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김청자의 이야기

선물에만 마음이 있다면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1.09.24|조회수68 목록 댓글 8

얼마 전 루수빌로 고아원 아이들과 함께하는 화요일이었다.

이날은 모든 바쁜 일들을 내려놓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날로 정해버렸기 때문에

나에게는 이날이 참 기다려지는 화요일이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점심을 먹은 후에야 시간이 되는 오후 3시에 루수빌로로 갔다.

적어도 50명의 아이들이 모여 할 그 장소에 서너 명의 아이들만 보일뿐 큰 무리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 길이 없었다. 책임자 보모도 눈에 보이지 않았고 전화를 해도 받질 않았다.

두세 살 짜리 꼬마아이들만 방안에 갇힌 채 울고 있었고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보모들도 자리에 없었다.

나는 차츰 마음이 불편해짐을 느끼며 일하는 사람에게 보모들이 어디에 있냐고 목청을 높혔더니

그제야 어디에선가 두 명의 보모가 나타나서 변명을 하느라 바빴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정말 가슴이 답답해진다. 내가 그렇게 아이들의 복지를 위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투자하고 있는데, 자신들은 전혀 아무것도 기여할 생각이 없는것 처럼 보이니, 나의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변화 시킨다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지요” 라고 말해준

어느 선교사님의 말이 생각났다.

내가 흥분하고 있을 때 다행히도 베아트리스 원장수녀님이 나타나주셔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 고아원에 질서를 잡겠다고 약속해 주셨다.(과연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나는 아이들을 못 만나고 돌아와 마음이 쓸쓸했다. 나이든 보모들의 무책임한 직업의식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렇게 사랑스런 아이들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아마도 내가 선물을 들고 나타났다면 그들은 분명 이 자리에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들은 그동안 나 자신보다 나의 선물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나는 우울하게 했다.

 

나는 그동안 고아원아이들의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운동화부터 시작해서

책가방, 티셔츠, 학용품과 운동기구, TV와 DVD등 많은 선물들을 안겨주었는데, 최근에 들어서는 그런 행사를

자주 갖지 않고 있다. 받는 것에 익숙한 아프리카 고아들의 욕구가 너무 강해져 더 많은 것을 바라게되면 감당할

수가 없으니까, 조금은 절제하는 것이좋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즈음은 아무것도 없이 자라는 마쿠함바 마을의 아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너무도 천진난만한 이 아이들은 높은 산등성에 서서 기다리다가 멀리서 나의 모습만 눈에 띄어도 맨발로 달려와

내가슴에 안긴다. 역시 산속 무공해속에서 사는 아이들이라 순수함이 천사같다.

같은 지역의 아이들이지만 루수빌로 고아원 아이들은 모든 것을 지원받고 자라기 때문에

오히려 부모가 있는 다른 마을의 아이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오히려 고아원아이들을 부러워하는 다른 아이들이 이따금 몰래 고아원아이들 속에 끼어서

선물도 받으며 좋아하다가 보모들 눈에 들켜 쫒겨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욕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만족할 줄 모르며 더 많은 것을 얻으려 몸부림친다.

그런 사람들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자신에게 이익이 안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사람을 사귀더라도 그 사람의 인품이나 인격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서

얼마나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 에만 더 집중되어 있다. 이런 관계는 당연히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곧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게 되니 그런 사람들에게는 진정한 친구가 있을 수가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친해지기는 하지만 그 마음은 계속 허전해질 뿐이다.

 

우리 인간들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모습을 지니며 살아가고 있다

그분 그 자체를 온 마음과 온 힘을 다해 사랑하는 대신, 그분 이 주시는 선물에 더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처음 주님을 만나서 많은 축복을 받게 되면 사람들은 그분을 너무도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그 축복이 끊어지고 시련이 닥치면 그 사랑이 너무도 빨리 식어져 또 다른 곳,

다른 위로자의 선물을 찾아 나서는 것을 보게 된다.

 

내가 이곳에서 진정 얻고자 하는 것은 이곳 사람들의 참된 사랑과 우정이다.

나를 통해서 받는 물질의 혜택보다 나 자신을 더 귀하게 여겨주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싶다.

나 자신이 그들의 선물이 되어주고 싶다. 언젠가 나에게 더 이상 줄 것이 없게 되더라도 

결코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이 바로 내 영혼의 고향이 될 것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1.09.25 순교성월 마지막 주간에..^^ 아녜스님 모든것 주는 삶이 오늘의 순교가 아닌가..?!! 생각하게하는 시간입니다 ^*~~
    " 주님께 노래하라 새로운 노래를.. "" [시편 149:1a ] 매번 새로움으로 하느님 가까이 계시니...^^^
    주님께서 들어 주실것..!!! 임을 믿습니다...!!! ^*^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1.09.26 밑빠진독에 물붓기..
    뻔히 그런줄 알면서도 주님께서는 끝없는 사랑을 부어주시지요~
    이젠 우리가 그분께 돌려드려야 할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지치지 마시고 화이팅 입니다! ^^
  • 작성자선생님딸 | 작성시간 11.10.02 선생님은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선물이세요~
    사랑합니다....!
  • 작성자너울 하마 | 작성시간 11.10.05 "산세가 험하되, 푸르름을 잃지 않았으니, 언제고 선학이 둥지를 틀리라"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교수님의 사랑에 언젠가 응답이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10.05 너울 하마님, 감사해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때로는 너무 상심하다가도 하느님이 주시는 위로의 불빛이 보이면
    다시 힘이나지요. 뿌려진 씨앗은 결국 싹을 트고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