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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혈압과 혈관

작성자아그네스|작성시간08.06.20|조회수370 목록 댓글 16
[언니 이야기]


수술을 잘받고 회복속도도 빠르다고 해서 무척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나절 병원 중환자실에서 전화가 왔어요.
씨티촬영을 하려고 하니 조영제 투여는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구요.
언니에겐 가족이 없기 때문에 여지껏 병원 진료 및 입원시 제가 보호자 역할을 맡아 해왔었답니다.

병원까지 가려면 1시간 30분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했더니....
언니가 직접 서명하고 씨티촬영을 했답니다.
제가 도착했을때는 촬영을 끝내고....중환자라서 그런지 촬영 결과가 빠르게 나왔더군요.
바로 이어지는 [응급수술 동의서].....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길래 응급수술을 해야하는지....
담당 의사분이 말씀해 주더군요.

수술이후 날마다 피검사와 초음파검사를 하는데....
언니가 혈압이 낮아진 상태에서 조금도 올라가지 않아 걱정을 했답니다.
오늘 아침 초음파 검사에서 혈류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징후를 발견했답니다.
그래서 더 정밀한 검사를 하기 위해 씨티촬영을 했고....결과는
기증자의 간과 언니의 동맥, 정맥, 담도를 잇는 수술을 했는데
동맥 부분에서 혈류 흐름이 현저히 낮은 걸 알아내었다고 합니다.
그 원인 때문에 혈압이 낮은 것 같다는 말씀....

그래서 언니에게 응급수술이 필요하답니다.
그 동맥부분의 혈전으로 인한 피딱지가 붙어있을 수도 있고...
뭔가가 뭉쳐져 있을 수도 있고....혈관이 매우 좁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일단 다시 개복을 해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하더군요.................ㅠ.ㅠ

그렇게 힘든 수술을 하고 잘회복하고 있는 언니에게.....망연자실할 지경이었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아주 훗날에 좋지 않은 예후로 언니가 고생하는 것 보다는
지금 수술직후이니....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싶은 생각으로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수술전에 언니와 면회시간을 주더군요...
한껏 밝은 목소리로...."언니! 지금 원인을 발견하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나중에 후유증으로
악화되고 고생하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
그랬더니 언니도 "그래....다행이구나....그거 혈관 고치면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겠지? 그냥 질끈 눈감고 한 번
해보지 뭐...." 그러더군요...........ㅠ.ㅠ

오후 5시가 지나서 언니는 응급수술을 하게 되었고요.
저녁 9시가 되어서야 중환자실에 다시 왔습니다.
호출을 받고 황급히 중환자실을 들어 갔습니다.
아...............
언니가 너무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거에요..........ㅠ.ㅠ
처음 수술 직후 그토록 아무렇지 않은 듯 의연했던 언니가.......ㅠ.ㅠ
평소에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던 언니가.......ㅠ.ㅠ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너무너무 아프다고 제 손을 잡습니다....

간호사의 말은 두번째 수술이어서 더 아플거라고 하더군요.
진통제를 투여하는 버튼을 자꾸 누르라고 하더군요.
입술은 하얗게 말라서 건조해져 있고....얼굴은 더 퉁퉁 부어 있습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에게 들었습니다.
열어보니....동맥혈관에 피딱지가 붙어 있어서 제거하고....조금씩 잘라내어서 다시 혈관을 잇는 수술을 했다고....

수술후 다시 초음파를 해보니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한참후 혈압을 체크해 보니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고요.
그것을 확인한 후....
언니에게...
"언니! 언니가 고생한만큼 결과가 좋으네~......아파도 조금만 견뎌줘.....더 건강해지기위해 아픈거니까..."
"그래....다행이다....원인을 알아내었다니....그럼 이제 이상 없는거겠지??"
"그럼~ 이제 정말....회복만 잘하자~! 응? 기증해준 00(조카)도 생각해야지..."
"으응...그래...그래...."

한참 진통제가 언니 몸속으로 들어갔습니다.
30분정도 지나니까....언니의 앓는소리가 이내 잦아듭니다.
차가워진 손을 자꾸만 만져주고....
눈가에 눈물이 말라있던 자욱도 물티슈로 닦아주고...
발을 지압하듯 주물러 주니....언니가 좋아합니다.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어보니....제가 만져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언니가 누워있는 중환자실에서 거의 1시간 30분가량을 언니와 있다가 나왔습니다.

....................................................................................................................

[조카이야기]

그렇게 씩씩하던 조카가....수술후 통증으로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지요.
오늘로 수술한지 만 3일이 되었는데 몸속의 가스가 배출되지 않아 더 괴로워하고 있답니다.
나름대로 이겨내려고....의사,간호사님이 권하는 대로 보행기를 끌고 운동도 곧잘 합니다.
그런데 어제였지요......
조카가 침대에 누워 제게 조그만 목소리로 말합니다.
"고모..........나.....어제 너무 아파서 자살하고 싶었어...."
"응? .................정말 힘들었구나.....어떡하냐.....고모는 미안하고 고마워서 너에게 할 말이 없단다..."
그리고는 둘이서 울고 말았지요........ㅠ.ㅠ

그리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오면서까지 조카의 말이 온 마음과 몸을 휘감고는 저를 괴롭힙니다....
새벽에 이곳 카페에 와서 [기증자 코너]를 샅샅이 뒤지며
기증하신 분들의 아픔과 심정들 모두 읽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조카에게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기증후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해서 말입니다.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의외로 상담을 받겠다고 합니다.
오후에 신경정신과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먹는약 처방까지 받았습니다.
지금은 잠자리에 누워있지요.
자기 전에 신경정신과 처방약을 먹고 말입니다.

너무너무도 고마운 조카에게 정말 엄청난 고생을 안겨준 것 같아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은 아픔을 제가 느낍니다.......ㅠ.ㅠ

저녁나절 조카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기분어떠냐고.........."음.....많이 좋아졌어....고모! 난 말야! 금방 잊어먹어...그러니까 걱정마!"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조카가
아무 탈없이 회복되어서 어쨌든 건강하게만 지낼 수 있다면.....기도합니다......




*****덧붙임말 : 언니의 혈관이 평균치보다 좀 가늘다고 합니다. 혈류장애가 될수 있겠지요? 그것으로 인해
언니의 회복이 더뎌지거나....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는지....무척 걱정이 됩니다.
조카가 기증한 간도....앞부분은 혈관이 잘발달돼 있어서 혈류흐름이 좋은데....뒷부분은
혈관이 가늘다고 합니다.....아.....걱정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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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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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아그네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6.22 돌돌콩님 안녕하십니까? 네...언니는 지금 중환자실에 꼼짝 못하고 누워있으면서도 면회갈때마다 조카걱정만 합니다. 눈물짓기도 하면서 말이지요...저는 언니도 조카도 모두 잘 회복되리라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지만....현재 겪는 고통스런 모습과 표정을 지켜보노라니...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습니다....네네!! 꼭 이겨내고 건강하게 살거라 믿습니다. 돌돌콩님 고맙습니다. 힘내라는 말씀 전해 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순이 | 작성시간 08.06.21 지금은 시간이 무척 더디겠지만 언제 그랬냐 싶게 회복 되실 겁니다. 지금 우리가 그렇듯이 언니랑 조카랑 지난일을 말하며 살겠지요...그때엔 그랬노라고...기도중에 빠른 회복을 빌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아그네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6.22 순이님 안녕하세요? 오늘 조카랑 산책을 했습니다...조카가 그러더군요..."고모! 내가 어떻게 수술을 했는지 모르겠어...겁도 없이...그런데 하고보니 너무 힘드네..."라고 말이지요.....ㅠ.ㅠ 저는 여기 카페 회원님들 중에 기증하신 분들 얘기를 해줬어요...웃으면서 추억처럼 말할때가 있노라고요....고맙습니다! 순이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작성자해피-투게더 | 작성시간 08.06.25 수술한 후 간동맥에 혈전이 쌓여 정상적인 혈류가 흐르지 않아 다시 동맥 재수술을 하셨군요.간혹 있는 후유증이라 알고 있습니다. 간동맥은 간으로 산소공급을 주로 해주는 역할을 한답니다. 그리고 굉장히 미세한 혈관으로 보통 2-3 mm정도 밖에 되지않아 이식 시 현미경을 착용하고 이식해야하는 고 난위의 혈관 문합술 입니다. 추가적인 후유증은 없을 것으로 위안삼아야 겠지요. 혈관이 약해진 부분은 정상적인 간으로 이식을 하였기에 곧 튼튼해질 거라 사료됩니다.
  • 답댓글 작성자아그네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6.24 해피-투게더님 안녕하세요? 아~! 네 그렇습니다! 간동맥이 2~3mm밖에 되질 않아서 아주 힘든 수술이었다고 합니다....지금은 언니가 잘회복 하고 있고요....혈압도 정상이랍니다. 저도 언니가 모쪼록 건강해지기만을 바랍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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