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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컨테이너가 도착했다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0.10.14|조회수88 목록 댓글 4

 

 

컨테이너가 한국에서 7월 20일에 탄자니아의 수도 다레살람으로 출발했으니

2개월 20일 만에 이곳 아프리카 말라위 카롱가 땅에 도착한 것이다.

6주 정도면 받을 수 있다던 컨테이너가 11주 만에 도착했으니 그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다시는

아프리카 말라위로 컨테이너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결심을 하지만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결코 never 라는 말은 never 하지 말아야 함을 알기 때문에....

 

지난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에 40피트 짜리 거대한 건테이너가 루수빌로를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이것이 꿈이 아니기를....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구호물품과

이삿짐을 실은, 3일 동안 수리한 트럭이 드디어 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큰 감동이기보다는 잔잔한 기쁨이었다. 기다림으로 지쳐 있으니 실감이

나질 않는다. 본인이 입회한 자리에서 잠겨있는 컨테이너를 열고 모든 물건을

다 내려놓아야했다. 말라위 국경으로부터 따라온 세관원들이 모든 물건들을

지적하면 그 박스를 열어야만 했다. 불볕 태양아래 두 시간이나 걸려서 그 심사를

받고 또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구호물품 중에서도 새것들을 많이 사 넣었기 때문에

나는 마음 조리면서 왜 그런 것들이 루수빌로 공동체에서 필요한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높은 세관원은 낮은 사람에게 새것들의 목록을 작성하게 하면서 나를 더 긴장 시킨다.

부패돤 세관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 최고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나도 나름대로 각본을 머릿속에서 짜고 있었다. 이 사람들을 대화로

설득하기에는 너무도 부패 돤 사람들이어서 가격을 놓고 협상하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되어 루수빌로의 유능한 직원을 불렀다. 길게 이야기 할수록 그들은 기세가

당당해지니 우리가 먼저 후한 가격으로 그들의 마음을 약하게 만든 후,

빨리 협상을 끝내라고 했다. 지금 협상하는 가격은 결국 자신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이니까.... 나는 이미 내가 가지고 들어오는 물건목록에 대한 정당한 세금을

관세청에 지불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이 지금 벌이고 있는 드라마가 자신들을 위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나는 구호품을 먼저 루수빌로에 내려놓은 다음 내가 살고 있는

솨미나드로 가려고 했더니 이것도 법적으로 안 된다고 거절당했다.

선적한 주소가 루수빌로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모든 물건들을 내려놓은 후,

빈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이 떠난 다음에서야 협상이 시작되었다.

협상은 나의 상상 대로 아주 빨리 잘 끝났고 그들은 기분이 아주 좋은 모습으로 가져온

구호품 중에 줄넘기 3개만 달라고 해서 선뜻 내주고 그들을 떠나보냈다.

줄넘기 3개니 다행이지 자전거 3대를 달라고 했으면 나의 인내심도 끝장을 보았으리라.

루수빌로는 온통 축제의 분위기다. 그들이 바라고 기다리던 많은 구호물품들이

후원회원들의 정성과 사랑으로 이곳에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도 감사해서 눈물이 난다.

 

우리는 또 다른 트럭을 불러 나의 모든 이삿짐들을 실어서 솨미나드로 옮겼다.

루수빌로의 청년들과 솨미나드의 청년들은 용돈 버는 재미에 얼마나 열심히 짐들을

올리고 내리는지 정말 빠른 시간 안에 나의 짐들이 집안으로 들어 왔다.

큰 짐들은 포장을 풀어서 집안으로 들어오게 하니 이 말라위 카롱가에서 만 살아온

청년들의 눈과 입이 닫힐 줄 모른다.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너무도 즐거워하며 일하는 모습에 감동 되어 두둑한(?) 용돈을 줘서 돌려보냈다.

(그래야 한국 돈으로 한 사람 앞에 3천 원 정도)

 

그렇게 텅 비었던 공간이 이제는 이삿짐 박스로 가득히 채워졌다.

박스 하나하나 열 때마다 터져 나오는 환성, “아, 고맙다, 너희들도 함께 와주었구나,”

특히 16년 전, 독일에서 쓰던 물건들을 한국으로 끌고 나와서 15년을 쓰고 다시

아프리카로 가져온 물건들에게는 깊은 애착을 갖고 있다. 그들은 나의 삶을 함께 해준

말없는 동반자들이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필요한 것들이 이렇게 많을 수 있을까?

 

내가 많이 버리고, 내려놓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닌 것 같다, 아직도 너무도 많은

것이 필요한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에게 연민을 느낀다.

아직은 이모든 것들이 필요하다. 내가 어느 곳에 있던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고 기뻐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리고 그 행복과 축복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이런 나의 의식은 훈련 되어진 것도 있지만 내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축복 중의

하나임을 알고 감사한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다.

우리 집은 가난했고 나의 유학생활도 스스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나는 크게 기죽지 않고 풍요로움 속에 살아가며 나눌 수

있었음에 새삼 놀란다. 이것이 바로 은총이었다.

 

나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최상의 것을 주심을 늘 알고 굳게 믿으며 살아간다.

그분은 나에게 예술가의 기질을 주셨기에 나는 나의 삶이 예술과 믿음이 일치되는

삶이 되어지기를 추구 한다. 내가 비록 모든 것이 열악한 환경의 아프리카 땅에 서 있을

지라도 내가 추구하는 그런 삶이 이곳에서도 지속 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내가 행복 할 때, 나의 마음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 열릴 수 있으며

그들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축복의 통로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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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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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0.10.15 샬롬...^*^ 뒤늦게 따라간 소중한 것들을 맞는 님의 모습...!!!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의 좋은 도구가 되겠다는 힘찬 결의..!! 주님께서 주심을 봅니다. ^^* 천천히.. 몸 돌보시며.. 루수빌로 공동체와 기쁨을 나누는 모습 기다리며 기도하며 샬롬~~*^^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0.10.20 드디어 도착 했네요 마음졸인 만큼 더 애착이 가며 나누어 주는 기쁨이 크지요 아ㅣ들이 너무 좋아 하겠어요
    하느님 감사 감사 우리 선교사 아녜스 화이팅 !!
  • 작성자빨강머리앤 | 작성시간 10.10.21 11주라.. 아니 벌써... 없어진 물건은 없는 것 같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아프리카 선교의 기본기인 '협상' 능력이 정말로 탁월하십니다. 뭔가 꼬투리를 잡으려는 관리들과 벌이는 한 판 신경전에 하루가 참 길었을 거라 여겨집니다. 손에 익었던 물건들이 주는 안도감과 반가움이 묻어나는 선생님의 진솔한 글에 콧등이 시큰해지네요. 고맙습니다. 저희를 대신해주셔서... God bless you...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0.10.29 루스빌로 사람들의 함박웃음이 여기까지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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