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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방주를 지으라구요?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1.09.01|조회수76 목록 댓글 4

8일 째 인터넷이 안 된다. 나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짜증이 난다.

하루만 연결이 안 되어도 불편한데 8일 씩이나 감감 무소식이다.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이다.

인터넷을 담당하시는 수사님이 휴가차 케냐로 가셔서 이곳에 남아계신 수사님들께 부탁을 드렸는데도

좋은 소식이 없어 케냐로 전화를 해보니, 샤미나드 미션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이 케냐회사라서

수사님이 기술자를 케냐에서 데리고 오셔야 한다고 했다.

카롱가 시내에 있는 인터넷카페의 수준으로는 한 시간이 결려야 메일 하나를 간신히 열어볼 정도로 느려서

더 애를 먹는다. 그것도 전기가 나가는 날이나 인터넷이 안 되는 날들이 많으니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낫다.

무인도 같은 이곳에서 바깥세상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가 인터넷인데......

 

그동안 많은 경험을 통해 나는 인내심을 배워왔다, 내가 봐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요즘같이 모든 상황이 나빠진 말라위에서는 전기가 하루에도 몇 번씩 나간다.

주유소에는 기름이 없어서 허탕을 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이제는 기름통을 사놓고 쓴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니까 그 자체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의 속을  뒤집어 놓는 일들이 아직도

벌어지는 것은  나의 인내심의 갈길이 멀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요즘들어 전기가 자주 나가는데,아주 나가면 차라리 포기하고 등불을 켜놓고 책을 읽던지, 아니면 잠을 자다가

다시 불이 들어오면 그 때일어나서 해야 할 일들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말라위 전기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 올 때 전류가 너무 강해서 때로는 전기제품을 고장 나게 하는 것이

문제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때는 또 너무 약해서 불은 들어오는데, 냉장고가 안 돌아간다든지, 헤어드라이어나,

 키보드 작동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갈 때가 있다. 그것이 반복되면  불평이 터져나온다.

이렇게 불안전한 전기와 물 사정, 약속도 신뢰도 자주 저버리는 사람들, 우리 힘으로 그 어떤 예측도,

준비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면 마음의 평화는 물 건너 가버리고 만다.

 

이럴 때는 말씀으로 위로를 받으려고 성경을 읽는다. 창세기 7장에 노아 이야기가 나온다.

하느님께서는 악과 폭력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생각과 뜻이 타락한 것을 보시고

인간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살아있는 모든 것을 멸망시키시겠다고 선포하신다.

유일하게도 노아는 하느님이 보시기에 '흠 없고 의로운 자"로 선택되어 방주를 지으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이때 노아는 아무런 의심과 반항 없이 그분이 시키시는 대로 방주를 짓기 시작했다.

홍수가 났을 때 노아의 나이는 600살이었다고 성경에 적혀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느 목사님이 TV에서 설교하셨던 것이 기억났다. 그분의 말씀은:

우리는 하느님으로 부터 늘 방주를 지으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고통을 받을 때, 실패를 했을 때가 바로 그 시기라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맛있는 것 먹고 마시고 놀며, 아이들 낳아서 키우며 세상 재미에 푹 빠져있을 때,

노아는 그 세상 재미에 동참하지 않고 묵묵히 방주를 짓는 일에만 전념을 했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그를 비웃고 조롱했을 텐데도 그는 하느님의 말씀에만 순종했다는 것이다.

방주는 생명을 얻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에 우리는 이 세상 속에 살면서 방주를 짓고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함을 강조하는 아주 유익한 설교가 마음에 와 닿았었다.

 

나는 나의 방주를 짓기 위해 이곳에 와 있다. 방주, 그것도 크고 안전한 방주를 짓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물질과 수고를 투자해야 하고 또 많은 어려움들을 이겨내야 한다.

영원한 생명을 우리에게 약속하신 하느님의 그 “약속”을 신뢰하면서 말이다.

 

우리들이 안고 있는 어려움이나 고통이 크고 길수록 방주는 크고 안전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 방주 안에는 나를 위한 자리 뿐 만 아니라 나의 이웃들을 위한 자리도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만나 좌절하고 있을 때, “방주를 지으라”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일어설 수 있는 믿음만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어떻게 지으라고 상세히 알려주시는 하느님이 계시지 아니한가!

 

오늘도 내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짜증난다고 투덜대지 말고, 하느님의 말씀만 믿고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묵묵히 방주를 지었던 노아의 순종을 닮을 수 있는 은총을 구한다.

내일도  다시 떠오를 아름다운 태양을 볼 수 있는 희망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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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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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1.09.02 끊임없는 인내를 필요로하는.. 어찌보면 고독한삶..
    그치만 그럴수록 하느님께 한걸음 더 다가갈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랫만에 읽는 선생님 글..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9.03 사랑하는 진주, 고마워요. 그동안 무인도에서 살다가 다시 세상과 연결이 되었어요. 정말 깊은 고독속에서 하느님과만 연결되어있는 듯한 체험도 유익했지요. 모든 처지에서 감사하라는 사도바오로의 말씀처럼....
    한국 생활이 많이 피곤하지요? 우리 다음달에는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있으니 기대해봐요.
  •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1.09.02 열악한 말라위 전기사정^^ 그속에서 하느님 말씀에 빠져 좋은 묵상을 들려주시니.... 아네스님 감사합니다..^^
    방주..!!! 말씀 안에 머뭄이 가장 좋은 방주를 쌓는 일이라는 주님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희와 함께 있다." 시며 ^^ 샬롬...!!!^*~~~~~~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9.03 사랑하는 루시아 자매님, 감사해요. 오랫만에 카페에서 이야기 나누니 기뻐요. 인터넷이 안되면 모든 것이 정지되는 곳이라서 하느님과 더욱 깊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곳이지요. 들려주시는 말씀 너무가 위로기 되네요.주님이 함께 계신데 제가 무엇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이번 10월에는 꼭 우리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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