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카롱가에 온지 일 년이 지났다. 그동안 유스 센터를 지어서 개관했고
우물도 많이 팠다. 또 루수빌로 고아원아이들의 삶의 질을 높혀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역시 뮤직센터이다.
나는 음악을 사랑하는 학생들과 날마다 만나면서 그들을 가르치며 사랑하게 된 것이다.
이제 나는 그들의 표정만 봐도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도 알 게 되었다.
이제 그들은 나를 교수님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맘”이라고 부를 때가 더 많다.
이렇게 많은 자녀들을 둔 엄마는 기쁨도 크지만 걱정 또한 많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악기와 장소를 제공해주면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맘껏 해 보라고 했는데, 구경만 하기에는 아이들의 기본실력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음악이론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키보드와 성악 레슨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과 자주 개별적으로 만나면서 그들이 자란 환경이나 가정 사정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특징은 우선 학교공부에 별로 취미가 없는 것이다.
학교생활에 열중하다보면 음악을 소홀히 하게 되고 많은 시간을 학교공부에 집중해야 하니
아이들이 학교를 중퇴하는 경우가 많다. 음악은 그들에게 즐거움과 도피처가 되어주었다.
부모들이 경제적으로 힘이 있으면 아이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학교에 보낼 수가 있을텐데,
그럴 사정도 못되니까, 그냥 방치하다보면 아이들은 중학교 졸업이나 고등학교 중퇴 정도의 학력 밖에 안된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으면 대학을 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학생들의 환경을 바꿔줘야 그들의 미래가 희망이 있고 내가 그들에게 쏟아 붓는 열정이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뮤직 센터의 모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결심했다.
학교를 중퇴한 학생들은 설득해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했고, 야간 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은
좋은 학교로 편입시켜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모든 음악 수업과 연습시간은
학교가 끝난 오후시간으로 스케쥴을 짜도록 지시했다. 학교에 열심히 가는 학생들에게는
일 년에 세번 내는 등록금을 우리 후원회에서 지원해주며, 필요에 따라 교통비와 용돈, 책이나 교복, 식량도
지원 받도록 해준다. 등록금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데, 공립은 등록금이 적은 대신 수준이 낮고,
좋은 사립학교일 경우에는 한 달에 약 5 만 원 정도가 든다.
한국이나 말라위나 등록금이 없어 학교에 못가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그로인해 받는 고통은 본인은 물론 부모들까지도 깊은 상처로 남아 있게 된다.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가난했던 시절, 내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도,
기성회비나 월사금을 제 때에 못 내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엄청 시달려야했고,
친구들의 시선도 무척 따가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자존심 상하니까 학교에 가고 싶지 않던 그 심정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부모님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졸라대야만 했던 그 절망감 때문에 받은 상처는 또 얼마나 컷던가!
나는 독일에 가서도 계속 학비나 생활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야했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는 속담이 있지만 나는 그런 마음고생은 좀 안하고 싶을 때가 너무도 많았었다.
그때마다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천사들의 손길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도음악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독일에서 내가 음악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나를 독일로 불러주신 신부님,숙식을 제공해주신 수녀님들,
학비를 대주신 은인들, 또 내가 그렇게 갈망하던 오스트리아 빈 음대를 갈 수 있도록 장학금을 모아주신
후원자님들 모두는 나의 삶에 등불이 되어준 천사들이었다.
하느님의 은총과 그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이곳 아프리카에 와 있는 것이다. 그 “감사함”을 말로만 표현할 수가 없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나는 빚진 인생을 살게 될 것이기에 이곳으로 올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 너희들이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라고 명령하신다.
내가 그 많은 사랑을, 축복을 거저 받았으니 이제 거저 줄때가 왔다. 그 "감사의씨"가 어딘가에 뿌려져야 한다.
이제 나의 사랑하는 학생들은 더 이상 등록금으로 인해 학교를 중퇴하거나 상처받을 일이 없을 것이다.
그들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들의 목적을 향해 정진할 것이며, 말라위 사회에 지도자들로서 성장할 것이다
그들의 그 “감사의 씨"가 이 땅에 다시 뿌려짐으로서 많은 열매를 맺게 될 때,
나의 “감사의 노래”는 드디어 완성될 것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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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9.07 안당님, 그래요. 우리가 거저 받은것에 대한 진정한 감사없이는 의미있는 "거저 줌"이 따를 수없겠지요.
너울하마님께도 말씀드렸듯이 끊임없는 성찰과 훈련이 필요한 것 같더군요. 조그만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얼마나 자유로움을 느끼는지 몰라요!!! -
작성자Lucy714 작성시간 11.09.06 감사히 받으며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체험담..!! 나눔의 작은 실천으로 이으져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아녜스님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면서~~~~~ ^*~~~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9.07 사랑하는 루시아 자매님, 오늘도 많은 격려의 답글을 올려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진정한 감사는 행동으로 옮겨저야함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길 바래요. 진정한 감사는 하느님을 감동시켜
더 많이 감사할 일들을 보내주심을 우리는 알고 있지요? -
작성자펠라 작성시간 11.09.06 뮤직센터 학생들이 얼마나 기뻐할지..
그야말로 그들에게 선생님은 천사일껍니다!!! 그냥 천사도 아닌 대천사!!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9.07 사랑하는 진주, 그래 요즘 완전 축제 무드란다. 새로운 학교 재미가 대단한 것같아, 음악연습들도 더 열심히
하고있어. 내가 대천사? 미카엘 대천사님이 노하실라,ㅎㅎ, 그냥 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일뿐이야. 그들이 행복해 하는것을 바라보며 내가 행복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