 하려면 고속선을 지장을 줘야 하는 구조입니다. 운용효율 면에서 좋은점은 커녕 비효율 요소만 가득합니
다.
그리고 이런 실무적인 문제보다 더 우선적으로 중요한것은, 일반열차 승객의 이동동선은 대전 동대구에서 반드시 끊어지지 않는
다 는 점입니다. 천안에서 영동 가는 승객, 조치원에서 옥천 가는 승객, 구미에서 구포가는 승객, 이런승객들은 어떻게 해야 하죠?
심지어 도시규모나 이용객 수가 상당히 높으면서 현재 고속선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수원-구미 구간은 KTX 개통전이나 지금이
나 일반열차밖에 이용할수 없는 구간인데 대전에서 끊어놓으면 어떻게 할지요? 대전 종착열차 도착시각과 대전 시발열차 출발시
각을 가깝게 하면 될까요? 그럼 그럴바에 그냥 한 열차로 내려보내면 될걸 뭐하러 열차를 두대를 굴려서 철도운영자도 피곤하고
승객도 피곤하게 만듭니까?
기차를 평소에 얼마나 자주 이용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일반열차 자리 구하기 요즘 정말 어렵습니다. 이 많은 승객들이 대전이나 동
대구에서 썰물처럼 쫙 빠져나가고 또 새 손님들이 대전 동대구에서 밀물 들어오듯 들어오면 좋겠으나 실제로 절반 가량 승객은 물
갈이가 되지만 시간대나 행선지에 따라 (대전이나 동대구 역에서) 안내리고 그대로 앉아있는 승객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건 좀 정성적인 부분인데 일반열차 중장거리 승객 생각보다 많습니다. 서민 드립 운운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만 현실적
으로 KTX 운임이 충분히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돈을 더 주고 빨리가는 시간을 산다 물론 맞는 이야기입니다만 솔직히 그렇게
따지면 이세상에 돈으로 안되는게 어딨습니까? 여름에 돈들여서 에어콘 빵빵하게 틀어놓으면 땀흘릴일 없고, 버스타고 가면 걸어
야 하고 서서가야하고 다리아프니까 돈들여서 택시타고 가면 되고, 여행가서 좀더 쾌적하게 자고 싶으니 싸구려여관 대신 호텔에
서 자면 됩니다. 돈 들이면 좋은거 누가 모릅니까 그런데 문제는 시간은 많고 굳이 시간을 아낄필요 없으면서 돈이 없는 사람 은근
히 꽤 많습니다. 주로 용돈 쪼개 생활하는 대학생이라던가 .. 사실 요즘 무궁화호 서울-부산 소요시간이 대략 5시간 20분 정도인데
이정도면 굳이 나쁠것도 없어서 장거리 이용객이 제법 있는 편입니다
(참고로 KTX 생기기 전에도 원래 서울-부산 전구간 이용객은 별로 없었습니다. KTX가 신규 이동수요를 창출한 부분이 크죠)
결론:
차라리 기존선을 각각 서울-대전 대전-동대구 동대구-부산 구간별로 운행하는 KTX를 많이 투입하자고 했으면 그나마 같이 생각
해볼 여지는 있었을뻔 했는데, 기존선은 1mm도 운행하지 않으면서 일반열차는 대전 동대구에서 짜르자고 하시다니 그냥 긴 말할
필요없이 한국철도 이만 문닫읍시다 라고 말씀하시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생각까지 듭니다.
좀 더 객관적이고 근사한 글을 스려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대강 쓰고 줄입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김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3.11.23 ITX새마을 어느새 2편성도 들어왔나요? 지금 시운전은 길들이기 시운전이라 운행시간과는 무관하고 특히 현재 STM모드(ATS모드)로 운행중이기때문에 비현실적인 소요시간이 나옵니다. 즉 ATS로만 가면 현 새마을호 소요시간보다 30분정도 단축할수도 있었는데 문제는 영업운행시 ATP Level-1 으로 운행해야 하고 Level-1은 제약이 많아 운행시간을 쥐어짜지 못합니다 게다가 통과사고 방지를 위한 정지정위(정차역의 출발신호를 열차가 도착할때까지 정지신호로 유지) 시행을 앞두고 있고 이 또한 속도향상에 걸림돌이 됩니다 대강 예상컨대 4시간 30분대는 무난히 나올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하는 불가능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제이피모건 작성시간 13.11.23 얼마전에 전두부에 02라고 붙은 편성을 봤습니다. 근데 신호체계 문제라든가 정지정위 시행이 예정됐다면 정차역은 지금 수준으로 가야되는 상황에서 속도로 승부해야되는 itx새마을 입장에선 문제가 되겠네요.
-
답댓글 작성자제르모스 작성시간 13.11.23 11월 12일날 #7832로 대전조차장까지 자력으로 올라왔습니다.
-
작성자Lyubishev 작성시간 13.11.25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카고리카 작성시간 13.11.25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