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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詩

일시 260606. 비석을 닦으며

작성자민구식|작성시간26.06.05|조회수169 목록 댓글 2

일시 260606. 비석을 닦으며

민구식

 

삼촌이 집안을 대표하여 고무신 끌고 전장으로 가던 날

비가 내렸다고 했습니다.

그 놈의 뒷모습은 참 용감해서

총알도 피해 갈 줄 알았다고

아버지는 담배 연기 길게 뱉으며 천 번도 더 말씀하신

그 한숨도 함께 새겨진 비석을 닦습니다

 

전쟁 중에도 휴가를 얻었다고 철벅거리며 대문을 들어섰는데

말이 없었다고 합니다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던 삼촌은

며칠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전장으로 갔다는데

전쟁이 끝나도 오지 않았답니다.

 

비 오는 날이면

삽짝문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 황급히 어둠 속에 대고

영석이냐? 했던 아버지는

화살고지가 어딘지 도 모른 채 한숨만 길었습니다

 

지금도 거기 어디 수풀 속에 누워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실 삼촌

닦고 닦아도 이름 석자 깊은 골로 눈물이 고입니다

 

일등병 민영석의 비석을 붙잡고

유월의 찔레 향기가 깊은 절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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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rnrghk | 작성시간 26.06.06 오래 전 이땅에서 벌어진 참극은 지금 읽어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우리 할머니는 피난지에서 적의 유탄에 돌아가시고...아직 소년이었던 삼촌은 그 충격으로 행불자가 되었고 아버지는 유월을 가장 싫어하셨지요
    저승에서나마 상봉을 하셨는지?
    유월의 뻐꾸기가 이산 저산에서 울어대면 어릴적 아버지 엄마한테서 들었던 불쌍한 소년 삼촌 생각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할머니가 된 지금도..
    아니 할미가 되고보니 더욱 애닳프네요

  • 작성자조형연 | 작성시간 26.06.06 자식을 전쟁에서 잃고 가슴에 묻고 사시는 분들의 고통을 당하지 않고는 어찌 말로 표현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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