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용언+보조용언 구성에서 존칭 선어말 어미 '-시-'는 두 용언에 다 결합할 수 있으나 보조용언 쪽에 붙이는 게 대체로 자연스럽고 상대방을 더 높이는 대우가 됩니다.
(1) ㄱ.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ㄴ. 조금만 기다리셔 줘요.(??)
ㄷ. 조금만 기다리셔 주세요.
(2) ㄱ. 선생님은 숙제 내신 것을 잊어 버리셨다.
ㄴ. 선생님은 숙제 내신 것을 잊으셔 버렸다.(??)
ㄷ. 선생님은 숙제 내신 것을 잊으셔 버리셨다.(?)
(3) ㄱ. 제발 어디로 가 계세요.
ㄴ. 제발 어디로 가셔 있어요.(??)
ㄷ. 제발 어디로 가셔 계세요.
본용언에만 '시'가 결합된 ㄴ은 거의 쓰이지 않는 어색한 표현입니다. 그리고 ㄷ이 원칙적으로는 더 높이는 표현이 될 텐데 (2ㄷ)은 (2ㄱ)에 비해 오히려 어색해 보입니다. 이렇게 보조용언에 '-시-'를 넣는 게 상대방을 더 높이는 표현이 됨이 보통입니다. 이는 보조용언 구성이 아니더라도 문장 끝에 오는 서술어를 높여야 궁극적으로 상대방을 가장 높이는 표현이 된다는 직관에서 출발합니다.
(4) ㄱ. 짐 풀고 1층으로 내려오세요.
ㄴ. 짐 푸시고 1층으로 내려와요.(?)
ㄷ. 짐 푸시고 1층으로 내려오세요.
물론 여기엔 두 개의 절이 있으므로 각 절의 서술어마다 '-시-'가 들어 있는 (4ㄷ)이 가장 높이는 표현이 됩니다. 그런데 선행절에만 '-시-'를 넣은 (4ㄴ)은 무례한 느낌마저 듭니다. 반대로 후행절 즉 마지막 서술어에만 '-시-'를 넣은 (4ㄱ)도 (4ㄷ)에 비해 높임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단, 본용언+보조용언 구성에서 본용언이 해당하는 높임 어휘가 있을 때에는 본용언과 보조용언을 반드시 다 높여야 합니다.
(5) ㄱ. 이거 한번 먹어 보세요.(?)
ㄴ. 이거 한번 들어/드셔/잡숴 봐요.(?)
ㄷ. 이거 한번 들어/드셔/잡숴 보세요.
보조용언만 높인 (5ㄱ)의 '먹어 보세요'와 본용언만 높인 '들어/드셔 봐요'보다는 둘 다 높인 '들어/드셔 보세요'가 훨씬 더 정중하고 상대방을 높인 표현임이 두드러집니다.
그러면 문제의 문장을 보겠습니다.
(6) 보고 나신 신문은 내릴 때 수거함에 넣어 주세요.
이 문장의 용언은 모두 5개입니다. 이 중에 '-시-'가 가장 꼭 필요한 것은 맨 마지막 동사 '주다'이고 이미 결합해 있습니다. ('넣으셔 줘요, 넣어 줘요'하면 읽는 누구나 불쾌할 것입니다.) 이 문장의 절은 세 개입니다. 각 절의 서술어가 '보고 나신', '~ 내릴', '넣어 주세요'이니 '내릴'도 높일 수 있습니다.
(7) 보고 나신 신문은 내리실 때 수거함에 넣어 주세요.
그럼 '보고 나신'을 보겠습니다.
(8)ㄱ. 보시고 난 신문은
ㄴ. 보고 나신 신문은
ㄷ. 보시고 나신 신문은
처음의 설명에 비추어 보면 '보시고 난'이 어색하고 '보고 나신'이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그런데 '보시고 난'도 충분히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이는 아마도 '-고 나다'가 문장 종결에는 거의 쓰이지 않고 '-고 난'이나 '-고 나니' 꼴로만 쓰이는 것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9) ㄱ. 노래 한 곡 부르고 난 다음에 들어가세요.
ㄴ. 노래 한 곡 부르고 나신 다음에 들어가세요.
ㄷ. 노래 한 곡 부르시고 난 다음에 들어가세요.
ㄹ. 노래 한 곡 부르시고 나신 다음에 들어가세요.
(10) ㄱ. 노래 한 곡 부르고 나니 후련하시죠?
ㄴ. 노래 한 곡 부르고 나시니 후련하시죠?
ㄷ. 노래 한 곡 부르시고 나니 후련하시죠?
ㄹ. 노래 한 곡 부르시고 나시니 후련하시죠?
위의 어색했던 다른 표현에 비해서는 네 개 다 어색한 느낌이 덜합니다. 오히려 (9,10ㄹ)들이 '-시-'를 너무 불필요하게 많이 쓴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시-'를 안 쓴 (9,10ㄱ)들도 그렇게 무례하다는 느낌이 들진 않습니다. 다른 보조용언 구성에 비해 '-고 나다' 구성이 높임 표현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왜인지, 문장 종결 위치가 아닌 이유와 함께 다른 어떤 이유가 이런 느낌의 차이를 가져오는지는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이런 문장은 어떨까 제시하며 일단 글을 마무리합니다.
(11) 보신 신문은 내리실 때 수거함에 넣어 주세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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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우리넷[영복] 작성시간 09.04.17 고맙습니다. 저도 어제 글을 올린 다음에 '보고나다'는 표현 대신 '보다' 하나만 써서 '보신'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보조용언을 너무 남용하다보면 오히려 본용언만 쓰지 못하다는 생각과 함께요. 지하철에서 이 글을 보는 순간 '먹고 나신'이 아니라 '드시고 난'이 떠올라 '보고 나신'이 틀렸구나 하면서 머리 속에서 정리 못한 게 이렇게 바쁘신 쥔장님을 불러내게 됐습니다. 하지만 저 말고도 많은 회원님들이 감사하다고 생각하겠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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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향아 작성시간 09.04.17 저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회원 중 한 사람 입니다. 감사합니다. '다 보신 신문은 내리실 때 수거함에 넣어 주세요' (살짝 숟가락 얹고 갑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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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수지 작성시간 09.04.17 잘 보았습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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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국희 작성시간 09.05.14 네!! 좋은 공부 되었습니다. 늘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하시는 분과 답변하시는 지기님으로 부터 많은 것을 배웁니다. 보신 신문은 내리실 때 수거함에 넣어 주세요. 저도 한표 던집니다. 무슨 선거하는것 아닌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