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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몽당연필(칼럼 읽기)

작성자혜솔|작성시간05.01.29|조회수86 목록 댓글 9

 눈을 떴으나 이불 속의 온기를 떨치고 일어서고 싶지 않아 머리맡에 있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다소 시간의 여유가 있음을 확인하곤 더듬거려 책을 찾아 이불로 목을 감싸고 고개를 옆으로 하여 몇 장 읽다 두었던 책을 끌어당겨 넘겨 본다. 미적대고 싶은 버릇은 해가 갈수록 심하다.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이 있어 줄을 긋고 싶다. 겨우 상체만 일으켜 필기구를 찾는다. 없다. 발딱 일어나면 책상 위엔 많이 있겠지만 온기가 도망갈까봐, 아니 일어나는 게 귀찮아서 이불을 감은 채 팔이 닿을 수 있는 반경만 더듬댄다. 잡히는 게 없다. 그래도 줄을 긋고 싶다. 쏙 들어간 조그만 메모지통을 들어다 보았다. 새끼 손가락만한 몽당연필이 있다. 반갑다. 줄을 긋다가 웃는다. 지난 일요일 책상을 치우던 남편이 몽당연필 두 자루를 거기다 던져 놓는 것을 보고 잔소리를 해 대었다. 치우면 확실하게 치우라면서 쓰지도 못할 연필은  휴지통에 바로 던져 넣으라고. 필기구가 흔해빠졌는데 그건 왜 두느냐고.
당신도 늙고 쪼그라들면 버린다.
하필 몽당연필에 비유하느냐? 티격태격.
그런데 그 순간에 요긴하게 쓰인 연필이 휴지통에 쓸모없이 버려질 뻔했던 바로 고 연필이었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 준다네.

 

  이 세상은 도둑에게 가진 것을 몽땅 털린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 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연금술사 중에서-

 

지금 보니 평범한 내용인데 오늘 아침엔 그렇게 줄을 그으며 음미하고 싶데요.

 

 오늘 보충수업 끝납니다. 야호. 2월 1일 남편, 남편친구 부부와 비행기표 인터넷에서 공동구매하여(태국이나 베트남을 거치지 않고 대만에서 급유만 하고 가는 비행기가 올해 생겼대요) 앙코르왓으로 4박 5일 일정으로 떠납니다. 둘이 가려다, 남편 친구 부인을 꼬여 두 부부가 함께 가기로 했지요. 숙소 예약 문제,  현지 가이드 유무, 관광 코스, 남편과 워낙 의견 차이가  심해 다소 걱정이 됩니다만 믿는 것은 오직 하나,  남을 크게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 애쓴다는 것. 숙소예약 , 현지가이드는 남편 뜻대로 안 하기로 했고, 코스는 책보고 나만 따로 짜고 있습니다. 의견 조정이 안 되면   따로 즐기다 오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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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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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후이쩐 | 작성시간 05.01.29 역시 경청할 만한 한아아빠 말씀 한 마디...혜솔네 부부는 퍽도 용감하시다.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 나라를 어찌 다니시려고... /봄이 오면 만사 접고 남은 마일리지로 유럽 배낭여행을 기획하는 남편 땜에 어쩜 고생 길이 훤할 듯...
  • 작성자키모 | 작성시간 05.01.29 정말 부럽습니다. 떠날 수 있다는 그 마음이.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 작성자耳木 | 작성시간 05.01.29 몽땅연필 찾아서 밑줄 치는 혜솔님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침도 묻히셨나요? 아직도 밑줄 쳐가며 책을 읽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여행 즐겁게 다녀오셔서 지난 번처럼 사진도 올리고 글도 올려주시라요. 눈동냥, 귀동냥 시켜주세요.
  • 작성자춘증이 | 작성시간 05.01.30 을조, 요조 새라서 마음과 몸이 자유로운가요? 이목은 耳風으로 바꾸면 훨훨 날아다닐 터인데.
  • 작성자임재수 | 작성시간 05.01.30 앙코르왓 태국에서 국경을 넘자 비포장 도로 네시간을 달렸는데 얼마나 호시를 탔는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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