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문학자료

아마존의 눈물(슬픈 열대4)

작성자nicos|작성시간10.06.10|조회수232 목록 댓글 7

아마존의 눈물


 


 어느 날부터 우리 인간에게 있어 발전이란 지도에 금을 그어 면을 나누어 그 속에 도시를 건설하고 직선으로 그은 곳에 길을 만들고 산은 깎아서 공장부지를 조성하고 강과 실개천은 댐을 만들고 시멘트로 제방을 구축하는 개발이란 단어와 동의어로 쓰이기 시작한다. 문명사회는 발전이란 항상 좋은 일이라는 신념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정부는 이러한 신념에 따라 항상 4oo 개발, 세xx건설이라는 구호를 내걸면서 국민들이 낸 세금을 가지고 훌륭한 일을 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레비 스트로스가 방문했던 1935년의 브라질 역시 그랬다. 단지 달랐던 것은 이러한 개발의 주축이 브라질 정부가 아니라 브라질 정부에 뇌물을 주고 철도나 도로를 건설해 주는 대가로 막대한 토지의 조차권을 얻기에 혈안이 되었던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이었다는 것뿐이다. 이들 국가는 이렇게 얻은 토지에 평생에 한 에이커 이상을 가져본 적이 없는 유럽의 영세한 농민들을 이주시켰는데 이들은 신대륙에 도착하자마자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 우선은 끝없이 펼쳐진 그 광활한 토지에 놀랐고 척박한 유럽의 땅과는 달리 일 년에 두 번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천혜의 기후와 비옥한 토질에 놀랐다. 그러나 놀란 것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이미 수세기 전부터 식민지 지배자들에 의해 살기 좋은 해안가나 강변에서 쫓겨난 원주민들은 비교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내륙의 구릉지대로 옮겨가기 시작했는데 그러한 구릉지대를 가로질러 철로와 전신주가 세워지기 시작하자 더욱 놀라서 깊숙한 밀림으로 숨어들어 갔다. (물론 몇몇 용감한 부족은 달리는 철마에 활을 쏘며 맹렬히 저항하기도 하였다.) 원주민들의 이러한 백색의 침략자들에 대한 공포는 이미 수세기에 걸쳐 자행된 유럽인들의 무자비한 식민통치에 의한 결과이다. 레비 스트로스는 기록에 근거하여 유럽인들이 최초에 원주민들을 만났을 때 그들이 이 이상한 짐승들이라고 표현한, 지금은 믿을 수 없는 그릇된 인식을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한동안 유럽의 식민지 침략자들은 대낮에도 벌거벗고 다니는 이 토착민들을 인간으로 간주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이 원주민들을 붙잡아다 대규모 농장 일을 시키는 일에 성공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일하는 짐승이라고 부르며 노예보다 더 낮은 대우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백인들이 원주민 여인을 강간하여 백인과 인디언의 혼혈인 카보클로스가 태어나자 당황한 이들은 자신들의 피를 더러운 짐승들과 섞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원주민들을 쫓아내고 아프리카에서 흑인노예들을 대량으로 수입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제수이트 선교단 중에서 조금 선량한 생각을 갖고 있는 수도사들은 이들 역시 불쌍한 영혼을 갖고 있는 신의 창조물이 아닐까 생각하고 이들에게 가톨릭을 전파하려 노력하였으나 별로 성공하였다는 기록이 없다.


 레비 스트로스가 상파울로에 도착했을 1935년 만해도 도시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원시 인디오를 발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브라질로 원시부족을 탐구하러 간다는 말을 들은 프랑스 주재 브라질 외교관은 브라질에는 원시부족이 거의 사라져서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며 그를 매우 걱정하였던 것이다. 상파울로에서 불과 50 킬로 떨어진 곳에 원시부족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보니 이미 백인의 얼굴을 가진 인디오들 몇십명이 부락을 이루고 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결국 원시부족을 만나기 위해 수천 킬로 이상을 이동하여 아마존 내륙 깊숙이 탐험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이러한 도심에서 수천 킬로 떨어진 오지라고 해서 원시부족에게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이러한 오지에서 다이아몬드와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개척자들이 밀림으로 유행처럼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원시부족들의 살림터인 숲과 강을 파헤치고 저항하는 원주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침략자들을 두려워하고 저항하지 않는 온순한 종족들에게는 사냥에 필요한 칼과 도끼 등을 나눠주고 이들로부터 반짝이는 광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종의 침략자와 토착민간에 거래가 형성되기도 했는데 이러한 거래의 결과는 그나마 남아있던 원시부족의 멸종을 가져온 원인이 되었다. 레비 스트로스가 아마존의 오지를 탐사할 당시에도 십여년 전의 선교사나 탐험가들의 기록에 의하면 수천 혹은 수백 명이라고 기록된 부족들이 막상 가보니 수백 명 또는 불과 수십 명으로 줄어들어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처럼 전체 부족이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원시부족은 대부분 백인과의 접촉을 허락한 부족들이었다. 최근에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프로에서도 지적한 바이지만 그나마 밀림 속으로 들어가 고유의 문화를 지켜오던 원시 종족이 이처럼 멸종위기에 처한 근본적인 원인은 개발업자들이 목축지 개발을 위하여 무자비한 산림훼손을 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밀림이 20% 이상 파괴되어 이곳에 살고 있는 인디오 족의 멸종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에도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위험성이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원시부족에 있어서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백인들과의 접촉에서 오는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천 년간을 문명과의 접촉 없이 살아온 원시 부족들은 면역체계가 약해 백인들이 유럽에서 가져온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어 수만 명이 사망하였다.


 지금은 자명하게 받아드리는 진리가 엄청난 투쟁의 대가를 치러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은 지구가 태양의 주변을 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500백년 전만해도 이러한 주장을 하다가는 화형에 처해질 수도 있었다. 역사적 사실 또한 마찬가지이다. 십여년 전에 흑인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15세기에 스페인의 함대가 브라질에 도착한 후 그 땅에 살고 있는 토착민을 인간으로 간주하기까지는 수백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니 어쩌면 인간인지 확실한 것은 모르나 이 종족들이 급격히 멸종해가자 브라질 정부로서도 당황했던 것 같다. 그들은 미국식의 인디언 보호국을 설립하여 희귀동물을 보호하듯이 일정한 주거지역을 정하여 원시부족들을 관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고유한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문명화시키려는 오만한 노력들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레비 스트로스는 인디안 보호구역에서 당시 목격한 문명화된 <티바기 인디언>에 대해 이렇게 기술한다.


어떤 소규모의 무리들은 파라나와 산타 카타리나의 남부 주에 있는 숲속에서 20세기까지도 존속하였다. 이들 중의 한두 집단은 1935년까지 존속하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지난 수백년동안 잔혹한 박해를 겪었기 때문에 자신들을 외부세계에 노출시키지 않는 법을 배웠던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집단들은 1914년 경에 진압되었고 또 브라질 정부는 <문명생활에 적응>시킨다는 목적으로 그들을 특정지역 내에 거주시켰다. 예를 들면 내가 베이스캠프를 쳤던 상제로니모의 부락에는 자물쇠 상점, 약방, 학교, 그리고 제제소가 있었다. 정기적으로 도끼, 칼, 못이 그곳에 보내졌고 의류와 담요도 지급되었다. 그러나 20년 후에는 이 같은 실험은 중단되었다. 그래서 보호국은 인디언들이 독자적으로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게 되었다. 이 같은 사실은 보호국이 정부 당국에 의해서 얼마만큼 도외시되어 왔던가를 나타내 주는 것이었다. -중략-

원주민들이 짤막한 문명생활과의 체험을 통해서 지니게 된 것이라곤 브라질 인들의 옷, 그리고 도끼, 칼, 바늘, 실의 사용법이었다. 원주민들을 위해 주택이 건립되었지만 그들은 오히려 야외에서 사는 것을 더 좋아하였다. 그들을 부락 내에 거주시키려고 해 보았으나 그들은 여전히 방랑생활을 즐겼던 것이다. 그들은 침대를 쪼개어 땔나무로 사용해 버리고 땅바닥에서 잠자던 생활로 되돌아갔다. 정부에서 파견된 목동들은 할 일이 없어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왜냐하면 그들이 만든 밀크나 고기를 인디언들이 전혀 먹으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렛대의 작용으로 가동되도록 나무로 만들어진 분쇄기는 한 번도 사용하지도 않고 썩도록 방치해두고 그들은 여전히 손으로 가루를 빻았다. 



 오늘날 아마존의 밀림지대에서 발견되는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는 원시부족들은 이와 같은 백인들의 문명화정책을 거부하고 외부세계의 노출시키지 않는 법을 철저히 지킨 종족들이다. 백인들과 활발한 접촉을 허락했던 종족은 거의 멸종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디언을 보호한다는 정책을 결국은 인디언 말살정책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레비 스트로스가 거쳐 간 지역을 50년이 지난 후에 탐사한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에서도 이러한 문명인들의 오만함은 여전히 드러난다. 이들의 일상을 취재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에겐 문명사회에선 볼 수 없는 각종 진기한 풍습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직업적 본능만이 가득할 뿐이다. (이 프로의 제작자는 탐사전 이미 인류학 분야의 고전이 되어버린 <슬픈 열대>를 안 읽어 본 모양이다. 이 프로에서 1987년 경에 처음 발견되었다고 해설자가 말하는 입술과 턱 사이에 깎아 만든 나무를 끼여 넣는 장식을 한 <조에 부족>은 이미 <슬픈 열대>에서 언급이 되고 있다. 사냥을 잘 하는 남자가 복수의 처를 두고 있다는 언급도 잘못된 것이다. 그는 추장으로서, 추장만이 여럿의 아내를 둘 수 있었다. 또한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종족 구성원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추장의 주된 역할로서 추장은 종족 중에서 추대되며 군림하지 않는다. 프로에서 사냥에서 획득한 고기를 배분하고 이에 불만을 품은 구성원을 달래려고 노력하는 것은 추장의 고유 역할 중의 하나이다.) 이처럼 헬기를 타고 밀림 곳곳을 헤집고 카메라를 들이대며 법석을 떨고 간 후에 밀림에 남게 되는 후유증을 제작진은 한 번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오늘날에도 여전히 원시부족이 문명과의 접촉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일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다. 이상스러울 만치 면역체계가 약한 이들은 문명세계에서 들어온 단순한 감기 인푸루엔자에도 종족 전체의 멸종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사실은 바이러스와 인간에 내재한 항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즉 현대 인간은 이미 수백 년간의 산업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바이러스에 저항할 항체가 진화하였고 항생제 또한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그러나 수천 년 전의 석기시대 단계에 있는 윈시부족에게는 그러한 진화의 시간이 아직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문명인이 수천 년이란 시간을 가로질러 그들에게 성급히 손을 뻗쳐 그들을 문명사회로 데려오려고 한다면 그들은 문명사회에 도착하기도 전에 화석처럼 굳어져 부서지고 말 것이다. 레비 스트로스는 이러한 점을 인식하였다. 그래서 그는 겸허한 자세로 되도록 조용히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수천 년의 시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만난 이 석기시대의 소박한 인류가 자립적으로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발전해 오기를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이 수천년 후에 선택한 문명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문명의 모습과 다르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레비 스트로스는 그들이 선택한 문명이 지금의 문명과는 좀 더 다른 소박한 문명이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들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고 오만한 문명인의 접근이 지속되는 한 아마존의 눈물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헤이쮸 | 작성시간 10.06.12 헬레나 호지 여사의 '오래된 미래' 속, 라다크인들의 문명도 이처럼 스러져 갔지요. 딱히 법전이 없어도 평화롭던 공동 사회,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의 평등한 역활이 물 흐르듯 여러 세대를 이어오던 유토피아가, 서구 문명이 들어가고 단 십여년 만에 흔적없이 붕괴되어 버린 것. 소유의식이 생기면서 범죄가 늘고, 현대의 라다크인들도 악다구니를 지르고 있다지요.'오래된 미래'를 구축하는 데는 수천년이 흘렀을 터인데, 함몰이 되는 데엔 눈 깜짝할 사이, 서구의 실용과 합리를 앞세운 문명이 얼마나 무섭던지.
    그냥 내버려 두면 좋겠어요. 자기의 방식대로 진화하고, 소멸하고, 실험하고, 증명하며 살도록.. 지발 건드리지 말쥐..
  • 답댓글 작성자헤이쮸 | 작성시간 10.06.12 근데요.. 이 글 시리즈의 이전 글에 서정이 묻어나서 너무 좋아요.. 라고 했더니만, 이번엔 팩트로 감싼 글이 건조한 시멘트 건물을 보는 듯 합니다요. 님께서 서정이 묻어나는 것을 경계하시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넌픽션에 숨겨진 은은한 호수 하나.. 살짜기 빛을 뿜어내는 서정을 마다할 일은 아니라 싶어요. 종종 그런 요소가 독자로 하여금 주제로 깊숙히 잠기게 하는 통로가 되걸랑요. 뭐, 딴지는 아니구요.. 니코스님만의 순진한 서정, 그거이 그립다.. 이 말이지요.^^
  • 작성자nicos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6.12 하두 몇달동안 ***건설, +++개발 이야기만 들으며 콩크리트 문명 속에 살다보니 마음은 말라 비틀어지고.... 서정은...근데 그게 오데로 갔나?ㅋ
  • 작성자solo | 작성시간 10.06.14 고향이 그립다고 말하면서도 서울로 서울로 아파트로 아파트로 모이는 사람들처럼, 아마존의 원시적인 자연을 그리워하면서도 그 속에서 원시상태로 살고 싶지는 않은 바로 우리들 때문에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작성자헤이쮸 | 작성시간 10.06.18 니코스님~
    '슬픈 열대'가 드디어 서울에서 당도를 하였습니당~~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페이지 수가 "750면"..
    연내에 다 읽기는 영 불가능해 보입니다요..ㅜㅜ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