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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말라위 천사들은 무엇을 먹을까?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1.07.21|조회수250 목록 댓글 8

 

나는 요즘 나까지 포함해서 8명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주방장이며,

80명의 참가자를 보유한 예술 워크샵의 총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몸과 두뇌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니 체중이 일주일 만에 2kg나 줄었다.

밤이면 신음하면서 잠자리에 들지만 새벽이면 다시 새로운 힘을 받고 일어나 아침상을 차린다.

그러면 내가 이렇게 섬기는 천사들은 도대체 누구며, 아프리카 땅에서 무엇을 먹으며 봉사를 할까?

 

한국에서도 최고의 예술대학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인 7명의 천사들이 열흘 전에

한국을 떠나 이곳 말라위 북부 낙후된 작은 도시, 카롱가로 날아왔다.

항공사의 실수로 나흘 만에 카롱가에 도착한 첫 날 목요일 저녁에는,

조갯살을 넣은 미역국과 잡채, 말라위 호수에서 나오는 가장 맛있는 생선 참보를 소금을 뿌려 기름에 튀겼다.

여기서 나는 뻣뻣한 배추로 만든 김치를 곁들였는데, 보기보다는 맛이 괜찮았다.

여기는 배추를 키우는데 우리같이 통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한 잎씩 따서 판다.

배추도 고갱이가 차는 것이 아니라 길게 위로 자라기만해서 맛이 없고 질기다.

그래도 김치를 담그기 위해서는 이런 배추와 양배추 밖에는 없다.

 

다음날 아침에는 정원에 차려놓은 식탁에 빵과 과일, 버터,치즈, 내가 만든 망고잼,파인애플잼, 자두잼과

우유를 넣어먹는 콘프레이크가 올라왔다. 아프리카의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아침식사를 즐긴다.

우리는 매일 아침은 정원에서 저녁은 거실 식탁에서 먹는다. 아침 식사에는 계란과 토마토, 아보카도, 파파야,

바나나, 사과등 다양하게 먹고있다. 말라위 천사들은 이곳에서 처음먹어보는 과일들을 즐기고 있다.

아침에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싱싱하고 잘 익은 토마토를 썰어서 이곳의 특산물인 붉은 양파를 채썰어

소금과 후추를 뿌려먹는 것이다. 모두들 아침부터 식욕이 왕성하니 기분이 좋다.

 

점심은 오전 수업을 끝내고 난 후, 미리 예약해 놓은 식당에서 매일 먹는데, 메뉴가 4가지밖에 없다.

소고기 스튜, 닭튀김, 생선 튀김, 계란과 감자튀김이다. 일주일을 먹고 나니 우리는 벌써 실증이 나서

집에서 해먹는 밥이 그립다.우리는 점심 식사 후에 잠간 집으로 돌아와 30분 정도 쉬는데,

나는 그 막간을 이용하여 저녁에 먹을 음식을 준비해놓고 나간다. 물론 일하는 아줌마에게 씻고, 썰고

하는 것은 부탁을 하고 나간다. 금요일 저녁에는 감자, 당근, 양파,브로컬리,바나나를 넣어 만든 카레라이스에다

감자전을 부쳤다.천사들이 맛있다며 아주 잘 먹어주었다.

 

토요일은 오전 수업을 마친 후, 우리는 말라위 호수로 나가서 뮤직센터 학생들과 직원 18명과 함께 호수가에서

신선한 생선을 즐겼다. 뮤직센터 학생들은 이렇게 좋은 식당으로 초대받는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

다. 오후 내내, 한국과 말라위 젊은이들이 하나 되어 축구와 수영을 하면서 삶이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도 행복이 넘쳤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집에서 키운 야채와 골뱅이가 들어간

매콤한 비빔국수로 천사들의 혀를 즐겁게 해주었다. 천사들은 한국에서 보다 더 잘먹는다며 맛있게 먹어준다.

 

주일 아침 나는 7시 미사를 하고, 나의 천사들은 집에서 찬양하며 예배를 본 후, 점심은 망가냐 마을에 가서

현지인들이 해주는 말라위음식을 먹었다. 소고기요리, 야채볶음과 콩요리였는데, 음식이 많이 거칠어서 인기가 없었지만, 우리들을 위해 춤과 노래를 불러준 현지인들의 친절함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줬다.

천사들에게는 현지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저녁에는 천사들이 한국에서 가져온 튀김가루로 감자,당근,가지, 양파를 넣은 야채 튀김과 오징어 튀김을 했고

색소폰 천사가 멋진 솜씨로 짜파게티를 만들었다. 전기가 나가는 바람에 손전등을 밝히고 이번에 릴롱궤에서

구입한 가스버너를사용했는데, 시간은 좀 걸렸어도 우리는 촛불이 켜진 멋진 식탁아래서 식사를 즐겼다.

천사들은 품위 있는 식탁을 좋아한다.

 

월요일 저녁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취나물을 삶아 들기름에 볶아 넣고, 집에서 키운 야채로 비빔밥을 했다.

양념간장과 고추장을 적당히 배합하여 내가 밥을 큰 양푼에 넣어서 비볐다.

비빔밥을 맛있게 먹으려면 잘 비벼야하는데, 내 입에 맞게 비비는 것이 모두가 다 맛있게 먹는 길이라는

오만한(?) 생각이 들었다. 국은 북어를 들기름에 볶다가 끓여서 파와 계란을 풀어 넣었더니 아주 시원하고

맛있는 북어국이 되었다. 술도 안 먹은 천사들이 속이 풀린다며 신음하며 맛있게 먹어주었다.

오, 요리하는 사람의 이 기쁨이여!!!

 

화요일 저녁에는 해물스파게티 였다. 이번에는 토마토소스가 아닌, 올리브기름과 마늘, 브로컬리를 넣고 새우를 껍질 채로 올리브기름에 볶아서 함께 버무린 소스였는데, 맛이 깔금해서 많이들 좋아했다. 샐더드는 역시 집에서 키운 그린 야채들과 토마토와 양파를 넣어서 만들었는데, 남자 천사들까지 맛있다고 해서 더 만들어다 주었다.

남은 스파게티로 올리브기름에 마늘은 많이 썰어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맟추니 얼마나 맛있는지,

모두들 감탄하며 먹어주었다. 말라위 7명의 천사들은 아주 많이 열려있다. 한식이던 양식이던 맛만 있으면 된다.

왜냐하면 7명중 5명이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고 있으니 이곳이 한국보다 더 맛있을 수밖에.....

 

수요일 저녁에는 어제 양식을 먹었으니 순수한 한식으로 상을 차렸다. 천사들이 가져온 굵은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만들고 감자와 양파를 썰어 넣은 수제비를 만들어주었다.

감기기운이 있는 첫번째 천사가 몸이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반찬으로는 내가 이곳에서 만든 양파 장아찌,

멸치볶음 ,콩장, 한국에서 가져온 매실 장아찌, 김치와 김이었다.

아주 소박하면서도 한국적인 밥상이 오랜만에 먹으니 얼마나 정겨웠던지!

 

오늘의 메뉴는 아침식사 전이라 천사들은 아직 모르지만, 오늘은 호박 크림스프와 피짜, 샐러드와 마늘 빵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마도 그들은 환호 할 것이다. 모두가 피짜를 좋아하는 젊은 나이의 천사들이니까...

내일의 메뉴는 음악회가 끝났으니 생선 매운탕을 끓여주려고 한다.

이곳에 뿌려진 씨와 짧은 기간 중에 맺어진 열매들을 자축하면서 우리는 시원한 맥주도 한잔 마실 것이다.

토요일에는 그동안 가르쳤던 뮤직센터 학생들을 모두 집으로 불러서 송별파티를 열어주려고 한다.

맛있는 많은 음식을 만들어서 나의 모든 천사들을 행복하게, 배불리 먹이리라,

그동안 정이 들어 서로 손잡고 끌어안는 이 젊은이들이 얼마나 헤어짐을 마음 아파 할 것인지, 지금 내가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온다. 주일을 하루 더 보내고는 다음 주 월요일에는 다시 릴롱궤로 떠나 화요일에는 한국으로 들어가는 나의 사랑하는 7명의 천사들! 영균, 동훈, 영란, 왕식,동규,호진,창현이다.

이 먼곳까지 달려와서 항상 웃는 얼굴로, 수준이 낮은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애쓰는 그들에게 표현할 수 있는

나의 감사는,  사랑과 정성이 들어간 맛있는 음식으로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다.

 

 

나는 이제 다섯 명의 아들을 더 얻었고 딸도 두 명이나 더 늘어났다. 나는 점점 부자가 되어 간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하느님께서 나를 이렇게 부자로 만들어 주신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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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요셉 | 작성시간 11.07.22 교수님 천국이 말라위에 있습니다 그려 ㅋㅋㅋ
    천사들 보내시고 서운함이 조금이라도 있으시면
    그것 다 저 주세요 제가 갖고 싶어요
    교수님의 마음에 계신 성령님께서 더욱 충만하시길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 작성자이지혜 | 작성시간 11.07.22 사랑하는 선생님! 저도 머지않은 시간에 꼭 갈께요! ^^ 너무 기쁘고 감격스럽네요~ 말라위의 엄마 보고싶어요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앞으로 천사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기를! 예수님의 방문도 기다립니다!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1.07.22 주방장 하시랴 워크샵 감독하시랴.. 몸이 남아나지 않으시겠지만...
    일곱 천사들로 인해 선생님의 마음은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하시리라 생각합니다.
  •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1.07.24 주님께 서 " 만물박사 칭호를 내려줄 충분하신 아녜스님..!!! 화이팅ㅇㅇㅇㅇㅇㅇㅇ~~~~~~~ !!!!!!! ^*~
  • 작성자하이퍼샘 | 작성시간 14.11.28 제가 한국 학생들 홈스테이 할때와 비슷하네요..어찌나 식사때는 그리 빨리 돌아오는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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