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로도 한참을 설명하는 내용이라 몇 마디로 답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1. 대리의 본질은 법률행위를 하는 자(대리인)와 법률효과를 받는 자(본인)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즉 자기가 아니라 타인(본인)을 위한 행위이면 대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형식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2. 을이 갑의 이름으로 계약을 했는데, 병이 갑을 계약당사자로 이해했다면, 계약의 당사자는 갑과 병이 되고, 을은 갑의 대리인입니다.
부언하면, 을은 갑의 이름으로 계약을 한 것만으로 본인(갑)을 위한다는 의사가 표시한 것입니다.
을은 자기에게 권리의무를 생기게 하기 위해서 계약을 한 것이 아니잖아요.
3. 을이 갑을 대리할 권한이 없다면 무권대리가 됩니다.
그러나 을에게 기본대리권이 있다면 126조 표현대리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4. 노트의 (3) 사례는, 2001다49481 판결에 대한 것입니다.
(2)와 (3)은 을이 갑이라 속이고, 갑의 이름으로 병과 계약을 했고, 병은 갑을 계약당사자로 이해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그러나 (3)은 기본대리권이 없어 126조가 성립할 수 없었고, (2)는 기본대리권이 있기 때문에 126조가 성립(정확히는 유추적용)한 것입니다.
5. 2001다49814 판시를 보면, 얼핏 대리관계를 표시('갑의 대리인 을')하지 않으면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쓰고 있으나, '특별한 사정'을 읽어보면, 대리관계를 표시하지 않아도 126조가 성립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126조가 성립하지 않은 것은 기본대리권이 없었기 때문이지, 대리관계가 표시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다만 시험에서는 대부분 판례 원문대로 출제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2001다49814의 표현을 잘봐둘 필요가 있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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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예수 작성시간 21.03.24 질문을 그렇게 했는데도 궁금했던 점을 정확히 답변해주시니 정말 감동입니다...
답변내용 중 한 가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2001다49814판시의 사례가 대리관계가 표시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기본대리권이 없었기 때문에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해당 문제의 보기는
'대리인이 사술을 써서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는 성립될 수 없다.' 인데요,
'대리인'이라고 했기 때문에 기본대리권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아닌건가요??? -
답댓글 작성자이찬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1.03.24 여기서 '대리인'이라는 표현은 대리행위를 한 자를 의미할 뿐이고, 그 표현만으로 어떤 대리권이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대리행위를 한 자(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는지 여부는 별도로 판단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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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예수 작성시간 21.03.24 이찬석 그렇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