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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지하철은 무료가 아니다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 등 소위 선진국이라하면 우리와는 무언가 특별하고 대단하다는 인식을 하곤 한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
특히 중도에 실명을 하게 되면서 사회복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선진국의 복지 제도를 부러워만 했다.
그런데 내가 실제로 일본에 살게 되면서 느낀 것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만 조금 우리와 다르다면 앞선 기사에서 말한 것처럼 ‘세심함‘이 우리 보다 낫다거나 ‘장애인이 느끼는 필요를 실제적으로 복지 정책에 반영한다고 할까?
나 같은 시각장애인은 지하철이나 전철을 주로 이용한다. 버스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일본의 경우는 버스가 더욱 편하다.) 지하철이나 전철은 역까지 가는 길만 알고 있으면 시각장애가 있더라도 혼자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 시내에는 그야말로 지하철과 전철(이하 ‘전철’로만 표기)이 거미줄처럼 깔려 있다. 대략잡아도 30 개 노선 이상이 도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처음 일본서 전철을 타면서 놀랐다. 한국의 경우 장애인에게 지하철은 모두 무료이기 때문에 당연히(?) 일본 전철도 무료인줄 알았다.
그런데 무료가 아니다. 아니
“이럴수가? 선진국이라는 일본의 장애인에 대한 복지가 이정도밖에 안되나?”
하고 놀랐다.
한국은 장애인 본인 뿐만 아니라 1-3급의 중증 장애인에게는 동반인도 무료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 모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일본의 경우 장애인과 동반하는 사람은 무료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동반인과 동승하는 경우에는 두 사람 모두 반액표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동반인의 요금은 무료라는 효과가 있다.
(도쿄의 경우 전철은 크게 우리나라의 철도공사에 해당하는 ‘JR’과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사철’ 그리고 지하철인 ‘도쿄매트로’와 도쿄도가 직영하는 ‘도영선’이 있다. 이 중 도영선만이 장애인에게 전액 무료이며 나머지 3 종류는 기사의 내용과 같은 운임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제도가 어떤 이유로 도입되었는지 몰라도 내 나름대로 “혼자 이동할 수 있는 장애인에게는 차비를 모두 받고 이동이 불편하여 동반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동반인의 요금은 받지 않는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한국의 지하철의 경우 요금만 공짜로 해주면서 시간 날때마다 “무임 승차 때문에 지하철 공사의 운영이 적자다.” 운운할때마다 괜시리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나로서는 이렇게 차비 내고 타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문제는 운임의 유무가 아니라 지하철을 이용할때의 편리성과 안전성에 있다고 본다. 도쿄의 전철의 경우 서울의 지하철과 비교하여 결코 시설이 낫다거나 편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낙후되고 노후한 역사는 서울의 지하철보다 매우 불편해 보이기도 한다.
| ▲ 도쿄 지하철 '도자이선(東西線)' ©JPNews | |
그러나 왠지 나는 서울에서의 지하철을 탈 때보다 도쿄에서 탈때가 마음 편하고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 이유가 무엇때문인지는 처음에는 몰랐으나 이제 3 년차 도쿄 생활을 해보니 조금씩 알 것같다.
■ 언제나 가까이 있는 역무원
도쿄 전철은 거의 모든 역에서 표를 살 때 자동판매기를 이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판매기와 창구에서 표를 구입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으나 도쿄는 특별히 정산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동판매기를 이용해 표를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 이 자동판매기의 경우 시각장애인도 이용 가능하도록 음성 안내가 나온다. 시각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터치패드를 이용하여 표를 끊고 나 같은 시각장애인은 음성안내를 받아 버튼으로 표를 구입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다.
| ▲ 점자로 금액을 알고 지하철 표를 산다 ©JPNews | |
다만 이용객이 별로 없는 역의 경우 청소를 별로 안해 버튼에 먼지가 잔뜩 쌓여 있을 경우가 있기는 하다. 또 이 자동판매기는 대부분의 역의 경우 개찰구 바로 앞에 설치되어 있어 찾기가 매우 쉽다. 개찰구의 경우 표를 집어 넣는 소리가 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도 찾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 반드시 개찰구의 끝에는 정산소가 있고 그 정산소 안에 역무원이 있어 무엇인가 도움을 요청할 경우 역무원 찾기도 쉽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모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아니고 전철의 효과적인 경영을 위한 것임을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서울의 경우 개찰구와 매표 창구가 가깝게 붙어 있는 역보다 찾기 힘들 정도로 떨어져있는 역이 많다. 또 역무원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서 역무원 찾기가 매우 힘들다. 최근에는 장애인용 무임 승차권을 자동판매기에서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 자동판매기가 터치 스크린으로 되어 있어 시각장애인은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다른 시각장애인에게 들은 바 있다.
나는 익숙해진 역은 혼자서 표를 끊고 전철을 타지만 처음 가는 초행길은 역무원의 도움을 받는 편이다. 그럴 경우 표를 끊고 개찰구를 들어가기전 역무원에게 부탁을 한다. 그러면 역무원은 안내인을 호출하고 안내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전차에 탄다. 안내 역무원은 내가 내릴 역에 미리 연락을 해두고 내가 내릴 역에서 도착지 역무원이 나를 기다린다.
| ▲ 지하철 역무원, 대체적으로 친절하다 ©JPNews | |
■ 전철 차장이 중요한 이유
또 혼자서 전차를 탈 경우에도 왠지 모르게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예를 들면 문이 닫히다가도 내가 문에 다가서면 누군가 보고 있는 듯이 문이 열리는 경우가 매우 많고 또 역사에서 헤매고 있을 때면 누가 보고 있었다는 듯이 역무원이 나타나곤 했다. 처음에는 그런 사실이 조금 이상했었다.
그런데 그런 사실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쿄 전철에는 맨 앞칸에 기관사가 있고 맨 뒤칸에는 차장이 탑승한다. 이 차장의 존재가 전철의 안전성을 매우 높이는 것임을 알았다. 언젠가 한국의 지하철공사 노동조합이 승객의 안전을 위해 차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적이 있었다.
| ▲ 지하철 차장, 화면을 보면서 사람들 안전여부를 확인한다 ©JPNews | |
그 주장이 실제로 필요한 주장임을 도쿄에서 경험한 것이다. 이 차장은 전차가 역에 서면 밖으로 나와 승객의 탑승을 체크한다. 모든 승객이 타고 안전을 확보한 뒤 출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차장의 존재 때문에 나 같은 시각장애인도 비교적 안전하게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것임을 알았다.
| ▲ 마지막 확인을 하는 지하철 차장,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JPNews | |
서울의 경우에는 지하철이 역에 정차하기 바쁘게 “열차가 출발하오니 아직 승차하지 못한 승객께서는 다음 열차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곤 한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지고 허둥대게 마련이다. 이런 가운데 안전 사고도 높아진다. 승객에게 결코 조급증을 갖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또 도쿄 전철의 경우 출퇴근 시간등의 러시아워 시간이면 거의 모든 직원들이 승강장에 배치되다 시피 한다. 승강장이 혼잡 할 때 안전 사고를 방지하려는 일환일 것이다.
그러나 승강장의 직원은 러시아워 뿐만이 아니다. 낮시간 같이 비교적 한가한 시간에도 한 두명의 역무원은 승강장에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들 역무원들에게 길을 묻기도 안내를 받기도 한다. 물론 서울의 지하철이 이런 도쿄의 경우를 모두 따라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실제 인원이 없다는 사실도 잘 안다. 문제는 경비 몇 푼 줄이는게 아니고 실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시각장애인이 편리하게 탈 수 있으면 모든 사람이 이용하기 편리한 지하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매우 세심한 안내도 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역의 자동발매기 옆에는 운임등을 표시한 점자판이 설치되어 있다던가 전철 출입문에 문의 번호를 점자로 표시한것등이다. 실제 이런 출입문의 점자 표시는 매우 편리하다.
서울의 지하철의 승강장 바닥에 차량과 출입문 표시와 같은 것이다. 이 표시가 설치 되기 전과 설치 후에 얼마나 편리해졌는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것이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자기가 탄 출입문이 몇번 인가를 알고 모르고에 따라서 열차에서 하차 후 자기 위치를 확인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전철 1호차, 1번 도어를 알리는 점자가 출입문에 붙어있다 ©JPNews | |
서울의 지하철의 경우 도쿄와 비교해 결코 시설에서 뒤쳐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본에도 별로 설치되지 않은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는 역도 눈에 띄게 늘어 났다. 그러나 아직 나는 서울 보다는 도쿄에서 전철타기가 편하다. 시설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역시 사람의 손길과 관심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 그 외 지하철 이모저모
| ▲ 지하철 개찰구에는 역무원이 있어 정산 및 길을 물어볼 수도 있다. ©JPNews | |
| ▲ 도쿄 지하철은 몇개선을 제외하고 대부분 스크린도어가 없다 ©JP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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