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와서 두 번 째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 아침저녁 기온이 17도까지 내려간다.
한국에서도 “여름 감기가 더 무섭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곳 더운 나라 아프리카의
감기가 지독한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감기가 안 걸리려고 과로를 피하고,
비타민C를 날마다 섭취하며 몸을 아끼는데도 어쩔 수 없이 걸리는 것은 이곳의 환경 탓이다.
아침저녁 낮의 기온차가 심해서 몸이 잘 적응이 안 됨은 물론, 찬 바닥에서 변변한 이불도 없이
잠을 자는 학생들이 감기가 들어 콜록 거리며 균을 뿌리고 다니니,나라고 그 균들에 의해 침범을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욱이 우리 집에 더운 물이 안 나와 물을 데워서 써야한다.
더운 물을 조금씩 섞어가며 샤워를 하노라면 몸은 식어 한기를 느끼면서 감기 균이 침입을 해와도
견디어낼 힘이 없다. 나는 혼자니까 물을 데워서라도 샤워를 하지만, 한국에서 오는 7명의 학생들이
아침저녁으로 어떻게 찬물에 샤워를 할 것인가 너무도 걱정이 되어 수사님들과 의논을 해봤다.
그분들이 말라위보다는 부자나라인 케냐에서 오신 분들이라 방법을 알고 계셨다.
이곳 카롱가에는 물론 없지만, 이곳에서 가까운 탄자니아 국경에 가면 “인스턴트 워터히터”가 있으니
그것을 사다가 샤워꼭지에 부착 시키면 더운 물을 쓸 수가 있다고 했다.
나는 수소문을 해서 탄자니아로 가는 사람한테 사다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일주일 전에 도착을 했다.
전기공이신 수사님 한 분이 미라클 기술학교 학생들과 함께 작업을 시작하려고 오셨는데,
그날은 물이 안 나와서 작업을 못 하셨다. 그다음 날은 물은 있는데 전기가 안 들어와서 작업을 또 못 하셨다.
그다음 날에는 전기와 수도가 모두 안 들어 왔다.
5일 후에 하루가 복된 날이라 전기 수도가 다 들어와서 부착해주신 후, 사용해도 된다고하시고는
기도하시러 수도원으로 들어가셨다. 너무도 감사해서 눈물이 나왔다. 이제 고난의 끝을 보는듯 했다.
아, 정말 감격스런 순간이다. 아프리카에서 더운 물을 쓸 수 있다니....
그러나 이게 왠 일인가! 3분 동안 더운 물이 샤워 꼭지에서 흘러나오더니 그만 정전이 되고 말았다.
다른 집에는 불빛이 보이는데 우리 집에만 전기가 나간 것은 차단기가 내려간 것이다.
번개가 심한 지역이라 조그만 싸인이 있어도 차단기가 내려간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 모든 설치가
헛수고가 될 텐데... 나는 수사님께 다시 한 번 점검해주실 것을 부탁 하고나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목적지까지 도착하려면 아직도 몇 걸음 더 가야한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으리라 ! 나의 사랑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이 먼 곳까지 와서 봉사해주는데,
이정도의 수고는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들도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을 테지만,
너무 열악하면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 씻지 못하면 기분이 안 좋고, 기분이 안 좋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줄 힘이 안 나온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5.000L가 들어가는 큰 물탱크를 하나 구입했다. 물이 며칠 안 나와도 이정도면 우리가
일주일은 버틸 수가 있을 것이다.
정전 되는 때를 대비해서 자가발전기도 하나 릴롱궤에서 구입할 예정이다.
아프리카 땅에도 없는 것이 없다. 다만 큰돈이 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편한대로 살아가는 것뿐이다.
더욱이 우리들은 이곳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이곳에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런 물품들을 구입하는 것을 자제하고 그냥 버텨보려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나의 건강을 해쳐서 내가 힘이 떨어지면, 그 누가 나의 일을 대신 해 줄 수 있겠는가?
내가 30대 ,40대라면 또 견디어낼 수도 있겠지만 70을 바라보는 내가 이제 내 몸을 돌보지않으면
남에게 폐가 되는 나이가 되었음을 인정 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이 그립다. 목욕탕에 가면 펑펑 쏟아지는 그 뜨거운 물에 몸을 담구고 싶다.
집안에 히팅이 안 되는 곳이라 냉기가 뼈 속까지 느껴진다.
그래서 창고에 버려뒀던 전기 담요도 다시 꺼내서 쓰고 있다.(내가 늙은 탓인가?)
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아프리카의 겨울이 이렇게 매서운 줄을?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너울 하마 작성시간 11.07.13 정말 더운물이 아프리카에서 그리 필요할 줄은 몰랐군요. 덕분에 한국에서의 더운 여름 잘쓰지 않는 더운물의 고마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교수님 힘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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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랑나비 작성시간 11.07.13 언제나 결단력 있게 해결하시는분 ! 너무 고생하며 지내니 마음이 아프네요 힘 내시고 건강 조심 하셔요 너무 과로 하면 감기가 오래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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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펠라 작성시간 11.07.18 이런.. 우선은 선생님 몸부터 잘 추스리셔야 하겠어요.
아프리카가 얼마나 추운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죠...
저도 이번에 남아공가서 얼마나 추위에 떨었는지..
남아공도 그정돈되 거기는 오죽 하겠어요.
전기담요 꼭 덥고 주무세요! -
작성자momo 작성시간 11.07.19 마음이 아픕니다.....건강을 잃으시면 안되는데.....기도 열심히 바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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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하이퍼샘 작성시간 14.11.28 말라위의 위도를 찾아보고 ..선생님 글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지리 공부도 하고 있어요^^저의 남반구에 살았던 8년간 추억도 되살아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