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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민선 3기 이명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 교통시스템 개편계획'을 발표하였고, 현재도 꾸준히 추진중이다. 계획의 초점은 자가용에 의한 도로교통 위주의 개인교통을, 버스와 지하철 중심의 공공교통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는 나날이 심각해져가고 있는 서울의 교통난의 원인이, 지나치게 많은 승용차 때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적절한 선택이다.
특히 서울시는 종래의 지하철이 너무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피한다고 인식하고 지하철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 급행운행체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우선 3호선에 격역정차 운행방식을 도입하고, 신설되는 9호선에는 대피선을 설치하여 환승역만 정차하는 급행열차를 운행한다고 하는데, 이들은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생소한 운행방식이라, 많은 사람들이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서울시에서 도입하려는 급행열차 운행방식 중, 격역정차 방식을 자세히 분석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우선 먼저 알고 가야 할 용어가 있는데, '표정속도'라는 용어이다. 지하철 열차가 운행을 할 때는 많은 속도들이 존재한다. 어떤 구간에서 가장 빨리 달릴 때 기록되는 최고속도가 있을 수 있겠고, 역을 출발할 때나 도착할 때는 속도가 낮으므로, 이것을 감안한 평균속도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표정속도란, 어떤 운행구간에서 운행한 거리/운행한 시간(역에 정차한 시간 포함)이 된다. 따라서 최고속도를 높여서 운행하면, 운행한 시간이 줄어들므로, 표정속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여기서 운행한 시간에는 역에 정차한 시간도 포함되므로 굳이 최고속도를 높일 필요 없이 역을 정차하지 않고, 무정차로 통과해도 표정속도가 올라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러한 표정속도는 승객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속도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 서울의 지하철은 모든 열차가 모든 역에 정차하는 '각역정차' 운행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도심권 지하철에 적합한 방법이다. 즉, 승객들이 긴 거리를 이용하지 않고, 어느 역도 모두 중요한 역일 때 유용하다. 하지만, 승객의 지하철 이용거리가 길어지면, 모든 역에 정차하면서 운행하는 방식은 너무 지루하고, 표정속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열차만 운행하지 말고, 일부 중요한 역에만 정차하는 급행열차를 운행할 수 있다. 그러나 급행열차는 표정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완행열차 뒤에서 따라가고 있는 급행열차는 결국 완행열차를 따라잡게 되고, 특정한 역에서, 완행열차를 추월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이를 위해서는, 이러한 특정한 역에 선로 하나를 더 설치해야 한다. 이를 대피선이라고 부른다(완행이 급행을 대피한다는 뜻; 급행이 완행을 추월한다는 의미에서 추월선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지하철들은 이러한 대피선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대피선을 신설하는 공사를 하려고 해도, 이미 완성된 지하구조물에 추가 공사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대피선을 필요 없게 하면서도 급행열차를 운행하려면 종래의 모든 완행열차를 동일하게 일부역 통과 열차로 바꾸면 된다. 이 경우, 모든 열차에 대해 표정속도가 동일하게 증가하므로, 서로간의 추월,대피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통과하는 역은 더 이상 영업을 못하게 되므로, 이를 막기위해서 열차들이 서로 교대로 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A형 열차는 홀수번호 역에만 정차하고, B형 열차는 짝수번호 역에만 정차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바로 '버스 청홍정류장 제도'와 동일한 것이다. 80년대 서울 종로에는 버스 청홍정차제도가 있었다. 즉, 같은 번호의 버스라도 빨간 번호 버스는 종로 1,3,5가에만 정차하고, 파란번호 버스는 종로 2,4,6가에만 정차하는 것이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로, 열차의 종류를 2개로 나누어서, 서로 교대로 정차를 시키면 이론적으로 열차의 표정속도는 2배가 된다. 획기적인 속도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조건 교대정차를 할 경우, 특정 역에서 특정 역으로 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짝홀정차를 할 경우, 1번역에서 4번역으로 갈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간 중간에 중요한 역은 두 열차가 모두 정차하게 된다.
따라서, 정차역이 “1-2-3-4-(공통정차역1)-5-6-7-8-(공통정차역2)-9-10-11-12”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면 홀수역끼리 가는데는 문제가 없고 1->6을 간다면, 공통정차역에서 한번 갈아타면 된다. 만일 1->4를 가려면 공통정차역1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그냥 포기해버리는 방법도 있다. 즉 1->3까지 이용한 후 4까지 걸어가거나, 버스를 한번 더 타야 할 것이다.
이는 모든 승객에게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공공성 관점에서는 잘못된 것이지만, 표정속도 향상으로 열차에 타고 있는 더 많은 승객에게 혜택을 준다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옳은 판단인 것이다.
서울지하철 3호선 구간 중 도곡~수서 구간을, 예를 들어 한번 살펴보자.

분당선 환승역이라 중요한 역인 도곡과 수서를 공통정차역으로 둔다면, 이 구간에 격역정차제를 도입할 때, 홀수형 열차는 대치-대청만 정차, 짝수형 열차는 학여울-일원만 정차 하는 방식이 된다. 열차는 이 구간을 이용하면서 역 당 1분씩 총 2분을 절약하게 된다.(역간 거리가 1~2km로 계속 반복되는 노선에서는 1역 통과시 1분 절약한다고 보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운행방식에서는 대치->학여울 간 이용승객은 이용이 불가능하지만, 워낙 역간 거리가 짧아 (800m) 실제 전철 이용객이 적으므로 무시가 가능하다.
위와 같은 경우 열차에 탑승한 승객입장에서는 2분을 절약하게 되는데, 이 구간에서 열차를 타야 하는 승객입장에서는 어떻게 될까? 3호선은 러시아워에 열차가 3분 간격으로 운행하므로, 승객이 임의적으로 역에 도착한다면 평균 1.5분을 기다려야 한다. (운 좋게 도착 즉시 열차가 온다면 대기 0분, 운 나쁘게 도착 직전 열차가 출발했다면 대기 3분, 따라서 평균 1.5분)
그런데 짝홀형태의 격역정차제를 하면 전체 열차 중 절반은 통과하므로, 평균대기시간 2배가 되어, 1.5분이 증가한다. 하지만 격역정차제를 함으로써, 자기가 도착하는 곳까지, 2역 이상만 통과한다면 2분 이상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이익이 된다. 3호선 북부구간처럼, 신도시와 연결되어, 운행거리가 긴 경우, 그 좋은 효과는 더 커진다.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 격역정차제의 장점
1. 열차의 표정속도 향상으로 열차에 탑승하고 있는 승객의 시간절약 2. 표정속도 향상으로, 수송력 증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동일한 크기의 두개의 파이프에 각각 물이 흘러가는데, 빨리 흘러가는 물과 느리게 흘러가는 물을 모아보면, 당연히 빨리 물이 흘러가는 파이프에서 더 많은 물(승객)이 나온다. 결국 열차를 급행으로 운행할수록, 수송력이 증가하게 된다.) 3. 결과적으로 지하철의 수요 증가 및, 수송효율 증대
● 격역정차제의 단점
1. 목적지에 가는데 공통정차역에서 한번 갈아타는 경우가 발생 2. 공통정차역 안쪽에 있는, 다른 유형의 역은 가기 힘듬(역방향 환승 필요) 3. 열차대기시간의 증가(하지만 주행시간 감소로 상쇄가능)
결국 격역정차제는 단거리 승객보다 장거리 승객을 우대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까지가 격역정차제의 기본인 짝홀 정차방식인데, 짝홀정차의 큰 문제점은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유형의 역에 못 가는 문제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원하는 역을 가기 위해, 공통정차역에서 갈아타는 문제)
하지만 사실 격역정차제는 그 방식이 무궁무진하다. 열차의 종류를 더욱 다양화 할 수 있고, 정차역 조합을 더 다양하게 해서 서로 못 가는 곳이 없도록 할 수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짝홀제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그것은 열차가 “2역 정차 후 1역 통과” 하는 방식으로 운행하고, 이러한 3가지 유형의 열차를 반복하여 운행하는 것이다. 첨부된 그림을 보면, 서로간에 못 가는 역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자료그림: 서울시 교통국)

이것은 자신의 역에 3개 유형의 열차 중 2개 열차가 정차하는데, 이 두개 유형의 열차가 모든 역을 커버하기 때문에 가능하다(짝홀제에서는 절반만 커버한다). 하지만 “2정차, 1통과 방식”의 문제점은 2역 중 1역 통과가 아니라, 3역 중 1역 통과라서, 시간단축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고,(50%->33%) 자신의 역 기준으로 볼 때, 열차가 도착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즉 1,2열차가 정차 후, 3열차가 통과한다면, 1-2열차 사이의 간격보다, 2-1열차 사이의 간격이 더 큰 것이다. 또는 공통정차역처럼 중요한 역은 모두 정차하고 보통역은 일부열차만 정차한다는 기본 철학을 무시하고, 이용객이 많은 역조차 일괄적으로 3개 열차 중 2개 열차만 정차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실제로 수서~종로3가간에 이 방식을 적용하면, 7분 단축이 된다. 대신 러시아워 때의 대기시간은 평균 1.5분에서 평균 2.25분으로 증가한다. 45초 손해를 보고, 7분을 줄였으니 6분 15초를 단축하게 된다. 이 6분 15초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원래 각역정차 방식의 완행운행시, 수서~종로3가간에 39분이 걸린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16%나 감소되는 것으로서, 시간상으로 상당한 이익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격역정차는 대피선 건설이 어려운 지하철 구간에 도입할 수 있는 급행열차 운행방식으로서, 열차간 속도차이가 나는 완급혼합방식과는 달리, 모든 열차에 대해 동일하게 속도를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역에서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지만, 긴 거리 이용승객의 경우, 주행시간 단축효과가 있어서, 장거리 승객을 우대하는 정책이다. 가까운 역간의 이동의 경우, 큰 효과를 못 보므로 장거리 대규모 수송수단 이어야 하는 지하철의 사명에 더 적합한 운행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의 대중교통망은, 지하철이 장거리 간선을 맡고, 버스가 중단거리 지선을 맡아서, 서로간의 위계질서를 갖고, 서로 협력하는 방식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서로 경쟁을 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추진중인 지하철 격역정차제는, 열차의 표정속도를 향상시켜 장거리 교통수단으로서의 지하철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주행시간도 단축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우진 ian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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