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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순의 손편지[334] 땅, 얼마나 필요하세요?

작성자이관순|작성시간23.02.12|조회수2,486 목록 댓글 11
원고가 실린 월간 '목마르거든' 2월호 

 

이관순의 손편지[334]
2023. 02. 13()
 
 
, 얼마나 필요하세요?

 
 
 
  유독 사람만이 땅에 집착하며 산다. 예나 지금이나 땅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펄벅 여사도 소설 ‘대지’를 통해 이점을 관찰했다. 땅이란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임을. 주목할 대목은 머슴살이로 억척같이 일해 지주가 된 왕룽의 행태이다. 어린 딸이 열이 펄펄 나 곧 죽을 상황인데도, 살려달라고 애원만 할 뿐 땅을 팔아 딸을 구하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오늘날에도 땅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집착의 대상이다.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 걸까.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소설을 통해 선 굵은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던졌다. 아래 글은 그의 단편소설 'How much land does a man need '를 의역한 것이다.
 
  러시아 어느 시골에 소작농으로 생활하는 파콤이란 이름의 가난한 농부가 살았다. 농부의 평생 꿈은 자기 이름의 땅을 가지고 그곳에 집을 지어 농사를 짓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주들의 횡포로 몇 평의 땅을 소유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 중이던 한 상인이 그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면서 눈이 혹할 소식 하나를 들려주었다. 바시키르라는 성에 가면 영주(領主)가 땅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기 소유의 땅을 아주 싼값에 양도한다는 것이다.
 
  농부는 먼 길을 걸어서 마침내 성에 도착했다. 그는 쿵쿵 뛰는 가슴을 누르고 영주를 찾아갔다. “땅이 필요하다고?” “그렇습니다.” 농부는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 포기할 수 없는 꿈에 대해 소상히 말했다. 얘기를 다 들은 영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네.” 선뜻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 말에 놀란 농부가 짝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주의 말은 갈수록 흥미진진했다. 영주가 제시한 땅 분배법은 너무나 쉬웠다. 보증금으로 천 루블을 내면, 아침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네가 밟는 땅은 모두 주겠다는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농부는 약속된 시간에 영주 앞에 섰다. 영주가 농부에게 말했다.
 “해 뜰 때 출발해서 해질 때까지 돌아와라. 네가 밟은 땅은 다 네 것이 될 것이다.”
  농부는 뛸 듯이 기뻤다. 드디어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구나! 출발선에 선 농부의 차림새가 가관이다. 몸을 가볍게 하려고 쌀쌀한 날씨에도 팬티에 러닝셔츠만 입었고, 허리에 찬 도시락과 물통 하나가 영락 없는 돈키호테 그 모습이었다. 농부는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땅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기름진 옥토가 끝 간 데 없는 녹색 초원으로 활짝 열려 있었다. 생각할수록 흥분이 되고 몸에 전율이 일었다.
 
  마침내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농부는 보다 큰 면적을 차지하려고 외곽으로 뛰기 시작했다. 점점 영주의 모습이 멀어져 갔다. 농부는 페이스를 지키려고 하나 둘 구령을 부쳐가면서 호흡을 조절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가빠지고 온몸은 땀에 젖었다.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사면에 모퉁이돌을 놓으면서 외쳤다. ‘고생은 하루고 영광은 평생이다!’.
 
  몸이 지쳐왔다. 숨은 헉헉거리고 다리는 휘적거렸다. 허리에 맨 도시락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 점심 먹을 시간에 한 걸음 더 뛰자. 밟으면 다 내 땅인데.”
  농부는 옆구리에서 덜렁덜렁 소리를 내던 도시락을 풀어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이젠 물통까지 거추장스러워지자 남은 물통까지 버렸다. 몸이 지치자 뛰다 걷다 뛰다 걷다를 반복했다. 먹은 것이 없으니 뱃가죽이 등짝에 붙는 것 같고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났다. 몸은 갈증으로 타들었다. 이만 돌아설까를 생각하다가도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비옥한 초원이 그렇게 매혹적일 수가 없었다.
 
  농부는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렸다. 어느새 해가 서쪽에 눕기 시작했다. 달려온 거리가 눈물겨운데, 체력이 바닥을 드러냈다. 결국 농부는 돌부리에 걸려 맥없이 고꾸라지고 말았다. 'go'냐 'stop'이냐 기로에 섰을 때, 저 멀리 영주가 흐릿하게 보였다. 다시 바닥의 힘을 박박 긁어서 용케도 일어섰다. 그리고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침내 영주 앞에 골인했다. 그리고 헉헉대면서 영주를 향해 소리쳤다.
“영주님, 땅을 주시는 거죠?”
 
  영주가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격에 겨운 농부는 ‘오 흐앙~!’ 포효를 하고는 영주 앞에서 쓰러졌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그러나 농부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소망한 바를 다 이루었는데, 영광은 누리지 못한 채 숨을 거둔 것이다. 그 바람에 영주는 뜻하지 않은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그가 누울 만큼의 땅을 파고 시신을 내리면서 영주가 말했다.
“여보게. 여섯 자 관이 들어갈 땅이면 족한 것을, 괜한 수고만 했네 그려!”
 
-소설가 / daum cafe 이관순의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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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이관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2.13 좋은 글 감사합니다
    2월 중반으로 접어든 새로운 한주 힘찬 걸음되세요~~
  • 작성자이관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2.15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고엘리 | 작성시간 23.02.18 실감나게 감정을 잘
    표현해주셔서 더 감동적으로 읽고 다시 읽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고엘리 | 작성시간 23.02.18 새가족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다비드 | 작성시간 23.06.12 15여년 전 퇴임 후 안산에 와 살면서, 땅 좋아하는 친구를 처음으로 놀려먹은 적이 있다.
    만날 적마다 부동산 자랑하며 땅 땅 하던 친구였다. 안산에 온지 4~5년 되었나 싶을 때쯤 그 친구가 안산에 내려와 회포를 푸는 중에도 또 땅 자랑을 하는 터였다.
    그때 나는 그 친구에게,
    "나는 여기 안산 땅 삼만 평 있지"
    천연덕스럽게 자랑 투로 말하자 그 친구는 놀람과 충격에 주눅이 들어 땅 얘기는 쑥 들어갔다.
    땅 전문가인 친구 계산으로 아무리 안산시 허술한 곳이라도 삼만 평이라면 백억이상의 재산은 될 터이니 졸지에 내 앞에 하수가 되었으니 말이다.
    속물인 그 친구 술만 도 이상으로 먹고 대리운전 불러 서울로 떠났다.
    그 후로 땅 얘기는 내 앞에서는 찍소리 못 했다.
    <안 산 땅 삼만평>으로 친구를 놀려먹은 한참 후에, 언어 희롱 장난질을 고백했다.
    껄껄 웃고 나더니
    '그럼 그렇지 네가 무슨 땅을 아냐'는듯이 마음놓고 부동산 이야기로 꽃을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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