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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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우진 작성시간09.08.01 '서툴어'로 쓰면 안 되는지는 찾아보신 대로 규범에 잘 나와 있습니다. 규범이 '서툴어'를 표준어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실제로 거의 쓰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머물지, 서둘지, 서툴지'는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준말로 인정한 것이고요. 그런데 사람들이 '머물어, 서둘어, 서툴어'가 발음이 가능한데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심리적인 이유일 가능성이 큽니다. '머무르다/서두르다/서투르다'는 자음 어미 앞에서는 규칙활용을 해서 ㅡ'가 탈락해도 상관이 없었는데 모음 어미 앞에서는 '머물러'로 불규칙활용을 하는데 '머물어'라고 발음하게 되면 불규칙활용하던 동사가 갑자기 규칙활용을 하게 되는 꼴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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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우진 작성시간09.08.01 동사의 활용 자체가 훼손돼 버립니다. 이러기엔 그 차이가 심하여 언중들이 그렇게 발음하기를 꺼렸을 것입니다. 게다가 불규칙활용한 '머물러'도 삼음절인데 굳이 같은 삼음절의 '머물어'로 바꾸는 것이 언중들에게는 전혀 경제적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머물러'에 힘입어 '머물고/머물지/머물게' 형도 나타났을 것 같습니다. '머무르다'의 'ㄹ'은 설탄음(/r/)인데 불규칙 활용한 '머물러'의 'ㄹ'은 설측음(/l/)이어서 자음어미 앞에서도 설측음으로 발음하려는 경향 탓에 '머무르고'의 'ㅡ'가 탈락한 '머물고'가 발음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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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리넷[영복]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09.08.01 국어를 곁눈질 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제발 예외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겟어요. '가물다, 저물다'처럼 '머물다, 서툴다'도 '준말을 허용하지 말든지 아니면 앞의 말도 '가무르다, 저무르다'가 준 것으로 하면 될 것을 같은 국어 생활에서 어느 것은 줄어들 수 있고, 또 다른 것은 본딧말이고... 일본어 학습할 때도 같은 점들이 많았지만, 국어생활에서는 가능한 한 예외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툴어[서투러]'도 발음이 가능한데 굳이 [서툴러]로 발음해야만 한다는 게 국어를 어렵게 만드는 길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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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우진 작성시간09.08.02 [가무르-]란 기본형이 존재하지 않고 [서투러]란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데(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단순히 발음이 가능하다고 해서 형태가 비슷한 단어들끼리 획일적인 칼질을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서투르다'는 오래 전부터 ㄹ불규칙으로 '어' 앞에서 [서툴러]로 활용했는데 이런 현상 자체를 무시하고 [서투러]로 발음하기로 표준어를 고친다면 이것은 '자장면'보다 더한 저항이 있을 것입니다. ㄷ불규칙,ㅅ불규칙 동사들도 같은 잣대로 규칙활용으로 바꾼다면 수용할 수 있을까요? 자연현상도 하나의 규칙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많은데 하물며 인간의 창조적 활동인 언어현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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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우진 작성시간09.08.02 아주 정연하게 바둑판처럼 짜진 언어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불규칙한 듯 보이는 현상(불규칙으로 알고 있는 어떤 것은 불규칙이 아닐지도 모르므로)은 '예외=불편한 것=언어체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불필요한 것'가 아닙니다. 불규칙한 듯 보이는 현상을 예외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규범이란 것은 언어현상을 반영하여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한 것에 불과합니다.('불과'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규범의 가치를 평가절하한 것이 아니라 규범이 무소불위의 권력이거나 통제수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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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우진 작성시간09.08.02 하나의 지시물(형태)에 여러 개의 단어(또는 음상)가 존재한다면 그 중 타당한 하나 또는 복수를 규범으로 제시하면 되지만 존재하는 형태가 불규칙이라는 이유로 이것을 존재하지도 않는 형태로 바꾸는 것은 규범의 역할이 아닙니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언어(현상)을 거대한 숲에 비유한다면, 규범은 작은 수목원, 또는 거리에 잘 정비된 가로수나 화단, 식물도감에 실린 표본사진과도 같습니다. 규범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서 언어현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현상과 규범 모두를 여유롭게(적절한 단어가 생각이 안나네요)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저도 그런 과정을 거쳤고 지금도 거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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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 박우진 작성시간09.08.03 우선 '머물다'가 '머무르다'의 준말이라는 설명이 먼저가 아니라 '머무르다/게/지'가 'ㅡ'탈락하여 '머물다/게/지'가 될 수 있는 현상이 먼저입니다. 준말은 이 현상을 결과론적으로 해석한 것뿐이지 엄격히 준말로 보기 어렵습니다.(준말이란 용어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언중들에게 '저무르지/저무르게'란 말을 들려준다면 누구든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없는 단어라 생각할 것이며 '머무르지, 머무르고, 머물지, 머물고'를 들려주면 자연스런 표현이란 것도 누구나 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