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독일에서 온 재즈 뮤지션들이 떠나는 날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그들이 여행 중에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나는 긴 여행을 떠날 때는 반드시 샌드위치를 만든다. 가는 길에 특별히 먹을 식당도 변변치 않고,
설사 있다 해도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나 환경이 너무도 비위생적이라
내손으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식당에서 감자 칩과 생선을 튀기는 과정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기름이 어찌나 새까맣던지, 그 식당을 다시는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빵집에서 모닝롤을 사다가 아침에 오븐에다 다시 구우면 겉이 바삭해져서 맛이 있다.
재료가 많지 않은 카롱가에서는 계란을 삶아서 마요네즈와 소금,후추로 간을 한다.
그리고 참치 캔을 열어서 물기를 뺀 다음 역시 마요네즈와 소금,후추로 간을 한다.
붉은 양파와 토마토를 얇게 썰고 양상추나, 양배추, 오이도 얇게 썰어서 넣으면 씹히는맛이 있어 좋다.
한사람 앞에 계란과 참치 샌드위치를 각각 한 개 씩 준비해서 넣고 과일과 비스켓을 곁들이면
오가는 길,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서 쉬면서 샌드위치를 먹는 재미가 대단하다.
내가 여행 할 때 함께 가는 직원들도 이제는 식당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내가 만든 샌드위치가 오히려
맛있다며 잘 먹어준다.
릴롱궤에서 카롱가로 오던 날도 독일 뮤지션들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먹였다.
자동차를 8시간이나 타고 집에 도착하니 저녁 6시였다. 집에 있는 야채들을 다 꺼내서 채를 쳐달라고
비키 아줌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준비를 해놓았다.
시간이 없어서 야채를 함께 볶아서 비빔밥을 만들었다. 고추장 양념을 맛있게 만들고,
미리 만들어 놓은 밑반찬 멸치 볶음, 땅콩을 섞은 콩장, 양파 장아찌와 양배추 김치등을 내놓으니
얼마나 한국 음식들을 잘들 먹는지 안심이 됬다. 다니엘의 옛 친구들이라 독일에서 살 때,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와 한식을 먹었던 친구들도 있고, 또 다니엘과 한국에서 연주했던 친구들은 이미 한식을
너무도 좋아하고 있었다. 그들은 첫날부터 김치를 두 그릇이나 먹어치웠다.
밥도 큰 솟으로 꽉 채워서 했는데 다 비웠다. 대단한 식욕들이었다.
아침에는 주로 빵을 먹었는데, 파리에 사는 니콜라가 가져온 치즈가 환상적이었다.
딱딱한 치즈가 아니라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치즈를 빵에다 얹고 달콤한 망고와 곁들여서 먹으면 일품이다.
치즈는 보통 신맛이 없는 포도나 배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나는 아들과 아들의 친구들을 먹이려고
여러 가지 잼을 만들어놓았다.우선 요즘이 시즌인 망고 잼과 파인애플 잼, 그리고 파파야와 마라큐쟈로 만든 잼이다.
독일에서 가져온 빵에 차거운 버터를 바르고 집에서 만든 잼을 얹어먹으면 기막히게 맛이 있다.
빵만 먹으면 지루하니까 때로는 오트밀을 우유에 불려서 바나나와 사과를 잘게 썰어 넣고
약간의 꿀과 아몬드나 호두를 잘게 다져서 뿌려 먹는다. 속이 든든한 건강식이다.
또 어떤 날은 팬 케익을 만들었더니 어린아이들처럼 좋아했다. 미국식이 아닌 독일식 팬케익은 계란을 풀고
우유를 넣고 나서 밀가루를 조금씩 넣으면서 잘 저은 후에 뜨거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 후 구워낸다.
팬케익에 잼을 바르거나 과일을 곁들여먹으면 가볍고도 맛있는 아침 식사가 된다. 이렇게 아침을 먹고 나면
나는 운전기사로 변신해 뮤직센터로 달린다. 뮤지션들에게 방 배치를 해주고 워크샵을 감독하다가 잠시 시장에
들려 장을 보고 나면 12시 30분, 뮤지션들을 픽업할 시간이다. 그들을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와서 쉬지도 못하고
부엌으로 들어가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육식을 안 하니까 집에서는 야채와 해물만 요리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점심을 식당에서 먹으면서 육식을 하게 했다.
고기를 좋아하는 유럽 사람들인데, 우리 집에서 야채로만 먹으니 자신들도 고기를 먹을 필요를 안 느낀다면서
오히려 좋다고 했다. 육식은 우리의 몸과 자연을 망가트림으로 절제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나는 갖고 있다.
카롱가에는 신선한 자료들이 많지 않아서 더 다양하게 음식을 만들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
점심식사 후, 오후3시에 다시 뮤직센터에 가서 학생들과 합주를 하고 6시에 돌아와 저녘준비를 했다.
릴롱궤에서 오는 길에 좋은 버섯이 많기에 많이 사들고 와서 버섯볶음, 버섯 덮밥등 다양하게 버섯으로 요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외에도 잡채 덮밥, 중국식 야채덮밥, 카레라이스등 밥을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입맛에 따라
음식을 만들어줬더니 행복해서 싱글벙글이었다. 메인 메뉴 외에도 호박전, 감자전, 야채튀김을 만들어서 곁들였다.
한식 외에도 토마토와 가지를 올리브기름에 볶은 스파게티, 마늘과 올리브기름으로 만든 스파게티, 냉동 새우를
릴롱궤에서 사다가 올리브기름에 브로컬리를 넣고 볶아서 스파게티를 만들고 찬 흰 포도주를 마시면서 설날을
지냈다. 떡국이 없는 설날이었다. 서양요리를 만들 때는 샐러드가 빠지지 않았는데, 양배추, 당근과 피망, 붉은 양파를 잘게 채썰어서 발사믹 식초에 소금과 설탕, 올리브기름을 섞어서 버무리면 아쉬운 대로 맛있는 샐러드가 된다.
때로 현지 오이가 눈에 띄면 오이와 토마토, 붉은 양퍄를 굵게 썰고, 릴롱궤에서 사온 페타치즈와 올리브 열매를 넣고
그리스 샐러드를 만든다. 그리스샐러드에는 식초가 안 들어가고 오직 소금과 후추,올리브 기름으로만 간을 해야
제 맛이 난다.
독일 재즈 뮤지션들은 참으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하루 종일 음악만 했다.
학생들을 인내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난후 집에 오면 자신들의 악기를 들고 연습했다,
보통 사람들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들은 음악으로 소통하는 듯했다.
마키홤바 마을에서 주민들을 위해 비를 맞으면서 연주했고 누추한 움막에서도 기쁨으로 연주했다.
그들의 겸손과 헌신은 나를 감동시켰고 나는 나의 감사한 마음을 음식으로 표현했다.
어떤 때는 전기가 나가서 촛불을 켜놓고 가스레인지 하나에서 몇 가지 요리를 해야만 하는 어려움을
이겨내야 했다. 이런 모습을 본 한 뮤지션이 나에게 요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이것은 ‘열정“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해줬다.
‘열정’은 환경이 따라주지 않으면 식어버릴 수가 있지만, “사랑‘은 그 환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 이런 속담이 있다.
“사랑은 위를 통해서 간다"( Die Liebe geht durch den Magen )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펠라 작성시간 12.01.11 독일에서온 뮤지션들 살이 포동포동 쪄서 갔겟는걸요~ ㅎㅎ
다니엘은 얼마나 더 있다 가는거예요?
다니엘과 멋진 데이트 하시길 바래요~ ㅎㅎ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1.15 펠라님, 그래요,아마도 2kg는 늘었을거에요. 식욕도 왕성하고 열정도 왕성해서 하루종일 음악을하니까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가봐요. 다른사람들이 보면 하루종일 놀고 먹는다고 할거에요. 하나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예술가들이 아니겠어요? 다니엘은 1월 말에 떠나요. 약 3주정도 더 오래 있어요. 엄마가 수지맞았어요.ㅎㅎ -
작성자조율리아나 작성시간 12.01.15 참치샌드랑 계란샌드는 저도 새벽에 집을 나설때 간편식으로 가족을 위해 만들어 놓고 외출 할때 즐겨 하는 메뉴인데 ㅎㅎ
정말 재주가 많으신 분들은 일 복도 많은데 교수님께서 그러시네요... 다재다능 하신 교수님 ...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1.15 율리아나님,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맛없는 밥 먹는것 보다 맛있는 샌드위를 선호하지요. 내가 그래요.
온갖것을 다넣어서 만든 두툼한 샌드위치를 먹는 재미가 대단하지요. 사실 요리하는 것은 일이 아니라
창의적인 예술행위가 아니겠어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쁨, 게다가 다른사람과 나룰 때 기쁨은 더욱커지지요. 율리아나님, 요즘도 그렇게 많이 행복한가요?ㅎㅎ -
작성자JUNG NAN YOON 작성시간 12.01.22 우리도 선생님댁에 가면..정말이지 다들 힘들어쓰러질때까지 먹고 또 먹었던 기억이나요..정말이지 얼마나 맛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