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에 말라위로 나의 삶의 터전을 옮긴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것으로 기억된다. 5년 동안 여러 종류의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잘 견디어냈고 건강도 잘 유지되는 것 같아 늘 자신 만만 했었는데, 그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천정이 빙글빙글 돌았다. 일어나 앉으려는데 어지러워서 다시 침대에 쓰러졌다. 2년 전에도 이런 증상이 있었지만 가볍게 왔었기 때문에 영양실조로 인한 현기증 정도로만 생각하고 지나쳐버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심상치가 않았다. 심호흡을 하고 잠시 누웠다가 진정 된 것 같아 조심스럽게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증세가 사라졌지만 머리가 무겁고 힘이 빠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성악전공 학생들의 레슨이 있는 날이어서 나는 뮤직센터로 출근을 했다. 다른 날 보다 에너지가 없었지만, 학생들은 그것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학생들 5명을 열심히 지도하고는 집으로 돌아와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아 집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성가를 힘차게 불렀다. 그것이 내가 그날 밤, 내 의지로 행한 마지막 행동이었다.
다시 어지럽기 시작하여 소파에 잠시 누웠는데, 천정이 다시 돌기 시작했다. 이제는 더 심하게 와서 구토까지 시작이 되었다. 화장실까지 혼자 걸어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기어서 화장실 까지 가야했다. 아직도 이른 밤인데, 혼자서 어떻게 이 긴 밤을 견디어낼지 두렵기 시작했다. 이 밤중에는 의사들을 불러도 올 사람도 없으려니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이웃인 수사님들 모두가 피정을 위해 릴롱궤로 떠나신 후라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내일 하루 휴가를 준 운전기사한테 간신히 전화를 해서 내일 아침에 개인병원을 가야하니까 아침 일찍 와달라고 했다. 그리고 난 후, 나는 밤새도록 어지럼증과 구토에 시달리면서 내 삶속에서 가장 고통스런 밤을 보내야만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것인가를.....
새벽에 연락을 받고 달려온 비키 아줌마와 운전기사의 부축을 받으며 나는 간신히 자동차를 타고 개인병원으로 실려 갔다. 밤새도록 시달린 나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곧 죽을 사람처럼 보였었나보다. 내가 병원에 들어가는 모습을 본 미국 선교사 피터 수사님의 직원이 놀라서 수사님께 이 소식을 전했는지 수사님으로부터 이런 메일이 내게 도착했다.
“ 친애하는 아그네스, 당신이 오늘 아침 몹시 아파하며 일하는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 병원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 직원이 내게 연락을 해줘서 마음이 몹시 아프군요. 한국과 유럽무대에서 그렇게 화려한 오페라 가수로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갈채를 받았던 당신이 아프리카 땅, 이 소외된 작은 마을의 한 낡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들어가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오페라 하우스마다 걸어놓고 싶습니다. 당신이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당신의 삶과 이상을 송두리째 바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알아야하기 때문이지요.”
피터수사님은 내가 카롱가에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을 늘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내게 이런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더 좋은 의사를 만나기 위해 무주주라는 큰 도시에 가서 치료를 받았지만 귀에 염증으로 인한 증세이기 때문에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지료를 받아야하는데 말라위에는 전문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가서 전문의를 만나 치료를 받고 이제는 회복이 된 것이다. 귀에는 평형감각을 조정하는 신경이 있는데 염증으로 인해서 그 신경이 제대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증세였다고 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몸의 약한 부분이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아 병이 나는 것이다. 내 몸의 배터리가 방전된 것도 모르고 나는 그동안 이곳에서 살아온 것 같아 내 몸에게 우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위험 신호를 보내 왔을텐데, 나는 그것을 모른 채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의사는 내게 많이 쉬어야하며 면역력을 떨어트리는 데는 스트레스도 한몫을 했다고 했다.
사람들이 내게 “ 그토록 열악한 환경에서 한계를 느끼시면 어떻게 하시나요?‘리고 물으면
나는 “ 그럴때면 그 한계를 뛰어 넘어요” 라고 대답하곤 했다. 포기 하든지 아니면 뛰어넘든지 해야 하는데, 나는 포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뛰어넘었는데.... 이제야 그 답이 나온 것 같다. 나의 정신력으로는 뛰어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몸은 너무도 정직했다.
뒤돌아보니 나는 5년 동안 제대로 된 휴식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내가 한국에 가면 이곳 사람들은 내가
휴가 (holiday)를 간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결코 휴가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가는 곳마다 해야 할 일, 만나야할 사람들이 항상 있었다. 그리고 다시 말라위에 와서는 혼자생활하다 보니까
그저 일에만 나의 열정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친교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내가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좌절감을 나눌 친구가 없었다. 나는 너무도 혼자였다. 오직 일을 통해서만 성취감이나 위로를 얻었던 것 같다.
우리가 십자가를 바라볼 때, 하느님과의 관계, 인간과의 관계가 만나는 곳이 십자가 인 것을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내가 홀로 이곳에 살아감으로서 나는 삶의 균형을 잃고 있었다. 인간은 육체, 정신, 영혼으로 구성되어있는 존재라서 그 중 한 가지라도 소홀이 할 때는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병은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나는 이번 사건을 통해 내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내 삶의 균형이 깨어진 것도 알아차리게 되었다.
일과 휴식, 하느님과 인간, 이상과 현실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야한다.
몸의 평형감각을 잃었을 때 오는 어지럼증이 내 삶에서도 균형을 잃어 어지러워지는 일이 없도록 나를 더 보살피며, 변화가 요구되는 곳에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너그러운 결단도 있어야겠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5.30 나무님. 감사합니다.여러분들의 기도로 제가 이곳에서 힘차게 일 할 수있지요.
-
작성자임지은 작성시간 15.06.03 선생님..글을 읽는동안 가슴이 너무 먹먹해요..선생님 멀리서 힘내시란 말씀 뿐이 못드려서 죄송해요..사랑해요..힘내셔요♡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6.04 사랑하는 지은아, 고마워. 늦게나마 너의 위롤를 받으니 좋구나, 내가 아프던 때가 스승의 날이었는데, 나의 사랑하던 제자들이 나를 모두 잊고 있더라, 지은이만 빼놓고.... 그래서 많이 허전했어. 역시 인간은
out of sight,out of mind 인가봐, 선생님의 딸 지은이라도 내곁을 떠나지말고 꼭 지켜다오. 나도 사랑해... -
작성자아기사슴 작성시간 15.06.04 늘 건강을 염려했습니다.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이제는 건강도 생각하십시오.
주님의 은총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6.04 아기사슴님, 고마워요. 늘 자신 있었던 건강이 사라지니, 정말 우울하더군요. 내가 해야할일들을 끝내지 못할까봐서요.
헌데 하느님께서 치유해주셔서 다시 힘차게 활동할 수있으니 감사하네요. 카페를 위해 늘 수고해주시고 기도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