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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야기

한여름, 뮌헨 '영국공원'을 추억하며

작성자이경규|작성시간10.06.09|조회수1,032 목록 댓글 7

 

 

 

여름, 뮌헨 영국공원을 그리며

 

뜨거운 오뉴월, 여행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이 오면 별 생각 없이 떠나 온 저쪽 동네가 가끔 떠오른다. 10년 이상 살던 게르만 땅을 마실가듯 떠나 온지 2년이 넘었다. 북쪽에서 남쪽까지, 이 도시 저 도시 유랑하며 여러 군데서 살아보았지만 역시 가장 인상적인 도시는 뮌헨이 아닌가 싶다.

 

 

 

바이에른 주의 수도 뮌헨. 독일 사람들에게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를 물으면 항상 첫 번째 아니면 두 번째로 언표되는 도시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Top 20 에도 늘 등장하는 동네다. 연간 관광객 수가 7백 5십만에 이르는데, 한국의 국가 관광객 수와 맞먹는 수자다.

 

2001년 겨울에 아르바이트 한다고 갔다고 아예 발이 묶여 5,6년 살다 온 곳이다. 사연도 적지 않았고 사고도 많았던 세월이었다. 칼립소에게 잡혀 세월을 보낸 오디세우스의 신세와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영국 공원Englischer Garten- 녹색의 꿈

  

뮌헨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소가 많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이고 또 추억이 많은 곳은 바로 영국공원이다. 도시 속에 혹은 도시에 붙어 있는 자연 공원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큰 공원이다. 417 헥타르의 크기인데 이 공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시내의 길이가 8km가 넘는다.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 위에 들어서면 그 장대한 녹색의 바다에 눈이 어지럽다. 공원 안에 나 있는 길의 총 길이가 80km에 가까우니 마라톤 코스 두 개가 나온다. 여기서 내가 조깅도 수없이 했지만 모든 길을 한 번 밟아 봤다고 장담은 못하겠다. 대신 자전거로는 한 번 만에 다 밟아 보았는데 거의 4시간이 걸렸다.

 

  File:Englischer Garten from Monopteros.JPG

 

 

그런데 왜 공원 이름이 영국 공원인가? 정확하게 말하면 영국식 공원이란 뜻인데 자연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즉, 프랑스 식 바로크공원과 대조되는 공원을 뜻하는데, 이 경우 철저히 인위적으로 장식된 기하학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같은 뮌헨에도 유명한 뉜펜부르크Nymphenbrug 공원은 후자의 양식을 대변한다.

 

Nymphenburg Palace

 

관광객들은 이 공원을 더 많이 찾지만 나는 영국 공원을 훨씬 선호했다.

 

Seehaus Englischer Garten München

 

영국 공원은 그 규묘 만큼이나 근사한 곳이 수 없이 많다. 우선 레스토랑 제하우스Seehaus를 꼽을 수 있다. 뮌헨에 가서 가장 낭만적인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한 번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이 호수가 집을 찾으면 된다. 영국 공원 안의 커다란 호수 가에 자리 잡고 있는 레스토랑인데 여름에는 밖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보트도 탈 수 있다. 그 전경이 가히 환상적이다. 워낙 자리 값을 하느라 커피 값은 상당히 비싸다.

 

Foto: Der Chinesische Turm

 

관광객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영국 공원의 명물은 중국탑(Chinesischer Turm 1789)이라는 것이다. 영국 공원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이국적인 탑 옆에는 커다란 맥주집이 하나 있는데, 여름에는 여기에 생맥주를 마시로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7천 명이 앉을 수 있는 맥주집이지만 날씨가 좋은 날은 자리잡기가 만만치 않다.

 

  Datei:Japanese Teahouse.JPG

 

1790년에 세워진 저 중국 탑에 경쟁심을 느꼈는지 영국공원에는 일본 찻집이 있다. Japanisches Teehaus라고 하는 이 서정적이고 아리따운 찻집은 개울로 둘러싸여 있는데 눈이 내린 겨울에 가면 그 풍치가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하다. 실제로 눈 내린 어느 겨울날 거기에 갔다가 처음 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질뻔 한 적도 있다. 이 일본 찻집은 1972년 뮌헨에서 올림픽이 열렸을 때 뮌헨과 자매도시인 사포르와 함께 지은 것이다. 안타깝게도 영국공원 안에 아직 한국의 흔적은 없다.

 

monopteros

 

영국 공원의 제일 높은 언덕에는 Monopteros란 그리스 양식의 하얀 사원이 하나 서 있다. 1831년에 만든 것인데 바이에른 출신의 명사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건축물이다. 별로 높은 곳도 아닌데 여기에 올라가면 뮌헨시의 전경이 다 내려다보인다.

 

 

  녹색판 위의 누드

 

독일에 가서 누드를 보고싶다면 영국공원으로 가면 된다. 특히 이자 시내 (Isar)가로 가면 주변 잔디밭은 남녀 노소를 막론하고 누드의 천지가 펼쳐진다. 한국 관광객들은 처음에는 망측스럽다는 듯 눈을 가리다가 조금 뒤에는 남사스러울 정도록 자세히 쳐다보다가 나중에는 별것 없다는 듯 돌아간다. 정말 별것 없다.

대충 소프트한 것들만 보여주면 이런 모양이다.

 

 

 

 

 

 

 

Sonnenbad im Englischen Garten

 

drea_beijing님이 촬영한 Naked man reading in the park.

 

 

그러나 누드의 양에 비해 크게 볼 만한 작품이 많지는 않다. 어차피 보여줄 게 있는 인사들은 이태리나 스페인 해안으로 떠나고 여기에는 대부분 일광욕을 목적으로 벗고 누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운동 좀 하던 때는 나도 벗고 누으면 크게 꿀릴 게 없다는 생각이 들지경이었다 ㅋㅋㅋㅋ. 물론 규모 면에서 워낙 왜소한지라 비교한다는 건 좀 무리다. 

 

  Raderlebnis im Sommerurlaub in Kärnten

 

 

그러나 영국 공원이 내게 가장 매력 있는 것은 역시 자전거 타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이 많지 않는 겨울이 좋은데, 길 위를 달리든 잔디 위를 달리든 마음껏 페달을 밟을 수 있다. 많은 경우 독일은 겨울에도 잔디가 푸르게 자라기 때문에 먼산 보다가 넘어져도 다치지도 않았다. 종종 나체로 자전거 타는 행사가 있는데 차마 동참하지는 못했지만 현대판 에덴 동산의 전경이다.

  

대구에서도 가끔 자전거를 타지만 빽빽한 매연 속에서 폐달을 밟다보면 운동으로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폐만 검어지지 않나 걱정될 지경이다. 자전거 타기의 행복에 대해 데멜이란 작가가 이런 시를 쓴 바 있다. 독일어 좀 하는 분들은 한 번 읽어 보시길.

 

 

 

 

 

 

자전거 타는 자의 지복 Radlers Seligkeit

                                                Richard Dehmel (1863-1920)

 

Wer niemals fühlte per Pedal,

dem ist die Welt ein Jammertal!

Ich radle!

 

Wie herrlich lang war die Chaussee!

Gleich kommt das achte Feld voll Klee.

Ich radle!

 

Einst suchte man im Pilgerkleid

den Weg zur ewigen Seligkeit.

Ich radle!

 

Herrgott, wie groß ist die Natur!

Noch siebzehn Kilomater nur.

Ich ra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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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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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김경미 | 작성시간 10.06.10 흠... 선배가 무화과나무 사건 또한 문자 그대로 무화과나무로만 보는구나....
  • 답댓글 작성자이경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6.10 Fragen kostet nichts, oder?
  • 답댓글 작성자김영석(93) | 작성시간 10.06.13 마태복음은 구약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히브리적인 배경으로 이해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무화과 나무 사건은 그 글 아래 댓글을 달았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이경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6.13 훌륭한 답변에 감사를!
  • 답댓글 작성자이경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6.14 위의 그림을 가지고 '생태주의' 수업에서 독일의 자연관을 이야기했는데, 누드에 대해선 특별히 여학생들이 괂심이 많두만. 그런데 눈요기로 누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 특히 한국 여자들이 과도하게 화장을 많이 하고 패션에 너무 민감한 것이 얼마나 반생태적인가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하니까 여학생들의 웃음이 쑥 들어가두만. 아무래도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것 같아 걱정이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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