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는 되는일도, 안되는 일도 없는 나라!
요즘 말라위에서 사업을 하시는 한국교포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탄식이다.
말라위 외환보유고가 바닥이나 달러가 부족해서 자재 대금을 송금해야 하는데 대금을 못 치루고 있으니
사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달러부족으로 외국에서 휘발유나 디젤을 수입하지 못해 자동차들이 기름을 못 넣어서
난리들이다.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나도 그 피해자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7월 20일에 한국에서 보낸 컨테이너가 탄자니아의 수도인 다레살람에 8월23일 도착예정이라고 한국
운송회사에서 메일이 왔다.도착여부를 말라위 운송회사에 알아봐 달라고 했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내가 사는 곳이 탄자니아 국경에서 45km 밖에 멀지않은 카롱가라는 도시이기 때문에 탄자니아로 컨테이너를
보내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빠르다고 해서 탄자니아로 보낸 것이다. 탄자니아까지는 한 달 밖에 안 걸렸으니
빠른 것이 분명한데, 탄자니아에서 말라위 운송회사가 컨테이너를 꺼내 오는데한 달이 넘게 걸렸다.
이유인즉, 말라위 돈으로 완불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부족으로 은행에서 탄자니아로 송금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것도 운송회사에서 우리에게 연락을 해온 것이 아니라 릴롱궤에서 15년 이상을 살고 있는 믿음의 형제
보스코님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2주일이 지난 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운송회사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변명하지만, 그들에게는 그것이 일상인지라 별로 미안해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한 달을 기다린 후, 나의 인내심도 한계를 느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운송회사 한테 이렇게 제의했다.
내가 지불한 말라위 돈을 다시 반환해주면, 내가 한국에서 탄자니아로 직접 달러로 보내겠다고,
그러나 그들은 한번 지불한 돈을 반환할 수 없으니 달러로 먼저 보내면 말라위 돈을 반환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억지가 또 어디 있을까? 나는 그 엉터리 제안에 응하지 않고 계속 재촉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자 어느 날 갑자기 탄자니아 지사에서 달러로 먼저 지불을 해줘서 컨테이너를 끌고 나왔으니 며칠 후에는
도착한다고 연락이 왔다. 탄자니아에 지사가 있었는데 왜 처음부터 그 방법을 택하지 않고 나를 이토록
기다리게 했는지도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는다.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이번 주 화요일(28일) 아침 10시에 트럭이 달레살람에서 떠났다고 메일이 왔다.
카롱가까지 이틀 정도 걸린다고 하며, 트럭 넘버와 운전기사의 이름과 연락처까지 상세히 적은 메일을 보냈기에
이제는 컨테이너를 받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기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간,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운전기사한테서 연락이 없어 전화를 해보았더니 아주 서툰 영어로 자기는 트럭기사가 아니라고 했다.
케냐에서 오신 수사님은 탄자니아 사람과 대화가 되니 전화를 바꾸어서 물어봐달라고 했으나 역시 자신은
컨테이너를 끌고 가는 기사가 아니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나는 놀래서 말라위 운송회사한테 전화를 해서 항의 했지만, 자신들도 갖고 있는 연락처는 그것밖에 없다고 한다.
탄자니아 지사에 연락해서 정확한 번호를 빨리 알려 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해놓고 반나절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도착할 때가 되었으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충고를 해준다.
말라위 사람들은 항상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오히려 안달하는 내가 그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뿐이다. 나의 힘으로는 더 이상 안 되는 일이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오후 늦게 드디어 트럭이 탄자니아 국경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왜 틀린 전화번호를 메일로 보냈는지
그 아무도 물어보지도 않고 또 해명해 주지도 않는다.
말라위 사람들은 모두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가는, 도가 튼 사람들처럼 보인다.
루수빌로 직원이 모든 서류를 갖고 국경으로 달려갔는데, 트럭행렬이 얼마나 긴지 오늘 안에는 세관을 통과
할 수가 없으니 내일 아침에서야 말라위 쪽으로 나올 수 있겠다고 했다.
카롱가를 지나는 이도로는 남아공에서 시작해서 북부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유일한 도로이기 때문에
그 혼잡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트럭이 출발한지 3일이 지나갔다. 내게는 너무도 긴 3일이었다.
오늘 아침에는 부푼 가슴으로 오늘이 마지막으로 기다리는 날이라고 자신 있게 비키아줌마에게 말하고
집을 나와서 루수빌로에 갔더니, 피터 선교사님이 좋지 않은 안색으로 세금을 좀 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1천불에서 2천불 정도면 된다고 하기에 그 정도는 예산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루수빌로 직원이 세관원과 통화를 하더니 세금금액을 아직 정하지 못해서 2시까지 회의를 해야 하니
2시 이후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 주 까지 갈 수 있을 것아 마음이 다시 조바심이 났다.
2시 반에 걸려온 전화에 의하면 내가 갖고 오는 짐을 이삿짐이나 구호물품으로 인정하지 않아서 1만불 이상을
세금을 내야한다는 통보가 왔다.(천만만원이 넘는 금액, 이곳에서는 천문학적인 숫자다)
이제는 내가 폭팔하기 일보적전이다. 루수빌로에서도 이것은 안 된다고 흥분하고 있다.
나는 이미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로서 많은 도움을 주었고 이제는 이곳 교구의 일원으로서
노동허가를 신청한 사람이라는 편지를 봐도 세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외국인이 봉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국고를 늘려야 하니까....
정말 되는 일이 없는 나라인가? 아니란다. 길이 아직 하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베아트리스 수녀님과
피터 선교사님이 위로를 해준다. 다음 주 월요일 아침 일찍 카롱가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무주주라는 큰
도시에 가면, 나의 노동허가를 신청해준 무주주 교구가 있고 관세청이 있는데, 그곳의 높은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면 세금면제(duty free)로 판정을 받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안 되는 일도 없는 나라라고 했으니 또 한 번 기다리고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3일만 더 기다리면 되는데 뭘.....
나의 인내심이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성인 수준에 도달한 것 같은데, 하느님 보시기에는 어떠실지.....?
네,아직도 멀었다구요? 그렇다면 저에게 계속 이런 훈련을 시키시렵니까? 오, 주님!,
이건 저의 문제가 아니라,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이 나라의 문제임을 참작해 주셔야지요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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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랑나비 작성시간 10.10.03 아녜스님 정말 속상하고 답답하겠네요 열심히 기도 할께요 로사리오 성월에 성모님이 함께 하시리라 믿습니다 사람은 시간이
많이 남아있을때는 ....가까이에서 더 초조하고 급해지지요 오늘 조원동 솔대 성당 교우들이선교사 아네스를 위하여 도움을 주셨어요 모두 기도하고 마음을 그대에게 모우고 있어요 힘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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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기사슴 작성시간 10.10.04 10월은 로사리오 성월이녜요. 오늘 또한 프란치스꼬성인 축일입니다. 프란치스꼬 성인의 도우심으로 컨테이너가 잘 인수되기를 기원합니다. 너무 고생이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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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요셉 작성시간 10.10.04 예상했던 일이 터진 것입니다. 교수님...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룬다 하였으니
소망의 날이 올겝니다. 기쁜 소식 그리고 얼굴에 밝은 미소가 가득해 진
교수님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막힌 길을 주께서 열어 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God bless you! -
작성자요셉 작성시간 10.10.04 양지는 새 단장을 하고 있고 옆땅은 누군가 집을 짓는 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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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펠라 작성시간 10.10.11 저도 옛날 생각나네요
집에 전화선 깔려고 신청했는데 거의 한달이 되서야 깔수 있었어요.
한국에선 전화한통이면 바로 깔리는것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