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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다시 찾은 고압당

작성자후이쩐|작성시간05.06.27|조회수57 목록 댓글 15

그저께는 경주에서 머물고
어저께는 대구를 거쳐 청주를 오가다
오늘에야 포항에 머물고 있어요.

 

연중 두 차례 방학을 즈음해서 모이는
지난 토요일 여자 동기모임은
결원이 2명 생겨 4명만 모였답니다.
독일유학 중인 딸 곁으로 가야하는 옥선이 출국 시기를 고려해
수업 없는 지난 토요일을 만장일치로 잡았건만.
 
연이 인천서 내려오면 일박도 가능하다고
큰소리치던 명옥인 울산 갈 걸 생각 못했다며
옥선이 전화에야 때늦은 펑크를 내고...(벌점 높은 명옥인 안 믿기로)
영아는 허리를 다쳐 삭신이 아프다 하소연하고...

금요일 밤 이 같은 을조 푸념에
가까이 사는 영녀도 못 본지 한참 되었고
모임 맥이 끊어지면 안되니까 되는 대로 강행하자며
무더위를 뚫고 경주로 향했죠.

 

무슨 연유인지 포항 출발지에 20분 늦게 도착한 영녀랑
차 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밀린 얘기 나누느라
경주 터미널 근처 큰 다리 밑에서
약속시간 20분 넘어 기다릴 일행도 잊은 채
사전 다소 늦어진다는 연락마저 않았으니...

 

알고 보니 경주 길이 막혀
옥선인 우리보다 20분 더 늦게 도착하게 되어,
을조 혼자서 다리 밑을 서성이느라

남 보기 쑥스러워 죽을 지경이었대요.
"야, 저 쪽에 자리 깔고 분위기 좋게 술잔 나누는
아저씨들 틈에 끼여 주거니 받거니 좀 하지 않고?" 라는
우스개 소리로나 위로해 줄 수밖에요.

 

전날 예약해둔 '바루'라는
사찰 음식 전문점을 향해 서둘러 차를 달렸어요.
뒷자리 옥선이랑 얘기하다 차창 밖을 언뜻 내다보니
오월 초 지나간 길이 영 아닌 듯했어요.


길痴인 을조에게 "너 지금 어디로 가는데?"
김유신 장군 묘 쪽으로 간다나...
'아니, 다리 건너 바로 좌회전해서 200m 쯤이라 했잖아...'
그제야 영 잘못 들었다며 김유신 묘 앞에서 돌아 나와
애초에 생각했던 길로 찾아 다시 들어갔지만
200m 남짓 달려도 음식점이 나타날 낌새가 아니었어요.

 

식사 예약시간도 한참 지나 버린 터,
을조는 자기 학교 선생님 말에 음식점 '바루'가
다리에서 직진해 들어가는 걸로 얼핏 들었다면서,
U턴해서 다리까지 도로 돌아가려는 을조에게
일단 음식점에 물어나 보고 차를 돌리자 했더니
200m가 아닌 1000m 정도 들어가야 될 위치였어요.

 

하긴 신록이 싱그러운 5월 초
주변을 완상하며 처음 접어들었던 장소였기에
어쩜 자동차로 달리는 거리란 그 분위기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하나 봐요.
목적지를 찾느냐 마느냐 조바심치는 이런 경우라면
같은 거리라도 상대적 그 거리 감각은 사뭇 다르더군요.

 

'바루'에서 점심을 먹으며 한담을 나눈 뒤
재건축을 마친 을조네 고압당 황토방을 들렀어요.
산비탈 경사진 마당을 평평하게 돋우고
배수로 공사를 하느라고 마당엔 포크레인 작업이 한창이었어요.
뙤약볕 아래 부군인 思柯선생께서도
인부들과 더불어 진땀을 흘리고 계시더군요.

 

고압당은 일년 사이 환골탈태하여
건축주의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역력하더군요.
동녘 산자락 바로 아래 위치한 남향집으로
밤하늘 달과 별들이 훤히 내다보이는
널찍한 대청마루에는 유리문들이 쭉 달려있고
널찍한 두 개의 황토방과 운동장 만한 화장실...

 

섭씨 35도를 웃도는 무더위를 차단시키는 
소나무 서까래가 촘촘히 드러나 있는
냉장고 속 같은 시원한 황토방 바닥에 누우니,
뒷창 대숲 가득 산들바람이 서걱대고 있어
피서지로선 제격이었어요.

 

사가선생께서 직접 따주신 무농약 살구랑
과일쟁이 아내를 위해

인터넷 주문하셨다는 방울토마토랑 수박에다...
친구 덕에 전원의 넉넉함을 만끽하는 오후였어요.

 

새소리가 완전 소음 수준이라는 을조의 자랑 같은 불평에
지난날 시골집을 뒤흔들던
매미 소리도 생각났어요.
늘그막 예민해지신 선친께서
여름 한밤 천지를 메우는

극성스러운 개구리 울음소리를 감당 못해
조용히 시키려고 한껏 역정내시던 얘기에다

제각각 묵은 기억들을 되씹기도 했어요.

 

을조나 옥선이 덕에 이따금 드나들 수 있는
시골 별장을 여기저기 지닐 수 있음도 행운일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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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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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솔울 | 작성시간 05.06.27 참나 원= 참나가 재원, 나원 참=나 재원 참... 나원=나 재원...나원은 참말로 좋은 것 맞다.
  • 작성자耳木 | 작성시간 05.06.27 오랫만에 듣는 후이쩐님의 목소리... 정말 반갑습니다. 김영녀씨는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같이 포항 살면서도 소식이 감감하네요. /혜솔님 고압당에 우리 남자 동기들은 한번 초대 안 하시려나... 가 보고 시포요..
  • 작성자춘증이 | 작성시간 05.06.27 솔울네 堂號는 뭐랬나? 102의 堂號는 뭐랬나? 고압당. 언젠가를 기다립니다. / 청주 오시면 연락 주시지요. 순대에 막걸리 한 잔 하고 가시지....
  • 답댓글 작성자후이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5.06.28 난생 처음 청주 시가지를 오가며 절로 춘증이님 생각이 났어요. 청주 도착을 알리고 싶었지만 전화번호가 입력되지 않아...아쉬웠어요.
  • 작성자솔련 | 작성시간 05.06.27 큰샘님 솔울님 넘치는 끼가 드디어 시동이 걸렸네요. 한동안 뜸하던 주막에 생기가 막 나네요.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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