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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여기가 천국인가요?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1.06.13|조회수98 목록 댓글 13

미라클 기술학교에서 있었던 음악회를 잘 해낸 학생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토요일 점심 먹으러오라고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이제 20명이나 되는 큰 가족 되어서 준비할 것들이 많아졌다.

음식재료가 많질 않으니 가짓수 보다는 양을 많이 해야 한다.

늘 굶주리는 상태의 젊은이들이 먹는 양은 대단하다. 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실컷 먹어보는 것이다.

그런 정도의 소원이라면 못해줄 것이 없다 싶어서 한국제자들이 먹던 분량의 3배정도를 준비하면

그들은 실컷 먹고 나서는 배부르다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한국 음식으로는 잡채와 야채 튀김, 참치와 아보카도를 넣은 김밥을 만들고 양식으로는

삶은 계란과 마카로니 국수에 삶은 완두콩과 다진 양파와 오이를 마요네스 소스에 버무린

누들 샐러드와 집에서 키운 치커리와 토마토를 넣어 버무린 믹스드 샐러드였다.

이번에는 소세이지를 숯불에 그릴 했고 캔 참치와 토마토를 넣어 끓인 소스의 스파게티가 메인 메뉴였다.

후식으로는 바나나를 곁들인 쵸콜렛 푸딩이 있었다.

전식과 메인, 후식이 있으니까 한 번에 담지 말고 접시에 예쁘게 담아가라고 식사 매너까지 곁들어 가르쳤더니

너무도 잘 따라준다. 무엇이든지 가르치면 잘 따라와 주는 고마운 학생들이다.

 

학생수가 많아 정원에서 식사를 하고 난 후, 집안으로 들어와서 함께 음악 영화를 보려고 거실에 앉을 자리를

만들어주는데, 감수성이 강한 매튜가 방석위로 몸을 던져 바닥에 딩굴며 이렇게 물었다.

“여기가 천국인가요?” 나는 좀 머뭇거리다가“ ”그럼, 여기가 천국이란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천국이 아니겠니?“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가슴이 벅차옴을 느꼈다. 아이들이 이곳을 천국같이 느끼고 있다는 그 마음에 내가 감동을

받으면서도 한편 얼마나 그들이 사랑과 물질의 결핍 속에 살고 있으면 이정도의 상태에서 천상의 행복을 느낄까

하는 안쓰러움에 가슴이 저려온다. 매튜는 계속 말했다

“나는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하느님이 우리를 미워하신다고 생각했었지요. 저는 8살에 운전기사였던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17살에 돌아가셔서 고아가 됬는데 동생 둘이 있어서 할머니와 동생 둘을 먹여

살리려고 학교를 그만두고 시장에서 날품팔이를 했었어요. 나에게는 희망도 없었고 하느님도 안계셨지요.“

 

나는 23살의 매튜가 무용과 연기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고아원 아이들을 가르치는

무용 선생으로 채용해서 월급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이번 9월부터는 늦었지만 다시 고등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학비를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그의 삶이 바뀌었다.그는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밝은 청년이 되었다.

음악부에서 만난 학생들의 삶이 거의 이렇게 드라마틱하다. 그들의 가족들은 이들이 이렇게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떤 학생은 내가 선물로 준 리코더를 집에 가져 갔더니 그 악기를 가족 누군가가 내다

팔았다며 울면서 내게 하소연 했다.또 어떤 학생은 아버지가 음악을 못하게 한다면서 집을 나갔다가 몇 달 후에

다시 돌아와 아버지와 투쟁하면서도 뮤직센터를 나오고 있다.

 

예능에 재능 있는 아이들은 하느님이 주신 선물을 잘 가꾸어나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사람들에게는

기쁨을 주는 예술가의 삶을 살아가야 자신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가 있는데,

이곳 말라위의 아이들은 그 재능을 키워나갈 길이 없다. 모든 여건이 열악하니 목숨을 이어가는 일에만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그들의 가슴속에 품고 있는 커다란 불덩이를 꺼내어 타오르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그들이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을 회복해주고 싶다.

 

그 누군가가 나로 인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그 누군가가 나로 인하여 이곳이 천국임을 느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삶은 천상의 기쁨을 이미 이 땅에서 누리고사는 자들의 축제임이 틀림없다.

말라위의 더 많은 젊은이들이 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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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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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공박사 | 작성시간 11.06.18 참으로 놀라운 사랑입니다. 지난 번 서울 방문에서 이사님들을 만나 좋은 소식을 많이 들었습니다. 참으로 대단하시고 자랑스럽습니다. 한구에서 오신다면 다시 영주 휴천성당에 귀하게 초대하고 싶습니다. 사랑의 화신이 되어가는 정화의 과정이 바로 천국입니다. 수정처럼 맑은 사랑, 예수과 같은 사랑이 존재할 때 천국입니다. 부끄러울 뿐입니다. 늘 건강하세요.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6.20 공박사님, 이제야 공박사님이 누구신지 알 것 같습니다. 정말 반갑고 감사합니다. 제가 소식 전하지 못한것이
    죄송하군요. 운영위원들을 통해 저의 모든 소식을 듣고 계시다니 기뻐요. 항상 기도해주시고 격려해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말 하느님께서 저를 왜 이곳으로 불러주셨는지 알것 같아요. 많이 행복합니다.
  • 작성자JUNG NAN YOON | 작성시간 11.06.19 우리가 한국에서 함께할때도 이런 뭉클함이 향상 있었어요...선생님이 게시는곳에 주님이 내려주시는 은혜중하나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6.21 사랑하는 정난, 아, 우리도 그랬었지? 그게 사랑인가봐. 엄청난 에너지가 쏟아져나와 사람들을 모두 하나로 묶어놓는 힘, 하느님의 사랑 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이제 좀 알것 같구나. 우리도 항상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물수 있도록기도한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니?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1.06.23 마음이 찡해집니다..
    그들에겐 얼마나 행복한 천국일지..
    이보다 좋은 천국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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