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의 PC와 통신의 발달은 많은 아마추어 작가들의 등장을 이끌어냅니다.
대표적인 히트상품이 판타지의 '드래곤 라자'와 무협의 '태극문'이죠.
용대운 작품들에 대한 선호문제를 떠나서 태극문의 등장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무협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조자건과 4인의 동문겸 경쟁자들의 생생한 모습은 무협을 떠났던 팬
들을 다시 무협속으로 끌어들이는 기폭제의 역할을 하였으며 이후 등장한 쟁쟁한
작가들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용대운에 대한 평가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용대운의 초기 작품들에서 언급되었던 바와 같이 태극문이 그의 처음 작품은 아닙니다.
실제로 그의 초기 작품들은 비록 태극문의 성공에 힘입어 다시 재간되었지만 실제로는
무협의 암흑기에 가까웠던 80년대 후반 다른 작가의 이름으로 출판되어졌었죠.
그에 따른 영향이랄까? 용대운의 작품들은 신무협과 구무협의 중간적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실제적인 신무협 작가들로 불리우는 인물들은 용대운의 등장이후 이른바 '야설록 프로'에 의해 등장한 좌백, 풍종호, 설봉, 장경, 운중행 등입니다.
오죽하면 좌백의 초기작들이 당시 우리나라에도 유행처럼 번지던 포스트 모더니즘에 힘
입어 '포스트 모더니즘 무협으로 불리웠겠습니까?
그럼 이들의 작품들이 왜 신무협으로 불리우게 되었을까? 단순히 90년대에 등장한 작품들이라서?
70년대 이후의 세대에게 신세대란 명칭을 붙인것 그들이 새로 태어났기 때문만이 아니듯
신무협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생각되어집니다.
다음은 제가 생각하는 신무협과 구무협의 차별성입니다.
(전적으로 주관적인 판단이니 너무 뭐라하지는 마시길...^^;;)
첫번째는 주인공의 차별성입니다.
사실 구무협이건 신무협이건 간에 무협소설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상당히 유사합니다.
여전히 천하일통을 노리는 악인은 존재하고, 여전히 친인들이 죽어간 주인공은 복수에 몸부림
칩니다. 무공의 완성을 향한 주인공의 고행과 노력 또한 별반없이 계속되어지죠.
구무협의 주인공들은 그들이 무림세계의 주류에 속하였건, 비주류에 속하였건, 자신이 원했건,
남들에 의해 쩔수 없었건간에 이후 무림을 주도하는 주류로 떠오릅니다. 거대 세력과 싸우기위
해 어!쩔!수! 없이 또다른 거대 세력을 이끌어 내죠. 뭐 간혹 주인공들이 주변의 인물들에게 모든것을 맡기고 수많은 녀 들과 떠나기도 합니다만..
때때로 천중행의 '전신'이나 '천기예황'같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마교나 살수인 주인공
들이 등장하기는 하나 이들도 결코 악인은 아니죠. 마교교주는 야비한 정파인들과 달리 너무나 공정하고 살수는 살수로 남기에 너무 여립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버려지기엔 너무 잘생겼죠... 이 문제는 이후 "무협소설은 모두가 다 천편일률 적이다"라고 비판받는 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신무협에 이르러서는 이에 관해 이전과 차별성을 드러냅니다. 누군가 장경의 작품을 칭했던
'장경의 소설에는 변경이 보인다'라는 글은 이러한 신무협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좌백의 '대도오'에서도 설봉의 '산타'에서도 주인공들은 결코 주류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또한 그들은 그런것에 관심도 없는 인물이었죠. 성격상 주류과 될만한 능력도, 카리스마도,
수많은 녀들이 한눈에 반할 정도의 외모도 가지지 못합니다. 대도오는 떠도는 낭인적인 인물이요, '생사박'의 흑저는 파문당한 승려에다 숏다리에 멧돼지 같은 인상 심지어 단전은 파괴당하고 사지의 근육이 끊긴 상태로 세상에 내팽겨쳐졌죠. 남들을 포용하는 대협의 이미지는 아예
갖지도 못하고 독불장군에 성격또한 대부분 괴팍합니다. 그주제에 따르는 여자가 하나라도
등장하는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전 구무협에서는 이런 주인공들이 없었다는 말을 하려는게 아닙니다. 다만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주인공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표현되어지는가에 대한 차이점을 말하려 하는 것이죠.)
두번째는 시점의 변화 입니다.
아. 3인칭이냐 1인칭이냐 하는 시점이 말하려는게 아닙니다. 독자가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것을 언급하려 합니다.
구무협의 시점은 언제나 주인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것을 계획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건지.. 때때로 주변인물과 적대세력을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으면 그들은 조연에서 액스트라로 전락되어 버립니다.
개인적으로 중국무협보다 한국무협을 더 선호하는 저이지만 영웅문을 읽으면서 가장 감탄했던건 그 주인공이 아니라 그와 더불어 생생히 떠오르는 조연들입니다. 영웅문하면 떠오르는 것은
곽정만이 아닙니다. 홍칠공이, 그리고 황룡이 더불어 살아납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우유부단에,
멍청하기까지 했던 곽정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한 것도 있기는 합니다만.
혹시 90년대 이전에 읽었던 무협중에 주인공외의 인물중에 기억하고 있는 인물이 있으신지요?
이미 오래전이니 주인공 이름이라도 기억하면 사실 다행이지요. 사실상 구무협에 등장하는 조연들은 조연이라기 보다 액스트라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최후의 보스까지 말이죠.
90년대에 등장한 이른바 신무협은 이러한 주인공 유일사상에서 서서히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태극문이 그러했던 것처럼 주인공 이외의 인물들이 액스트라에서 조연으로 업그레이드 되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흐름의 완성형은 역시 임준욱입니다.
구무협이 주인공이란 큰강에 주변인물이란 가느다란 줄기들이 모여 흘러가는 흐름이라면 임준욱의 소설은 주인공이란 강과 조연이란 이름의 여러 강들이 제각기 흘러 마침내 바다에 이르기
위해 필연적으로 만나는 흐름을 띄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의
소설들 초반내용이 지루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것 또한 사실이지만..
마지막으로는 설정의 사실성입니다.
거의 모든 무협소설들의 배경은 중국입니다. 그것은 현재 우리나라 무협소설의 모태가 중국이
기도 하려니와 사실 협소한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기엔 스케일이 너무 작죠. 독자들이 중국
배경에 익숙한 것도 작가들이 중국배경을 고집하는 하나의 이유이지만.
사실 구무협에 의해 그려지는 중국은 비록 중국이라 칭해지더라도 중국이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확한 자료없이 쓰다보니 실제 지명과 전혀 상관없는 도시가 갑자기 튀어나오다 삼천포로 빠지고 화폐와 도량형은 싸그리 무시되어집니다. 무당의 장삼봉은 갑자기 수천년전의 인물로 둔갑합니다.
마치 현재의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는데 갑자기 서울옆동네가 부산이 되고 설악산은 전라도의 명산이요 버스요금은 10만원이요 세종대왕은 고구려 시대의 성군이 되는것마냥..
모든 구무협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화폐와 도량형들은 아예 고려대상이 아니었죠. 기분내키는 대로 돈을 쓰고 다닙니다.
신무협에 등장하면서 서서히 이런 모습들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합니다.
부산이 제 위치를 찾고 설악산은 다시 강원도의 명산이 되며 버스 요금은 900이요.(ㅜ.ㅜ) 세종대왕은 다시 조선의 국왕임이 선포됩니다.
임준욱의 '건곤불이기'를 예를 들겠습니다.
(이거 현재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그이다보니 주로 그를 예를 들게되네요)
물론 건곤불이기는 임준욱의 팬들도 고개를 갸웃하던 작품이기는 합니다만, 건곤불이기의 각권마다 맨 마지막부분은 작가의 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글을 읽다보면 작가가 소설을 쓰면서 음식이름 하나, 차 이름 하나를 적기 위해 그리고 장면하나를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서적들을 들추었는지가 나옵니다.('다 뻥일꺼야~ 책 분량 맞추기 위해 적은글이야 비뢰도처럼'하면 할말은 없습니다.)
건곤불이기뿐만 아니라 그이전의 신무협에서도 실제 각시대에 쓰였던 무기들과 단골손님인
정도 9파 1방의 실존성에 대한 문제, 무협의 주 배경인 명, 청 시대의 시대상과 화폐, 도량형에
대한 고증을 적은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가끔 소설싸이트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작가의 설정에 대한 논쟁이 리플을 통해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원래는 이러이러한데 이러한 설정은 잘못된것이다' 라는 리플에 대해서 '작가맘이다
작가의 설정이 그런데 뭘 따지는냐 싫으면 보지마라', '재밌으면 장땡이지 뭘 따지느냐'라는
리플들이 공격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작가가 쓰는 것이니 작가가 설정을 마음대로 바꿔도 된다?
소설이란 것이 그렇게 쓰기 쉬운것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물론 소설의 설정은 작가가 마음대로 결정합니다. 다만 그것은 전적으로 소설상의 세상을 작가가 건설했을때의 이야기입니다. 무협이란 특성상 현실성이 없는 무공이 등장하고 실제 만들어
지기 어려운 무기들이 등장하는 것을 뭐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무협이기에 만들어진
설정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현실성을 부여하라는 것이죠. 최소한 중국을 배경으로 하려면.
과거의 무협들이 그렇지 못한 것은 작가들의 노력부족과 자료의 부족 그리고 그러한 점을 아무렇지 않게 보아 넘겨온 독자들의 부주의 입니다.
2000대에 들어오면서 다시 신무협과 구무협에 대한 구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신무협세대라 불려졌던 좌백, 풍종호, 설봉 등의 작품들은 다 구무협으로 불려지고 요즘
인터넷으로 연재되었다가 출간된 작품들은 신무협으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물론 삼류무사 같은 구무협!! 작품들도 등장합니다만..)
때때로 이런 글들을 봅니다.
"아~ 난 구무협은 질색이야. 툭하면 기연에 말도 안되는 이야기 뿐이야"
그러면서 비뢰도를 읽고 궁귀검신을 읽고 태극검제를 읽고 천사지인을 읽습니다.
"역시 신무협이 짱이쥐. 구무협은 재미없어"
언제의 무협을 말하는 것인지....
과연 그들이 90년대의 무협들을 제대로 읽고 그런말들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비뢰도요? 처음의 참신함은 인정합니다. 처음 작가가 밝힌대로 8권 정도의 분량에서 끝냈으면
좋았을것을... 참고로 군림천하를 쓸것이라고 용대운이 밝힌지 거의 10년만에 일권이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한국무협에 전무후무한 대작을 쓸것이라고 마음먹은 만큼 최고의 무협작가로 꼽
히는 그가 10년이 걸려습니다. 비뢰도가 이미 17권까지 우려먹고 있죠.
궁귀검신? 태극검제? 그 재미의 유무를 떠나서 전형적인 80년대 구무협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천사지인은 신무협이라기 보다 정통중국무협에 가깝습니다.
독특한 이야기요? 정진인의 '악선 철하'만큼 색다른 무협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천방지축 주인공의(라기 보다 싸가지가 없다는게 맞는) 무림 경험기에 코믹한 요소들을 주입
한다고 신무협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몇몇 부분만 제외하면 전체적인 모습은 구태
의연한 80년대 무협과 별차이가 없죠. 따라서 오히려 예전 구분에 의한 구무협에 가깝습니다.
주인공 천하는 당연하고 조연들은 전혀 살아나지 못합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배경에 맞는 시대
상을 구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작가맘이야' 얼토당토 않은 설정이 난무합니다.
'요즘 나오는 것들은 다 쓰레기다' 그런 말을 하려고 이 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
'90년대 작품들이 최고다' 라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도 물론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아마추어들의 작품활동으로 독특하고재미있는 소재를 지닌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다만 90년대 신무협과는 또다른 형태의 참신한 무협들이 신무협을 빙자한 구무협+코믹
물에 밀려 사장되어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대표적인 히트상품이 판타지의 '드래곤 라자'와 무협의 '태극문'이죠.
용대운 작품들에 대한 선호문제를 떠나서 태극문의 등장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무협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조자건과 4인의 동문겸 경쟁자들의 생생한 모습은 무협을 떠났던 팬
들을 다시 무협속으로 끌어들이는 기폭제의 역할을 하였으며 이후 등장한 쟁쟁한
작가들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용대운에 대한 평가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용대운의 초기 작품들에서 언급되었던 바와 같이 태극문이 그의 처음 작품은 아닙니다.
실제로 그의 초기 작품들은 비록 태극문의 성공에 힘입어 다시 재간되었지만 실제로는
무협의 암흑기에 가까웠던 80년대 후반 다른 작가의 이름으로 출판되어졌었죠.
그에 따른 영향이랄까? 용대운의 작품들은 신무협과 구무협의 중간적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실제적인 신무협 작가들로 불리우는 인물들은 용대운의 등장이후 이른바 '야설록 프로'에 의해 등장한 좌백, 풍종호, 설봉, 장경, 운중행 등입니다.
오죽하면 좌백의 초기작들이 당시 우리나라에도 유행처럼 번지던 포스트 모더니즘에 힘
입어 '포스트 모더니즘 무협으로 불리웠겠습니까?
그럼 이들의 작품들이 왜 신무협으로 불리우게 되었을까? 단순히 90년대에 등장한 작품들이라서?
70년대 이후의 세대에게 신세대란 명칭을 붙인것 그들이 새로 태어났기 때문만이 아니듯
신무협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생각되어집니다.
다음은 제가 생각하는 신무협과 구무협의 차별성입니다.
(전적으로 주관적인 판단이니 너무 뭐라하지는 마시길...^^;;)
첫번째는 주인공의 차별성입니다.
사실 구무협이건 신무협이건 간에 무협소설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상당히 유사합니다.
여전히 천하일통을 노리는 악인은 존재하고, 여전히 친인들이 죽어간 주인공은 복수에 몸부림
칩니다. 무공의 완성을 향한 주인공의 고행과 노력 또한 별반없이 계속되어지죠.
구무협의 주인공들은 그들이 무림세계의 주류에 속하였건, 비주류에 속하였건, 자신이 원했건,
남들에 의해 쩔수 없었건간에 이후 무림을 주도하는 주류로 떠오릅니다. 거대 세력과 싸우기위
해 어!쩔!수! 없이 또다른 거대 세력을 이끌어 내죠. 뭐 간혹 주인공들이 주변의 인물들에게 모든것을 맡기고 수많은 녀 들과 떠나기도 합니다만..
때때로 천중행의 '전신'이나 '천기예황'같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마교나 살수인 주인공
들이 등장하기는 하나 이들도 결코 악인은 아니죠. 마교교주는 야비한 정파인들과 달리 너무나 공정하고 살수는 살수로 남기에 너무 여립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버려지기엔 너무 잘생겼죠... 이 문제는 이후 "무협소설은 모두가 다 천편일률 적이다"라고 비판받는 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신무협에 이르러서는 이에 관해 이전과 차별성을 드러냅니다. 누군가 장경의 작품을 칭했던
'장경의 소설에는 변경이 보인다'라는 글은 이러한 신무협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좌백의 '대도오'에서도 설봉의 '산타'에서도 주인공들은 결코 주류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또한 그들은 그런것에 관심도 없는 인물이었죠. 성격상 주류과 될만한 능력도, 카리스마도,
수많은 녀들이 한눈에 반할 정도의 외모도 가지지 못합니다. 대도오는 떠도는 낭인적인 인물이요, '생사박'의 흑저는 파문당한 승려에다 숏다리에 멧돼지 같은 인상 심지어 단전은 파괴당하고 사지의 근육이 끊긴 상태로 세상에 내팽겨쳐졌죠. 남들을 포용하는 대협의 이미지는 아예
갖지도 못하고 독불장군에 성격또한 대부분 괴팍합니다. 그주제에 따르는 여자가 하나라도
등장하는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전 구무협에서는 이런 주인공들이 없었다는 말을 하려는게 아닙니다. 다만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주인공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표현되어지는가에 대한 차이점을 말하려 하는 것이죠.)
두번째는 시점의 변화 입니다.
아. 3인칭이냐 1인칭이냐 하는 시점이 말하려는게 아닙니다. 독자가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것을 언급하려 합니다.
구무협의 시점은 언제나 주인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것을 계획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건지.. 때때로 주변인물과 적대세력을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으면 그들은 조연에서 액스트라로 전락되어 버립니다.
개인적으로 중국무협보다 한국무협을 더 선호하는 저이지만 영웅문을 읽으면서 가장 감탄했던건 그 주인공이 아니라 그와 더불어 생생히 떠오르는 조연들입니다. 영웅문하면 떠오르는 것은
곽정만이 아닙니다. 홍칠공이, 그리고 황룡이 더불어 살아납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우유부단에,
멍청하기까지 했던 곽정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한 것도 있기는 합니다만.
혹시 90년대 이전에 읽었던 무협중에 주인공외의 인물중에 기억하고 있는 인물이 있으신지요?
이미 오래전이니 주인공 이름이라도 기억하면 사실 다행이지요. 사실상 구무협에 등장하는 조연들은 조연이라기 보다 액스트라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최후의 보스까지 말이죠.
90년대에 등장한 이른바 신무협은 이러한 주인공 유일사상에서 서서히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태극문이 그러했던 것처럼 주인공 이외의 인물들이 액스트라에서 조연으로 업그레이드 되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흐름의 완성형은 역시 임준욱입니다.
구무협이 주인공이란 큰강에 주변인물이란 가느다란 줄기들이 모여 흘러가는 흐름이라면 임준욱의 소설은 주인공이란 강과 조연이란 이름의 여러 강들이 제각기 흘러 마침내 바다에 이르기
위해 필연적으로 만나는 흐름을 띄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의
소설들 초반내용이 지루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것 또한 사실이지만..
마지막으로는 설정의 사실성입니다.
거의 모든 무협소설들의 배경은 중국입니다. 그것은 현재 우리나라 무협소설의 모태가 중국이
기도 하려니와 사실 협소한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기엔 스케일이 너무 작죠. 독자들이 중국
배경에 익숙한 것도 작가들이 중국배경을 고집하는 하나의 이유이지만.
사실 구무협에 의해 그려지는 중국은 비록 중국이라 칭해지더라도 중국이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확한 자료없이 쓰다보니 실제 지명과 전혀 상관없는 도시가 갑자기 튀어나오다 삼천포로 빠지고 화폐와 도량형은 싸그리 무시되어집니다. 무당의 장삼봉은 갑자기 수천년전의 인물로 둔갑합니다.
마치 현재의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는데 갑자기 서울옆동네가 부산이 되고 설악산은 전라도의 명산이요 버스요금은 10만원이요 세종대왕은 고구려 시대의 성군이 되는것마냥..
모든 구무협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화폐와 도량형들은 아예 고려대상이 아니었죠. 기분내키는 대로 돈을 쓰고 다닙니다.
신무협에 등장하면서 서서히 이런 모습들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합니다.
부산이 제 위치를 찾고 설악산은 다시 강원도의 명산이 되며 버스 요금은 900이요.(ㅜ.ㅜ) 세종대왕은 다시 조선의 국왕임이 선포됩니다.
임준욱의 '건곤불이기'를 예를 들겠습니다.
(이거 현재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그이다보니 주로 그를 예를 들게되네요)
물론 건곤불이기는 임준욱의 팬들도 고개를 갸웃하던 작품이기는 합니다만, 건곤불이기의 각권마다 맨 마지막부분은 작가의 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글을 읽다보면 작가가 소설을 쓰면서 음식이름 하나, 차 이름 하나를 적기 위해 그리고 장면하나를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서적들을 들추었는지가 나옵니다.('다 뻥일꺼야~ 책 분량 맞추기 위해 적은글이야 비뢰도처럼'하면 할말은 없습니다.)
건곤불이기뿐만 아니라 그이전의 신무협에서도 실제 각시대에 쓰였던 무기들과 단골손님인
정도 9파 1방의 실존성에 대한 문제, 무협의 주 배경인 명, 청 시대의 시대상과 화폐, 도량형에
대한 고증을 적은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가끔 소설싸이트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작가의 설정에 대한 논쟁이 리플을 통해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원래는 이러이러한데 이러한 설정은 잘못된것이다' 라는 리플에 대해서 '작가맘이다
작가의 설정이 그런데 뭘 따지는냐 싫으면 보지마라', '재밌으면 장땡이지 뭘 따지느냐'라는
리플들이 공격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작가가 쓰는 것이니 작가가 설정을 마음대로 바꿔도 된다?
소설이란 것이 그렇게 쓰기 쉬운것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물론 소설의 설정은 작가가 마음대로 결정합니다. 다만 그것은 전적으로 소설상의 세상을 작가가 건설했을때의 이야기입니다. 무협이란 특성상 현실성이 없는 무공이 등장하고 실제 만들어
지기 어려운 무기들이 등장하는 것을 뭐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무협이기에 만들어진
설정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현실성을 부여하라는 것이죠. 최소한 중국을 배경으로 하려면.
과거의 무협들이 그렇지 못한 것은 작가들의 노력부족과 자료의 부족 그리고 그러한 점을 아무렇지 않게 보아 넘겨온 독자들의 부주의 입니다.
2000대에 들어오면서 다시 신무협과 구무협에 대한 구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신무협세대라 불려졌던 좌백, 풍종호, 설봉 등의 작품들은 다 구무협으로 불려지고 요즘
인터넷으로 연재되었다가 출간된 작품들은 신무협으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물론 삼류무사 같은 구무협!! 작품들도 등장합니다만..)
때때로 이런 글들을 봅니다.
"아~ 난 구무협은 질색이야. 툭하면 기연에 말도 안되는 이야기 뿐이야"
그러면서 비뢰도를 읽고 궁귀검신을 읽고 태극검제를 읽고 천사지인을 읽습니다.
"역시 신무협이 짱이쥐. 구무협은 재미없어"
언제의 무협을 말하는 것인지....
과연 그들이 90년대의 무협들을 제대로 읽고 그런말들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비뢰도요? 처음의 참신함은 인정합니다. 처음 작가가 밝힌대로 8권 정도의 분량에서 끝냈으면
좋았을것을... 참고로 군림천하를 쓸것이라고 용대운이 밝힌지 거의 10년만에 일권이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한국무협에 전무후무한 대작을 쓸것이라고 마음먹은 만큼 최고의 무협작가로 꼽
히는 그가 10년이 걸려습니다. 비뢰도가 이미 17권까지 우려먹고 있죠.
궁귀검신? 태극검제? 그 재미의 유무를 떠나서 전형적인 80년대 구무협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천사지인은 신무협이라기 보다 정통중국무협에 가깝습니다.
독특한 이야기요? 정진인의 '악선 철하'만큼 색다른 무협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천방지축 주인공의(라기 보다 싸가지가 없다는게 맞는) 무림 경험기에 코믹한 요소들을 주입
한다고 신무협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몇몇 부분만 제외하면 전체적인 모습은 구태
의연한 80년대 무협과 별차이가 없죠. 따라서 오히려 예전 구분에 의한 구무협에 가깝습니다.
주인공 천하는 당연하고 조연들은 전혀 살아나지 못합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배경에 맞는 시대
상을 구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작가맘이야' 얼토당토 않은 설정이 난무합니다.
'요즘 나오는 것들은 다 쓰레기다' 그런 말을 하려고 이 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
'90년대 작품들이 최고다' 라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도 물론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아마추어들의 작품활동으로 독특하고재미있는 소재를 지닌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다만 90년대 신무협과는 또다른 형태의 참신한 무협들이 신무협을 빙자한 구무협+코믹
물에 밀려 사장되어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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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기성 작성시간 04.07.23 대단하십니다. 저도 사실은 민망하게도 구무협과 신무협의 차이도 모르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었죠. 새로운 사실을 알게해주셔서 감사하네요^^; 그나저나 용대운님이 글좀 빨리 쓰셨으면 하는 바램이..11권에서 12권으로 넘어갈때 1년이나 걸리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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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백야사랑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4.07.23 기성님. 평은 감사한데 새로운 사실이라고 까지야... 그냥 저의 생각을 끄적인건데..^^;; '군림천하'.. 미치게 만들죠. 군림천하를 쓴다고 처음 언급한게 90년대 초반인데 2000년대에 와서 출간되기 시작했으니... 11권까지라도 나온게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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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rize 작성시간 04.07.23 구무협과 신무협의 차이는 작가가아니고 스토리와 구성의 차이라고 할까요? 최근에 유성탄을 읽었는데(작가분이 누구인지?좌백님인가?금강님?)하여튼..매우 재미있었다고나할가요! 이런소설을 구무협이라고 칭한는것은 아니라고 봅니다.그리고 삼류무사도 신무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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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토론자 작성시간 04.07.23 전 삼류무사 5권까지 읽었는데 재미없게 읽었습니다. 읽은지 한 달이 넘어서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가 그런데 그냥 대충 대충 넘기면서 읽었다고 할까요, 읽는 재미란게 없었습니다. ㅜㅜ 얼마전에 읽은 그림자무사랑 기문둔갑은 ^^ 하룻밤에 다 읽을 정도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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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인생은한방 작성시간 04.07.25 흠....그러고보니 나도 구무협 신무협을 구분하기는 했는데.. 어떤거로 기준을 잡아는지 에메모호 하네요. 그냥.. 오래됀 책은 구무협이다 요즘거는 신무협이다 대충 그렇게 생각 한거 같습니다. 참 글을 잘쓰십니다. (대단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