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서 닷새 동안 있었던 안드로메다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는 뮌헨사람들을 열광시켰다.
다니엘은 1984년 내가 활동했던 뒷셀도르프에서 태어났지만 3살 때 아빠의 직장을 따라
뮌헨으로 오면서 부터 이곳에서 성장을 했다. 뮌헨은 다니엘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도시다.
고향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예수님도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그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고 자신의 독창적인 음악으로 고향사람들과 음악 평론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들의 당당한 모습에 엄마의 마음은 날아갈 듯 기쁘기만 하다.
이제 나의 정체는 없어지고 다니엘의 엄마로서 그에게 박수를 보내주며 한 발 물러선다.
다음 주 내내 베를린에서 CD녹음이 있어 일주일동안은 만날 시간이 없다는 아들과 헤어진 나는
아욱스부르그(Augsburg)라는 아주 오래된 아름다운 도시에 와 있다.모짜르트의 아버지가 살았던 곳이기도하다.
1963년 독일에 왔을 때, 우리는 프란치스코 수녀회에서 경영하는 이곳 기숙사에서 독일 생활을 시작했는데,
수녀님들은 특별한 사랑으로 우리들을 돌봐주셨고, 우리들을 돕고자 자원한 독일 캐톨릭 신자들의 가정과
인연을 맺어주시기도 했다.그분들은 우리들의 양부모가 되어 용돈도 주셨고, 주말이면 우리들을 집으로 초청하여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주면서 우리들의 향수를 달래준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었다.
나는 그동안 독일에 올 때마다 그분들을 방문하면서 우정을 지켜왔는데, 내가 아프리카로 봉사를 나가면서부터 그분들을 오랫동안 뵙지 못했었다. 그동안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그분들의 자녀들로부터 들어 알고 있던 참이라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에 그분들의 무덤이라도 찾고 싶어 이곳에 온 것이다.
내가 음악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던 수녀님들도 돌아가신지 오래다.
47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갔지만, 그 때의 모든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이 놀랍다.
음악가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었던 시절, 독일에만 가면 그 길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 하나만을 갖고 달려온 곳,
나의 정신적인 고향 독일에서 만난 나의 은인들 무덤 앞에 서있다.
나를 수녀로 만들고 싶어 하셨던 아우렐리아 수녀님, 나를 딸처럼 사랑해주셨던 엘리사벳 아줌마,
내가 빈 음대 대학원을 갈 수 있도록 장학금을 모아주신 레오 아저씨등....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공헌 해주신 분들이 너무도 많다. 나는 이 감사함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며 살아왔다.
이제 내가 받은 축복과 도움을 돌려드릴 때가 온 것이다.
내가 아프리카로 떠날 수 있는 것은, 그분들이 내게 베풀어주신 사랑이 열매를 맺는 것이며,
나도 이제 그 사랑의 씨앗을 뿌리러 아프리카로 떠난다는 것을 왠지 은인들께 알려드려야 할 것만 같았다.
47년 후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그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 오묘하신 하느님의 계획이 놀랍다.
갑자기 말라위 루수빌로에서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보고 싶어진다.
나도 그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어 훨훨 날게 해주고 싶다. 그들의 희망이 되어주고 싶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smilejina 작성시간 10.08.08 누구나 인생을 돌아보면 한편의 드라마같은 삶의 내용을 갖고 있겠지만 교수님의 삶은 더 큰 감동의 얘기가 많은 것 같아요. 고통이 큰 만큼 주님은 그를 위해 더 큰 주님의일을 준비 하고 계신다는 신앙선배님들의 얘기가 맞나봐요....나의 삶이 온전히 이웃을 위해 움직여질 수 있는 그날이 꼭 오길 저두 간절히 염원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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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랑나비 작성시간 10.08.08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47년이란 세월은 정말 반세기의 세월 입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해 주신 그분들의 묘 앞에서
지난일
들을 회상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마음을 갖인 주님의 사랑을 열매 맺는 딸 입니다
어느 노래의말이 생각 납니다 "네 고운 목소리를 들어면 내 묻힌 무덤 따뜻 하리라 또 네가 나를 사랑하여 주면 네가 올때까지 내 잠잘 자리라" 사람은 고마움을 잘 잊어버리는데 잊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찾아온 아녜스를 얼마나 사랑하고
고마워 하겠어요 그 아름다운 사랑을 멀리 아프리카에 전하러 가는 아녜스를 위해서 그분들은 기도를 주님은 더 많은
축복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
작성자아기사슴 작성시간 10.08.09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만이 사랑을 많이 베풀 수 있다는 말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많은 사랑을 받은 교수님께서 이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하여 낯설고, 물설은 이국 땅 아프리카로 떠나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또한 존경스럽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많은 사랑을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과 사랑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