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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두려움을 만날 때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2.01.14|조회수79 목록 댓글 10

독일 뮤지션들을 보내놓고는 긴장이 풀렸던지 나는 몸살 감기기운으로 집에서 이틀을 쉬었다.

아들 다니엘도 독일에서 안드로메다 오케스트라의 두 번 째 CD를 작업하느라 받은 스트레스로

몸의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에서 강행군을 하고나니 지쳐있었다.

우리 모자는 이틀 동안 집에 머물며 아들이 좋아하는 한국음식을 해먹으며 밀린 이야기를나누었다.

오후에는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자연에 감탄하며 산책하는 기쁨을 만끽 했다.

 

지난 목요일에는 다니엘과 함께 뮤직센터 학생들을 가르치려고 집을 나섰다.

아직도 운전기사를 구하지 못해 내가 손수 운전을 해야만 했다. 요즘 우기철이라

비가 많이 와서 비포장도로는 흙이 씻겨 내려가 엉망진창이 된 최악의 상태였다.

그래도 햇살이 비추니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내가 사는 샤미나드에서 뮤직센터는

자동차로 약 15분정도만 가면 된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끝날 무렵에 하늘이 어두워지고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왔다.

직원들이 놀래며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며 우리를 재촉했다. 다니엘과 나는 부리나케

자동차 안으로 뛰어들어 왔는데 이미 우리 옷은 푹 젖어버린 강한 빗줄기였다.

한국에서는 본적이 없는 강한 집중호우였다. 자동차 앞이 보이질 않는다.

다행히도 자동차들은 많이 없었고 자전거 만 간신히 피해가면서 큰 도로를 달렸다.

헌데 문제는 샤미나드로 올라가는 길부터가 비포장도로인데 길이 보이질 않았다.

강한 물줄기만 아래로 쏟아져 오는데 올라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도 이곳에 머물 수는 없으니

시도를 해봐야 한다. 나는 간절히 기도드리며 천천히 오르기 시작 했는데,

2분도 채 안되어서 차바퀴가 홈 패인 곳에 빠져 움직이질 않았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나를 도와줄 직원들도 이곳에는 없고 다니엘은 운전하기를 싫어해서 아직 면허증도 없다.

이곳에서 밤을 지새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때 갑자기 사람들이 나타나서 자기들이 밀어주겠노라고 후진을 해보라고 소리쳤다.

그들의 도움으로 차는 다시 길 위에 섰고 나는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강물처럼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거슬러 운전을 해야만 했다. 십 분이면 갈 수 있는 길이 영원처럼 느껴지는 순간,

지금까지 아프리카 땅에서 느껴보지 못한 강한 두려움을 느끼면서 진땀이 흘러내렸다.

정말 울고 싶었는데 아들이 곁에 있으니 엄마의 이런 약한 모습을 보면 독일에 돌아가서 나 때문에

얼마나 걱정을 할까 안쓰러워 강한 척 해 보였다. 이때 다니엘이 신발을 벗어던지고 차에서 내렸다.

 

가 물속으로 들어가 발로 어디가 도로인지를 알아내서는 나에게 신호를 보내줬다.

“왼쪽으로 더, 아니 바른쪽으로 조금만....” 이렇게 30분 이상을 더듬어가면서 우리는 거의 집 가까이

올 수가 있었다. 마지막 구간에서 나는 더 큰 물줄기를 만났는데, 이때 차 엔진 속으로 물이 들어올 것 만 같은

두려움에서 그 길을 피하고 파란 잔디가 보이는 샤미나드 고등학교 캠퍼스로 차를 돌려 집으로 가려고 했다.

그렇게 안전해 보이던 잔디밭은 많은 비로 인해 늪이 되어 있었다.

차바퀴가 푹 빠져서 더 이상 차가 움직이질 않았다. 사륜구동의 차였지만, 나는 아프리카 땅을 잘 아는 노련한

운전기사도 아닌데다가 이런 일을 처음 당하는 터라 빠져나올 수 있는 지혜가 도무지 나오질 않았다.

순간 수사님들에게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폴 교장 수사님께 전화를 하니 마침 집에 계시다며

동차를 몰고 우리들에게 와 주셨다.

 

수사님은 내가 두려워서 피한 그 물위로 자동차를 몰고 오시는 것이 아닌가?

나도 그 물을 헤치고 갔었더라면 집에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는데, 나의 두려움이 나를 다른 길로 가게 한 것이었다. 항상 다니던 그 길이 가장 안전한 길이었는데.....

아, 나는 깨달았다. 문제가 닥칠 때는 그 문제를 피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그 문제를 피해 더 좋은 방법일 것같아보여 가는 길은 더 큰 문제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차는 비가 멈춘 후에 꺼내기로 하고 우리는 우선 젖은 몸으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다니엘과 나는 1시간 동안에 일어난 그 충격적인 사건들로 인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다니엘은 샤워를 하러 목욕탕으로 들어갔고 나는 촛불을 켜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이 감탄하며 산책하던 아프리카의 대자연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주셨다.

그리고 이곳이 결코 춤과 노래, 웃음소리로만 가득한 땅이 결코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해주셨다.

내가 말라위에서 만난 첫 번 째 두려움이었다. 두려움을 통해 하느님은 나를 가르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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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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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1.15 노랑나비님, 함께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참 충격적인 체험이었지만, 언젠가 치뤄야하는 시험이었어요.
    이제 아프리카의 진상을 알게 되었지요. 운전기사가 절대 필요한 것임도 알게 되었구요. 다음주에는
    몇사람을 인터뷰해서 뽑으려고 해요. 하느님께서 더 좋은 사람을 준비하셨을거에요.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2.01.18 이런.. 어떻게 이런일이.. 얼마나 놀라셨을지.. ㅠㅠ
    두사람 다 다친데 없으니 정말 다행이네요.
    자연재해는 정말로 어떻게 막을길이 없네요.ㅠ
    항상 조심 하세요! 같이 기도 드릴께요.
  • 작성자smilejina | 작성시간 12.01.26 휴~~~~~
  • 작성자아기사슴 | 작성시간 12.02.12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얼마나 놀라고 당황하셨습니까? 늘 안전운행을 기원합니다.
  • 작성자선생님딸 | 작성시간 12.03.13 선생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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