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가 되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 시간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장 행복하게 보내려고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가!
독일의 성탄절은 유난히 멋스럽다. 가족 중심으로 지내는 독일에서는 아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선물을
받는 날이 바로 오늘이라 아이들이 하루 종일 흥분해있는 모습들을 보곤 했다.
아름답게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수북히 쌓인 선물들,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여 아름다운 식탁에 들러 앉아
식사하며 가족의 사랑과 가족의 귀중함을 깨닫는 자리, 일 년에 가장 큰 명절이다.
나도 30년 이상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나는 오늘 그 시간을 혼자서 보내고 있다. 내 일생을 통해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에는 크리스마스트리도 없고 그 어떤 선물도 없다.
사람은 더욱 없다. 전기까지 나갔으니 정말 빛으로 오시는 예수님이 기다려진다.
예수님만을 바라고 기다리는 이 마음을 주님은 알고계시리라.
이 순간에 나와 함께할 사람이 내 곁에는 없다.
나는 혼자다. 너무 고요하다 못해 고독한, 거룩한 밤이 되었다.
그 처절한 고독 속으로 주님이 내게 오시니, 나 혼자 주님을 독차지하리라.
크리스마스는 가난한 이곳 사람들에게 더욱 기쁜 날이다.
그날만은 쌀밥과 고기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던지, 아니면
그 누구에게라도 손을 벌려서 쌀과 고기를 사서 먹는단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월급과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미리 챙겨서 직원들과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손 벌리는 이웃들에게도 고기값을 주었다. 마키홤바 아이들에게는 쥬스와 비스켓을 사들고 가서
먹고 마시며 춤추며 놀아 주었다.축구공과 한국에서 기증받은 예쁜 제기도 선물도 주었더니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모른다.
루수빌로 고아원 아이들과 멀리서 방학이 되어 놀러온 아이들까지 합쳐 90여명의 아이들에게 슬리퍼를
하나씩 사줬고, 비스켓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프트 드링크를 준비해서 갔더니 너무들 기뻐했다.
아이들에게도 한국에서 기증받은 예쁜 제기와 예쁜 편지지도 선물로 주었더니 행복지수 만점이었다.
이날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행복했다.
뮤직센터 학생들에게는 좋은 식당으로 초대해서 쌀밥과 고기를 실컷 먹여줬다.
선물로는 생필품과 시계를 하나씩 선물했더니 학생들을 기뻐서 어쩔줄 몰랐다.
그 시계는 릴롱궤에서 만난 한국에서 오신 분에게 내가 ‘우리학생들이 시간을 안 지켜서 속상하다“고 했더니,
선물하려고 한국에서 시계를 많이 가져오셨다며 기증해주신 것이다. 정말 고마운 선물이었다.
학생들은 울먹이며 내게 감사의 말을 이렇게 했다
“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우리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없을 뿐더러 선물 같은 것은
아예 받아본 적이 없었고, 다른 친구들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술을 마시고 이성 관계를 맺어
임신을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지내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나도 울먹이며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아, 나는 나의 일생에서 처음 크리스마스이브를 혼자 보내게 됬어.
나의 가족과 집을 떠나 너희들에게 왔으니 지금 나의 외로움은 나의 선택이었단다.
그러나 이제 나의 가족은 너희들이야, 너희들이 주는 기쁨과 보람이 나를 이곳에 오래도록
머물게 하여 더 많은 크리스마스를 너희들과 함께 보내고 싶단다, 너희들을 많이 사랑하니까...“
내가 이곳에 와 있음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는가?
그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이 고독을 견디어낼 수가 있다.
내가 아기 예수께 드릴 예물은 황금과 유향과 몰약 대신에 나의 고독이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노랑나비 작성시간 11.12.26 아녜스!정말 고독가운데 오신 아기 예수님을 최고로 맞이 하셨네요 아기예수님이 오시듯이 가난한 아이들에게 찾아가서
최고의 기쁨을 주는 아녜스가 부럽습니다 참으로 임마누엘 하느님을 살고 있는 은총 !!주님의 특별하신 사랑!!!
세상에서 행복하게 지나게 해주셨음도 감사 ..지금 주님의 사랑을 나누는 그 삶..또한 최상의 나눔이 아니겠어요?
그 많은 아이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었다니....!!!나의 희생은 헤아릴수 없는 기쁨으로 승화 !!!우리에게 깨달음까지... -
작성자요셉 작성시간 11.12.26 전화라도 드렸어야 하는데...
미쳐 사느라 이리되었습니다. 지송...
그리스도의 성육신이 우리에게
가장 큰 선물이듯
교수님의 선물은 말라위 학생들과 고아들에게
더할나위없는 기쁨이요 선물이었겠습니다.
당신의 손에서 베푸는 오병이어의 기적은 2011년 크리스마스에 말라위에서 일어났습니다.
할렐루야!!!
고독이 병이되지 않을만큼만 허락되길 기도할께요. 그날따라 정전이었다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니엘 오는날 몇날 안남았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교수님
사랑합니다. -
작성자morning travel 작성시간 11.12.27 마음이 짠 합니다만, 거룩한 성탄절에 예수님을 독차지하시고 계신 선생님이 세상것에서 천상의 것으로 옮겨가신 것 같습니다. 아직 세상에 머물고 있는 카타리나는 그래도 다이엘이 곧 도착한다는 사실이 위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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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smilejina 작성시간 11.12.27 감동이예요. 더 많은 아이들이 그 기쁨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는데..... 돈벼락 맞을 일 좀 없나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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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펠라 작성시간 11.12.27 내안에 오신주님! 이제 또 한해의 시작이네요~
올해엔 더욱더 주님의 사랑 뜨겁게 느끼시는 한해되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