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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나의 하루는.....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0.09.22|조회수98 목록 댓글 10

 

 

 

나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새벽 4시에 고등학교 기숙사 학생들을 깨우는 벨소리에 눈이 떠진다.

일어나기에는 너무 일러서 뒤척이다가 5시에는 기상이다.

5시 45분부터 수사님들과 함께 노래로 성무일도를 바치고 나오면 아침 햇살이 밝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솨미나드(Chaminade)라고 부른다. 마리아니스트 수도회 창설자이신 프랑스인 William Josph Chaminade 신부님(1761~1850)의 이름을 따라 지은 이곳에서 40년 전부터  마리아니스트들의 미션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분들이 이곳에 미라클 (miracle) 기술학교를 세워서 카롱가 지역의 고아들이 기술교육을 받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계시다. 그 옆에는 교회와 수사님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4년제 고등학교가 있다. 말라위에는 초등학교를 8년, 고등학교를 4년 다니고 나서 대학에 진학 할 수 있다고한다.

이 두 학교와 성당, 교사들의 사택과 수사님들의 숙소, 자원봉사자의 집(내가 살고 있는 집) 등이 들어선 이 마을을 솨미나드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우리 집이 학교 캠퍼스 안에 있다고 보면 된다. 40년 동안 수사님들이 가꾸어 놓으신 캠퍼스가 참 아름답다. 우리집도 유칼립터스 나무들이 우거진 작은 숲속에 서있고 동이 트는 붉은 하늘과 석양의 아름다움도 볼 수 있는 곳이다. 낮에는 불볕인데 아침저녁으로는 기분 좋게 선선해서 정말 다행이다. 험이 있다면 이곳이 비포장도로라서 건기인 요즘에는 특히 얼마나 먼지가 나는지 집안을 닦고 또 닦아도 흙먼지가 쌓인다.(5월~11월까지는 건기인데 빗방울 하나도 보이지않다가 11월말에나 조금씩 비가 시작되어 4월까지 우기가 지속된다고 한다.)

 

7시에 빵과 계란, 과일, 우유와 콘프레이크 등으로 푸짐한 아침을 먹는다. 저녁을 먹지 않는 나에게 아침 식사는 큰 즐거움이다. 이곳에는 계란과 토마토,땅콩,고구마가 많아 값이 싸다.신선한 우유는 구하지 못하지만 장기간 보관되도록 처리된 우유는 살 수 있다. 빵집이 있긴 하지만 빵 종류는 2~3가지 정도다. 시내에는 큰 슈퍼마켓도 있어서 값은 많이 비싸지만 필요한 것은 거의 다 구할 수 있다. 가장 아쉬운 것은 바나나와 파파야,11월이 되어야 익는 망고를 제외하고는 과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곳에는 내가 젼혀 기대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구입 할 수 있어서 생활 하는 데는 큰 불편이 없어 감사하다.

운동량이 적었던 날에는 아침저녁으로 동네를 산책하면서 몸의 건강도 유지하고 있다.

 

8시에 비키 아줌마가 오면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지시해주고 루수빌로에서 계획된 일이 있으면 아침 일찍

집을 나간다. 모든 일을 1시 전에 끝내야만 지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는 열정만 갖고 우물 팔 자리를 답사하느라고 오후 3시 까지 돌아다녔다가 얼마나 지쳤는지 모른다.

이 사람들은 점심 먹을 생각도 안하고 일한다. 허긴 돈도 없겠지만,오지에서는 먹을 음식점도 없으니 아예 물 한

모금도 안 마시는 것이 아닌가 ! 그 다음부터는 꼭 물 한 병과 비스켓은 챙겨서 나가니 훨씬 견딜 만하다.

 

집에 들어오면 뜨거워진 몸을 식혀야하니 샤워를 하려고 수도꼭지를 틀면 차가운 물이 아니라 더운 물이 쏟아진다.그만큼 날씨가 뜨겁다는 증거다. 아, 그래도 샤워를 할 수 있는 이 기쁨이 얼마나 큰지 아프리카 오지를 다녀온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카롱가는 호숫가라 물이 많아서 말라위에서 제일 맛있는 쌀의 생산지이기도 하다.

또 호수가 있어 시장에 가면 생선도 살 수 있으니, 육식을 안 하는 내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른다.

다행히 밥을 할 줄 아는 비키 아줌마의 덕택으로 따뜻한 밥에 밑반찬으로 만들어 놓은 땅콩 멸치 볶음,이곳에서 농사를 지어 루수빌로 고아들을 돕고 있는 진 프란치스코 선교사님 부부가 갖다 주신 배추와 무로 담근 김치와 한국에서 가져온 김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는다. 비키 아줌마에게 서서히 요리강습을 시작해야 얻어먹을 것이 많아질 것 같다.

 

잠시 쉬었다가 인터넷이 되는 수사님들이 사시는 집 정원에서 컴퓨터를 켠다.

우리 집에서는 인터넷이 안되기 때문이다. 급한 메일을 읽어야 하는데, 인터넷이 안 되는 날이 더 많다.

“오늘 못하면 내일하면 되는데 왜 조바심인가, 이정도 되는 것만도 감사해야지” 라고 위로하면서 다시 집으로 와서워드작업을 한다. 때로는 갑자기 전기가 나가면 아무것도 안보이고 컴퓨터에 켜진 불만 환하다.

그 불을 보고 달려드는 벌레들과 격투를 벌이고 나서 시계를 보면 아직 7시밖에 안 되었다.

밤이 이제부터 시작 되는 데 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모기장이 쳐진 답답한 침대에 들어가 잠을 청하지만 아직 피곤을 못 느끼니 다시 일어나 손전등을 켜고 책을 읽는다. 스탠드가 켜진 아늑한 침대에 누워 책을 읽으면 밤이 그렇게도 훌쩍 지나가던 때가 있었는데,

밤이 이렇게 긴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었지. 간신히 9시까지 견디다 보면 그래도 잠을 청해야 할 것 같아 다시 책을 접는다. 내일 새벽4시면 학교종이 울릴테니 부지런히 자둬야겠다. 이곳에 와서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는 소리에 아주 민감한 내가, 새로운 소음에 적응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비원의 발소리, 요란히 짖어대는 수사님들이 키우시는 7마리의 강아지들, 나무 열매들이 바람에 와르르 떨어지는 소리등....

 

생각하면 참으로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내 마음 속에 평화가 넘쳐나는 것은,

나의 하느님이 내 곁에 계심이리라.

그분은 나를 위하여 늘 최상의 것을 준비하심을 알기에 오늘도 감사로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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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9.23 요셉 목사님, 정말 오랫만에 카페를 방문해 주셨군요. 기도와 격려의 말씀 감사해요. 모두들 잘 지내고 계신지요?하영이는 열심히 하고있는지요? 양지집에서 사시기에 불편함이 없으신지요? 궁금한 일이 많으니 메일좀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하영이 부모님과 기도하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인사 전해주세요. 저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잘 지내고 있어요.ㅣ 카페에 들어오시면 저의 소식을 들으실 수 있다고 전해주시구요.
  • 작성자조율리아나 | 작성시간 10.09.23 불편함을 휴식처럼 이야기하시는 글에서 저 또한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오늘 저녁미사와 성체조배를 하기위해 구성성당으로 오르던 밤 하늘의 달이 보름달이였어요...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0.09.23 몇일동안 소식 전하지 못해 미언해요 그동안 남편 토마스의 기일과 시어머님 기제사 때문에 시집 식구들이 두번씩 집에 모였기에 소식을 전할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우리집에서 자고들 가시기를 원하니....내가 시집 살이를 잘 했는 모양이에요 ㅋㅋ 그런 시누님과 동서들이 고맙지요 아무리 잘 했어도 알아주지 않으면 ....어제는 추석 이었어요 그 전날 하루 종일 비가 많이와서 수재민이 많이 생겼고 구름 사이로 보름 달을 볼수도 없었는데...오늘은 너무도 맑은 가을 하늘과 앞산의 나뭇잎 정말 밝은 보름달 ....한국의 아름다운 가을 날씨 였어요 오늘 달님 보며 자기 생각 했어요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0.09.23 300자가 넘었다고 ...바뻐도 저녁 기도 할때마다 자기 기도 하게 하시는 하느님 ...정말 사랑하는 친구....존경하는 친구 ....용기와 사랑의 힘 주시어 당신의 능력으로 필요한 곳에 샘물을 파게하시어 공동체에 생명의 물의 근원이 되게 해주시옵소서 주님의 딸 ..언제나 긍정적으로 당신의 뜻만 의탁하는 아녜스에게 지혜와 기쁨을 주시어 언제나 여유 있는 그 모습으로 당신과 행복하게 해주심에 감사 감사,,,우물 소식 구네군다에게서 들었고...매일미사책 내일 신청 할께요 건강히...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0.10.11 와~ 바쁜하루~
    하느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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