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김청자의 이야기

너희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 마음도 있다 .(루카 12,34)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0.08.23|조회수117 목록 댓글 5

 

나는 지금 대서양이 눈앞에 펼쳐지는 폴투갈의 아름다운 섬 마데이라 산기슭에 앉아있다.

예나 지금이나 독일 여름은 여름이 아니다. 기온이 17도로 떨어지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두꺼운 스웨터를

입어도 춥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은 해가 나는 날이면 모두 일손을 멈추고 햇볕을 쬐러 밖으로 나온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일 년 동안 돈을 모아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다니엘과 나도 우리에게 주어진 귀한 일주일을 어디에서 보낼까 고민하다가 음산한 독일을 떠나

햇볕이 보장된 가까운 이웃 나라 폴투갈을 여행지로 택해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다.

 

과연 듣던 대로 아름다운 섬이다. 높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절경에 온갖 열대 식물들이 자라는 꽃밭섬으로

오게된 것이 기쁘고 감사했다. 예전에 다니엘이 한국에 오면 양지 집에서 보내는 휴가가 가장 편하고 좋았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며 밤늦도록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해도 방해받는 사람이 없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아주 달라져 우리 모자가 편한 마음으로 함께 휴식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서야 하는 “영원한 여행자”들이 된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귀중한 시간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셨으니 그분이 우리를 가장 좋은 곳으로 안내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찾아온 곳이 바로 마데이라 섬이다.

이곳에오니 독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와있는지, 폴투갈어 보다는 독일어를 더 많이 들어야했다.

우리모자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여행보다는 우리만의 조용한 여행을 바랬기 때문에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찾아다니며, 하느님께서 예비해주신 행복한 시간들을 감사함으로 누리면서 일주일을 보내고

내일이면 다시 독일로 돌아가 헤어져야만 한다. 황금같은 일주일이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렸다.

 

오늘은 주일이라 동네 작은 성당을 찾아 주일미사를 할 수 있었다. 폴투갈은 카톨릭의 나라다.

마데이라 섬은 원래는 아프리카에 속했던 섬이어서 아랍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흔적을 카톨릭 성당

안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이 섬의 주인들은 농부와 어부들이었는데,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외지에서 들어온

갑부들의 호화 주택들도 많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오늘 성당에서 만난 사람들은 얼굴이 태양에 검게 그슬린

농부들과 어부들이었다. 그들은 주일이라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었고, 성가대도 오르간도 없이 부르는 그들의

성가는 힘이 넘쳐났으며 미사를 드리는 모습이 얼마나 경건했던지, 보는 것만으로도 은혜가 되었다.

 

 오늘 주신 하느님의 말씀들이 나의 가슴을 뚫고 들어와 성령의 감동을 받았다.

(제1독서 이사야서 66,19 )

“나에 대하여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내 영광을 본 적도 없는 섬들에 보내리니,

그들은 민족들에게 나의 영광을 알리리라.”

그 말씀이 이 섬에 이루어진 것을 보게 하시니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

 

(제2독서 히브리서 12,12-13)

“맥 풀린 손과 힘 빠진 무릎을 바로 세워, 바른길을 달려가십시오.

그리하여 절름거리는 다리가 접질리지 않고 오히려 낫게 하십시오“

바로 나에게 주신 말씀이었다. 요즘 나의 손가락은 퇴행성 관절염이 시작되어 마디가 굵어지고 통증이 있다.

나의 무릎은 연골이 파열되어 일 년 전에 수술을 받았지만, 예전처럼 빨리, 오래 걷지 못한다.

어찌 나 라고 세월을 거슬러 살수 있단 말인가 !

그러나 오늘 주신 이 말씀은 그런 육체의 약함을 뛰어넘어 두려움없이 나의길을 가라고 일깨워주신다.

주님이 함께하시기에  나는 넘어지지 않고 오히려 치유하심을 받아 영과 육이 더욱 강건해짐을 보게

이라는 확신이 들면서 곧 아프리카로 떠나는 내게 힘을 실어주시는 것이었다.

 또 루카 복음 13,24 에서는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라고 경고하신다.

 

하느님이 주신 말씀들을 가슴에 품고 돌아온 나는 새로운 힘으로 무장되어 다시 컴퓨터에 앉아

9월에 할 일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들도 내년에 있을 연주 스케쥴을 만들면서 벌써 들떠있다. 

 그의 마음은 이미 내 곁을 떠난 듯하다. 우리들의 보물이 있는곳에 우리들의 마음이 있다고 예수님이

일러주시지 않았던가? 그렇다, 우리는 우리들의 보물이 있는 곳으로 마음이 끌리게 마련이다.

이제 우리는 각자 자신의 보물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다시 떠나고 싶어한다.

지금 나의 머릿 속에는 온통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할 일들로 가득하고, 아들의 머릿 속에는  그의 음악과

오케스트라와 최근에 만난 그의 여자 친구의 생각으로 가득하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란 잠시 머물렀다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큰 행복을 찾아 다시 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주고 받은 사랑이 에너지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일에 힘이 되어질 것이다.  사랑의  밧데리가 약해져 갈 때가 되면, 

우리는 다시 충전하기 위해 만나야 한다. 그것이 언제, 어디가 될지는 하느님만 알고계신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0.08.23 항상 하느님이 우리곁에 함께하신다는것을 알기에
    이별과 함께 새로운 시작이 오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나아갈수있다고 생각합니다.
  • 작성자아기사슴 | 작성시간 10.08.23 만나면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것이 우리네 인생인가 봅니다. 폴투칼에서의 행복한 휴가를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Monica | 작성시간 10.08.24 귀한 시간 즐겁게 보내셨길 바라며, 선생님의 보물이 보다 많은 사람의 보물이 되길 기원합니다.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0.08.24 소식이 없어 궁금 했었는데 다니엘과 좋은 여행 마쳤다니 고맙네요 우리의 일을 미리 마련하신 주님의 뜻을 누구보다
    빨리 식별하게 하신 주님의 은총에 감탄 합니다 이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곳으로 가는것 얼마나 기쁜 일인지요!
    우리도 9월 2일에 임원 모임을 하기로 했어요
  • 작성자smilejina | 작성시간 10.08.28 그곳 바닷가에 서 계신 교수님 모습이 눈에 보이네요. 담담하게 아이를 내려놓은듯한 모습이 감동이예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