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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일 [한일관계의 대등생극] 19) 한중일 : 화투는 더불어 신명놀이, 파칭코는 기계랑 혼자서, 마작은 예지를 키워 처세로.

작성자상현달|작성시간25.12.23|조회수93 목록 댓글 1

화투는, 네덜란드 사람이 가져온 유럽의 카드를 보고 일본에서 만들었다. 어느 때 국제학술회의가 끝나고 네덜란드 사람, 일본 사람과 함께 여흥을 즐기면서 이 사실을 확인했다. 네덜란드말로 ‘카르타’(carta)라고 일컫는 것을 일본에서 '加留多' 또는 ‘歌留多’라고 적고 ‘카루다’라고 읽어, 화투를 의미하는 말로 전용했다. ‘카루다’를 한국에서는 ‘花鬪’라고 일컬어 무엇을 말하는지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카드는 1부터 10까지는 숫자를 나타내는 도형을 사용하고, 그 뒤의 셋에서는 왕공들의 화상이 등장한다.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어려운 열셋을 화투를 만들면서 열둘로 바꾸어 일 년 열두 달이 되게 하고, 단조로움을 다채로움으로 바꾸어 달마다의 특징을 나타내는 자연물 도형을 일제히 사용했다. 카드에서는 색깔과 모양이 같은 것들이 네 벌 있는데, 화투는 열두 달마다 네 장씩인 딱지가 동질성을 가지면서 상하 등급의 이질성도 함께 가져 더 많은 변화가 있게 했다.

 

이것은 일본인의 우수성을 아주 잘 나타내주는 좋은 사례이다. 화투의 그림은 일본에서 만든 것이 그대로 있다. 왜색이라고 나무라도 어쩔 수 없다. 한국풍의 그림을 그려 고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 대신 화투 제작 기술을 잘 발전시켜 우수한 제품을 만든다. 여기까지는 일본 것을 가져와서 복제를 다 잘하는 수준이다.

 

화투 자체는 하드웨어라면, 놀이 방식은 소프트웨어이다. 화투의 소프트웨어는 거의 다 한국제이다. 컴퓨터 분야에서 일본은 하드웨어, 한국은 소프트웨어를 장기로 삼고 있는 차이점이 화투에서 아주 잘 나타난다. 한국에서 만든 놀이방식이 일본으로 수출되고. 중국에도 보급되고 있다. 중국에서 화투놀이를 보급하는 주역은 조선족이다.

 

일본의 소프트웨어는 ‘민화토’라는 것과 ‘육백’ 정도이다. 한국에서 ‘섰다’, ‘짓고땡’, ‘나이롱뻥’, ‘끼워먹기’, ‘고스톱’, ‘월남화투’ 같은 것들을 계속 만들어낸다. 재래의 투전놀이를 되살린 것도 있고, 카드놀이에서 착상을 얻은 것도 있고, 그냥 지어낸 것도 있다.

새로운 종목이 계속 나타나고, 규칙이 변한다. 잠시 놀이판을 떠나 있으면 뒤떨어진다. 어떤 것이 더 있는지 나는 모른다. 무자격자가 화투를 논한다고 나무라도 어쩔 수 없다. 많이 알면 세부를, 적게 알면 전체를 본다는 말로 변명을 삼는다.

 

그 가운데 고스톱이 가장 인기이다. 먼 나라 공항에서 바닥에 둘러앉아 고스톱을 치는 한국 사람들이 있다. 세계 초유의 놀라운 일이다. 몰상식이나 무례함을 나무라야 마땅하다고 하고 말 것은 아니다. 고스톱이 주는 흥미를 입증하는 사례로 아주 흥미로운 사례이다. 고스톱이 아닌 카드놀이를 하고 있으면 같은 어조로 나무라지는 않을 것이다. 차등을 두지 말아야 한다.

‘고스톱’이라는 말은 영어 ‘go stop’이다. 이름에 영어를 사용해 카드놀이와 대등하게 평가되기를 바랐다고 할 수 있다. 세부 명칭에서 ‘고도리’(五鳥) 어쩌고 하는 일본어를 여럿 사용해 일본의 전례를 따른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런 일본어는 모두 한국내의 조어이다. ‘고스톱’이 영미 사람은 모르는 영어이듯이, ‘고도리’ 운운하는 것들은 일본에 없는 일본어이다.

고스톱의 규칙은 별별 것을 다 모아 복잡하고,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누구라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 함께 놀이하는 사람들이 동의하면 즉석에서 새로운 규칙이 채택된다. 권력자가 바뀌고 세상 소식이 달라지는 것을 받아들여 풍자하는 놀이 방식이 등장하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된다. 카드놀이는 예전에 정해놓은 규칙을 그대로 따르는 것과 아주 다르다.

 

신문 독자 투고에 희한한 제안이 있었다. 고스톱 규칙이 자꾸 변해 혼선이 빚어지니 개탄할 일이라고 하고, 국회에서 법을 제정해 함부로 바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고스톱이 무엇인지 모르는 말이고, 한국인의 기질과는 정반대가 되는 주장이다. 그런 글을 신문에 실어준 것은 한바탕 웃자고 한 것으로 생각된다.

 

고스톱을 비롯한 여러 종목의 화투놀이를 웃고 떠들면서 한다. 윷놀이를 할 때의 분위기를 그대로 잇는다. 윷놀이의 재미는 상대방의 말을 잡는 것이다. 내가 잘 나가는 것보다 남을 망하게 하는 것이 더 유리하고 재미있다. 화투놀이에서도 상대방이 망하게 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흥미를 가중시킨다. 고스톱이 특히 인기인 것은 그럴 수 있는 놀이 방식을 많이 만들기 때문이다.

 

화투놀이도 놀음이다. 돈을 걸고 한다. 화투를 가지고 섰다나 짓고땡을 하는 것은 돈내기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애용하고 대중화되어 있지 않다. 고스톱은 놀이 자체가 더 큰 재미여서 광범위한 인기를 누린다. 이겨서 좋고 져서 분한 생각이 더 커지도록 하려고 돈을 촉매제로 사용할 따름이고, 돈 따는 것은 목적이 아니다. 섰다나 짓고땡은 평소에 모르고 지내던 사람들이 상대방을 피해자로 만들려고 하는 격투장이다. 그러나 고스톱은 친한 사람들끼리 즐겨 하면서 친분을 더 키우는 놀이마당이다.

 

화투놀이 특히 고스톱은 일본의 파칭코나 중국의 마작과 비교된다. 일본 사람들은 오늘날 화투놀이는 거의 하지 않고 파칭코를 하는 곳에 몰려들고, 마작을 하는 업체도 들린다. 중국 사람들은 어디서나 마작을 즐긴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며칠씩 밤새워 한다.

 

파칭코와 마작은 화투놀이와 다르다. 돈을 따려고 하고, 놀이 자체를 즐기면서 친분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 규칙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어 바꾸지 못한다. 떠들지 않고 놀이에 몰두한다. 오래 계속된다. 그러면서 그 둘은 차이가 더 크다. 파칭코는 기계를 상대로 혼자 한다. 일본 사람들은 대인관계가 주는 긴장과 피로에서 벗어나려고 파칭코를 한다는 말이 그럴 듯하다.

 

마작은 여럿이 하지만 말은 하지 않는다. 얼굴 표정도 변하지 않는다. 그 점에서 카드놀이와 같다고 하겠으나 정도가 더 심하다. 마작을 하면서 자기가 마음속에서 헤아리는 바는 내보여주지 않고 상대방의 것은 헤아리는 예지를 키워 처세의 지침으로 삼는다.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화투 놀이는 한국인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따고 잃는 것보다, 웃고 떠드는 것을 좋아하려고 한다. 빨리빨리 진행하면서 뜻밖의 역전을 기대한다. 규칙이 자주 변하고 놀이 방식이 새로 나와, 잠시 물러나 있으면 바보가 된다. 집단이 결속해 함께 하는 신명풀이다.

 

#화투 #파칭코 #마작 #카르타(carta) #고스톱

 

조동일 논설고문/서울대학교 명예교수·국문학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학술원 회원으로 계명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대등의 길>, <한일 학문의 역전>. <국문학의 자각 확대>, <우리 옛글의 놀라움>, <서사민요연구>, <한국문학통사>(전6권), <우리 학문의 길>, <인문학문의 사명>, <소설의 사회사 비교론>(전3권), <대등한 화합: 동아시아문명의 심층> 등 다수가 있다. 최근에 저술로 <문학 속의 자득 철학> 3부작: 1<문학에서 철학읽기> 2<문학끼리 철학논란> 3<문학으로 철학하기>도 있다.

 

                                                                                                                                                                                                                                                                                    25년 겨울 울산 반구대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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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상현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12.23 파칭코와 마작은 화투놀이와 다르다. 돈을 따려고 하고, 놀이 자체를 즐기면서 친분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 규칙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어 바꾸지 못한다. 떠들지 않고 놀이에 몰두한다. 오래 계속된다. 그러면서 그 둘은 차이가 더 크다. 파칭코는 기계를 상대로 혼자 한다. 일본 사람들은 대인관계가 주는 긴장과 피로에서 벗어나려고 파칭코를 한다는 말이 그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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