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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나보다 먼저 떠난 친구 "마리아"를 그리며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0.07.19|조회수123 목록 댓글 2

 

 

아침 일찍 걸려온 전화는 예기했던 비보였다.“마리아 형님이 돌아가셨어요”

열흘 전에 안면근육의 떨림 때문에 간단한(?)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병원에 입원했던 친구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영원한 생명이 있는 곳으로 훌쩍 떠나버린 것이다.

아프리카에 보낼 컨테이너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던 나는 마리아가 병원으로 들어가던날,집으로 찾아가

 “내가 바빠서 병원으로 병문안은 못가니 집에 와서 만나”라고 위로해준 것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수술이 잘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안심했는데 몇 일 후 부터 상태가 안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어제서야 병원으로 달려 갔다. 내가 병원에서 만난 그녀의 모습은 그렇게 생기발랄하던 영원한 소녀 마리아가

아니었다. 아니, 어떻게 이럴수가.....혼수상태에 빠져있는 그녀의 숨은 낮았고 온 몸은 부어 있었다.

 마리아의 곱던 피부는 나무껍질처럼 굳어진 채 피부색도 검게 변해가고 있었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마리아”라고 불렀다. 대답은 없었지만 그녀는 내가 온 것을 알고 있는듯 느껴졌다.

마리아의 사랑하는 두 딸들이 “엄마가 선생님을 너무 좋아하셨어요, 선생님 노래두요, 엄마를 위해서 노래 한곡 불러주세요“

여러 사람들이 함께 누워있는 중환자실에서 노래를?  나의 상식으로는 좀 거북해질 수 있었지만, 마리아가 듣고 싶어 한다니 망설일 겨를이 없다. 성모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구노의 아베 마리아를 불렀다.

“마리아, 마리아, 이제와 우리 죽을 때에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내가 지금까지 수없이 아베마리아를 불렀지만, 바로 이 순간처럼 간절하게 아베마리아를노래한 적이 없었으리라.

마리아의 딸들이 “엄마의 혈압이 많이 올라갔어요. 엄마가 듣고 기뻐하시나봐요. 또 한곡 불러주세요” 노래 두곡을 더 부르고 난 후, 우리의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느님께 간절히 자비를 구하며 기도했다. 우리 인간의 지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이 상황까지도 하느님의 계획안에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내가 가져간 메쥬고리의 나무묵주와 이스라엘에서 가져온 작은 십자가를 마지막 선물로 친구의 머리맡에 두고

떠나오는 나의 심장은 찢어질 듯 아팠다.

 

양지 이웃에 살며 호심 갤러리를 운영하는 화백 박광자 마리아를 만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60평생을 그녀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도 드물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항상 자신을 내어준 착한 사람, 하루를 40시간으로 살아간 열정적인 화가,

정신지체아 아들 둘을 키워낸 초인간적인 여인, 아, 그녀가 해낸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셀 수가 없다.

충청도에 땅을 사놓고 은퇴하신 외롭고 병든 사제들을 돌보며 살고 싶은 것이 마리아의 꿈이었고 비전이었다.

날 보고 “ 아프리카에서 일하고 나서 늙고 병들어 갈 데가 없으면 나하고 함께 살아, 내가 돌봐 줄께“라고

위로의 말을 주곤 했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러 오겠노라고 약속한 그녀가 먼저 떠나갔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허망하기 짝이 없지만, 그녀는 그렇게 빨리 하늘나라에 들어가려고 바삐 살았나보다.

 

그녀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나는 더 이상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죽음은 아프리카 땅에서 만이 맞는 것이 아님을 그녀가 내게 보여준 것이다.

우리의 시간이 다하면 아무런 말없이 떠나야 하는 것임을..... 아흔살까지 일하고 백살까지 살겠다던 마리아, 

그러나 그것이 하느님의 영역임을 우리는 이제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지금 배운다, 생명이 얼마나 귀중한 것임을....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잘 지켜갈 의무가 우리에게는 있다.

하느님으로부터 큰 소명을 받은 사람들은 먼저 자신을 잘 돌보면서 다른 사람들을 돌봐야한다.

그리고 그날이 언제 닥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늘 깨어 준비해야 함을 가르쳐주신다.

 

 

"마리아, 나를 아프리카로 떠나보내는 것이 안쓰러워 그대가 먼저 나를 떠나갔는가?

벌써 그대가 그리워지네, 내가 한국에 돌아와도 그대의 미소를 볼 수 없을 테니까....

우리 여기 삶의 목적인 천국에서 다시 만날 기쁨으로 살아갈 것이야.

그대가 이루지 못한 꿈과 다하지 못한 소명을 대신 힘차게 해나가면서 말이야.

나는 그대가 누리는 천상의 기쁨을 이미 이 땅에서 누리겠노라 약속하지.

영원한 생명과 빛으로 들어간 그대가 나는 한편 부럽기도 하네.

사랑하는 친구 마리아, 그대가 보여준 따뜻한 우정, 정말 고마웠어,

 

우리 마음에 영원히 살아있을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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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기사슴 | 작성시간 10.07.19 마리아님께서 영원한 평화의 안식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 작성자조율리아나 | 작성시간 10.07.22 주님께서 영원한 안식을 마리아님께 선물하셨네요...다시는 볼 수 없는 그리움이 남아 있는 분들의 아픔이 되겠지만 더 이상 고통스럽지도 않고 수고하지 않아도 될 평화의 나라로 가셨으니 세상에서의 모든 보속을 마치셨으리라 생각합니다.병실에서 울려퍼졌을 아베마리아 그 노랫소리에 천사들까지 숙연해 지셨겠네요...함께 계시던 병실가족들께도 은총이 함께한 시간
    이 주님의 계획안에 이루워졌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힘내세요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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