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독일의 부퍼탈 시에서 선보인 모노레일이란 도시교통은 도로교통에 지장을 주지 않고, 점유면적이 작으며, 급곡선과 급경사에서도 안정적인 승차감을 자랑하며, 점유면적은 작으면서 지상으로 달리기 때문에 도시경관면에서 우수한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하철로 수송하기에는 수요가 적고, 버스로 수송하기에는 수요가 넘치는 어중간한 이동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한때 미래를 선도할 신교통 수단으로 주목받았지요.
그러나, 철도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모노레일의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경전철 수단들이 등장하여 모노레일은 "어중간한"교통수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미래교통수단으로 주목받았던 모노레일의 위치도 위협을 받게 되었고, 모노레일은 아니지만 일본의 도카다이 신교통의 피치 라이너 처럼 역사에서 사라진 경전철도 생겨났습니다.
일본 아이치현의 도카다이 신교통에서 운행했던 경전철 피치 라이너
무개념 도시개발계획, 예상을 뛰어넘은 건설비와 운영비, 저조한 이용수요로 끝내 폐선되고 말았습니다.
2006년 9월 30일의 마지막 운행때만 만원을 기록했으니 말 다했지요.
그런데, 도카다이 신교통의 피치 라이너의 뒤를 이을 자가 있었으니, 바로 호주 시드니에서 운행하는 시드니 모노레일(Metro Monorail)입니다.
호주 시드니 모노레일의 개관
시드니 모노레일은 달링하버 모노레일, 메트로 모노레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총 연장은 3.6km이고 8개 역이 루프 형태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모노레일의 영업 시작일은 1988년 7월 21일이었고 네덜란드의 우정공기업인 TNT N.V가 공사를 맡았으며 모노레일의 시설은 시드니 교통국(뉴사우스 웨일즈 정부 산하)에서 관리하고, 모노레일의 운영은 베올리아 트랜스포트에서 담당하는 형태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지어지는 민간 도시철도와 유사한 형태이지요.
3.6km의 시드니 모노레일을 한바퀴 도는 데에는 약 12분이 걸리고, 시간당 5,000명의 승객들을 수송할 수 있습니다. 루프형태의 8개 역은 시드니 컨벤션센터, 차이나타운, 월드스퀘어, 달링 공원 등의 관광명소가 있어 제법 인기가 있지요.
폐선예고의 시작 - "왜 태어났니?"
아래의 동영상은 시드니 모노레일의 주행 모습입니다. 시드니 모노레일이 경유하는 주요 역들을 앞에서 찍은 건데요. 동영상으로 보면 제법 도시를 달리는 멋진 교통수단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위의 동영상, 그리고 여태까지 제가 소개한 글과 사진만 보면, 시드니 모노레일이 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서 제법 훌륭하게 기능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시드니 모노레일은 폐선될 수 밖에 없는 엄청난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즉, "도시교통으로의 존재 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만든 노선" 이기 때문이었지요.
도시교통수단은 내 혼잡한 도로교통을 대중교통으로 유도시켜 도시 내의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해야 함은 물론, 도시로 출퇴근하는 통근자들을 저렴하고 빠르고 안전하게 모셔다 줘야 합니다. 그리고 건설비와 운영비도 저렴하면 좋지요. 그런데 시드니 모노레일은 이러한 철학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시드니 모노레일을 왜 만든 것일까요?
1988년은 제임스 쿡 선장이 호주대륙을 상륙한지 200년이 되는 해였고, 이에 걸맞는 "과시목적의 건축물"이 필요했기 때문에, 모노레일을 지은 것이었습니다.
"우리 나라 탄생한지 200년인데 뭐 거창한거 없을까?" "모노레일이라는게 있던데 그거 멋있더라?" "요시! 시드니에 짓자!" 이렇게 비극은 시작된거지요.
허세에 집착하다 망각해버린 교통수단으로서의 가치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단순 "허세"용으로 계획된 시드니 모노레일은 시작부터 삐걱거렸습니다. 1988년 7월 26일의 제임스 쿡 선장 상륙기념 200주년 행사에 맞춰 무리하게 계획되고 공사되고 개통준비를 하다 보니, 7월 21일의 개통식 역시 반쪽짜리 개통이었습니다.
하버 스트리트 역과 마켓 역의 경우 개통 된지 한참 뒤에 완공되어 손님들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통 2년 후가 되자 예상 수요의 50%를 밑도는 처참한 영업실적을 내고 거하게 적자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랬을까? 바로 아래의 노선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붉은색 선이 모노레일의 영업 구간인데요. 시드니 모노레일은 관광객들에게 "허세"를 표출하고 싶었으면서, 정작 어떻게 관광객들에게 허세구경을 시켜줄 지 생각을 하지 않았던겁니다. 남쪽의 센트럴 역, 그리고 더 남쪽에 있는 시드니 국제공항과 접속하여 이용객들이 자연스럽게 모노레일로 갈아타게 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시드니의 가장 멋진 구간만을 뱅뱅 도는 구간을 영업노선으로 설정한 것이지요. 관광객들이 알아서 모노레일을 타러 올 것으로 생각했나 봅니다.
게다가 설정된 운임 역시 너무 비쌌습니다. 개통 당시에는 $1가 부과되었지만, 2012년 현재 1회 이용시에는 $5 가 부과되며, 하루종일 탈 수 있는 모노레일 일일 패스가 $ 9.8 지만, 시드니의 노면전차와 환승이 되지 않습니다. 시드니 노면전차까지 통합 이용하려면 $15 를 내야 합니다. 하도 기가 막혔던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어느 기자가 작년 3월에 시드니 모노레일의 운임을 킬로미터당 운임로 나눠 봤더니,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킬로미터당 운임보다 비싸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명품 유럽대륙 관광열차이지이요.
허세에 집착, 높아지는 운임, 잇다른 사고....... 그리고 경제적인 노면전차의 등장
설상가상으로 2010년 3월 18일에는 모노레일이 서로 충돌하는 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이게 처음이 아니었다는 것. 유사한 사고가 1998년에 있었고, 시드니의 지역 언론에서는 모노레일의 안전성에 대해 끊임없이 의구심을 제기해 왔었지요. "사고가 안 나는게 신기할 정도였다."라고 언론에서 평했을 정도면 꽤 부실하게 운영해온 것 같단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나, 시드니 모노레일의 호흡기를 단번에 떼버릴 최종보스가 나타났으니.... 바로 1997년부터 운행을 개시한 시드니 노면전차였습니다.
앞서 제가 보여드린 지도에서 파란색 선이 시드니 노면전차인데요. 단순 허세용으로 탄생한 시드니 모노레일에 비해, 시드니 노면전차는 시드니의 중심부와 교외를 연결하는 도시교통수단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시드니 노면전차는 시드니 도심에 위치한 센트럴역과 교외의 릴리필드까지의 7.2km를 연결하고 있으며, 기점인 센트럴역에서 종점인 릴리필드까지 이용하는 데 드는 운임은 편도 $4.5, 왕복은 $6 로 모노레일보다 훨씬 저렴했습니다. 게다가 일부 구간은 모노레일과 겹치기도 했는데(컨벤션역~패디스 마켓) 이 역시 편도 운임이 $3.5로, 모노레일 타느니 편안하게 도시 경관을 감상하며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노면전차로 관광객들이 몰리게 된 거지요. 통근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센트럴 역에 정차하고 있는 시드니 노면전차의 모습. 시드니 센트럴 역은 호주내 14개 간선철도의 시발지 혹은 경유지입니다.
도시교통설계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교통 허브(Hub)이기도 하지요.
게다가, 뉴사우스 웨일즈 지방정부에서 노면전차와 모노레일 양자의 채산성을 각각 비교해 보니, 노면전차가 모노레일보다 40% 이상 건설비와 운영비가 저렴하고, 미래에 대비한 확장성 역시 탁월하다란 결론이 나왔습니다. 결국, 뉴사우스 웨일스 정부는 시드니 모노레일을 2013년 6월 30일까지 운행하고 폐선하는 것으로 결론내리고, 모노레일 철거 입찰을 냈습니다.
반면 노면전차는? 노면전차는 1435mm의 표준궤 궤간을 사용해(봄바르디어 Variotram) 유휴 철도노선의 개량으로도 직통운전이 용이하였기 때문에 현재 릴리필드에서 보다 서쪽인 덜위치까지 연장공사가 진행중에 있습니다. 게다가 센트럴 역에서 남쪽에 위치해 있는 시드니대학교까지 노면전차 노선을 연장시키는 계획이 구상중에 있을 정도로 시드니 노면전차는 시드니를 대표하는 도시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시드니 모노레일의 실패가 주는 시사점
시드니 모노레일의 개통 당시, 뉴사우스 웨일즈 정부의 공공근로부(Labor public works)장관이었던 로리 브레이튼(Laurie Brereton)은, 시드니를 위한 훌륭한 재산이다(Great assets for Sydney)란 찬사를 했지만, 지금은 뉴사우스 웨일즈 정부가 철거용역을 맡을 업체를 선정해야 할 정도로 시드니 그리고 뉴사우스 웨일즈 정부의 크나큰 골칫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시드니 시민들 사이에서도 시드니 모노레일의 실패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공공재인 대중교통수단을 민간에 위탁 운영해서가 아닐까?" "이용할 필요가 느껴지지 않아서?" "등의 반응이 나왔지만, 제가 보는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대중교통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지 않은 채 보여주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입니다.
시드니 모노레일이 오사카 모노레일처럼 대도시와 위성도시를 잇는 통근목적에 충실하고, 관광목적을 이차적인 목적으로 잡았다면 어땠을까요? 즉 시드니를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 비지니스 이용객의 수요를 잡기 위해 남쪽의 시드니 국제공항, 센트럴역, 시드니 도심부를 잇는 9자 형태의 노선을 놓았으면 시드니 모노레일은 모노레일의 또다른 모범 사례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관광과 통근 두개를 잡은 모노레일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이는 사후약방문일 뿐입니다.
오사카공항~만박기념공원~카도바시를 연결하는 총연장 23km의 오사카 모노레일선.
추후 사카이 등으로의 연장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대형전철이든 중량전철이든, 경전철이든 간에 도시교통수단을 설정할 때에는 도시교통수단이 커버하는 범위의 과거, 현재, 미래 수요를 철저히 분석하고 채산성, 지자체나 철도사업자의 재정적 여건을 따져 적합한 노선과 적절한 교통수단을 선정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도카다이 피치 라이너, 시드니 모노레일의 뒤를 잇게 되는 것이지요.
글을 끝맺으며, 시드니 모노레일의 뻘짓을 계승하는 후계자는 누가 될까요?
제가 볼때는 월미은하레일이 될 거 같습니다.
-출처-
관광객들이 운임의 덫에 빠졌다!
시드니 교통국
이게 시드니 모노레일이다 - 교통당국자들이 우려하는 가장 바쁜 도로 위에서 충돌사고가 발생
2013년 모노레일 폐지 - 뉴사우스 웨일즈 교통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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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GE C44-9 작성시간 12.10.09 최근 여기저기서 경전철 계획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사례로군요.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다시는 월미은하레일같은 사례가 없도록 노선 선정이나 건설형식, 사업자 선정 등을 규모있게 하고 지역 이기주의나 이해득실을 철저히 배제해야 하겠습니다.
저는 겉만 번지르르한 경전철 보다는, 차라리 표준궤 트램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특히 트램-트레인은 일반철도와 직결운행도 할 수 있는데다 건설형태의 선택지도 넓은 만큼 비용면이나 사업면에서 훨씬 위험이 덜하죠. -
답댓글 작성자Imperator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10.09 독일의 중소도시들에서 운행되는 트램들이 일반철도 직결운행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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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5호선 고덕역 작성시간 12.10.10 표준궤 쓰는 리니어모터한테 결국 발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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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KORAIL 녹천승무&정읍역 작성시간 12.10.10 남의 일 같지 않은 인천월미모노레일 이네요~ 근데.. 대구 3호선도 모노레일 형식으로 건설한데는데..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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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대구선 복선전철~ 작성시간 12.10.10 대구3호선은 목적 자체가 다르니 그럴일은 없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