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김청자의 이야기

또 다른 시련들과 만나다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0.10.25|조회수73 목록 댓글 7

 

 

내가 사는 곳 솨미나드 일대에 물이 안 나오는지 열흘이 지났다. 수사님들과 우리 집은

탱크가 있어서 이틀은 버텼는데 이제는 수사님들이 자동차로 길어다 주시는 물로 살고있다.

양지에 살 때도 하루정도는 지하수 펌프가 고장 나면 물을 기다려야 할 때가 있었지만,

일주일이 넘게 물이 끊어진다는 것은 인내심의 훈련이 아닌 고문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날씨가 뜨거워 하루에 적어도 두 번은 샤워를 해서 몸의 열기를 식혀야 몸의 정상적인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참으로 많이 불편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청소와 빨래를 자주 못하니 그 또한 불쾌해진다.

음식물과 그릇을 씻는 일등.... 물이 필요한 곳이 얼마나 많은가 !

 

 

내가 이곳에 오자마자 시작한 프로젝트가 우물 파는 일이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우물 2개는 이미 시작 했고 나머지 5개를 더 팔 곳을

결정해서 건기가 끝나는 11월중에 다 완공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가 직접 물이

없어보니 이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에 대해 재확인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카롱가는 말라위 호수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비교적 물이 풍부한 곳이다.

몇 년 전, 말라위가 대만과 친하게 지내던 시절, 대만 정부에서 호숫물을 끌어올려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해주는 시설을 해주었다. 그래서 카롱가에는 수돗물을

쓸 수가 있었는데, 오래된 시설이 바람에 못 견뎌 주저앉고 말았다고 한다.

그것을 고쳐서 쓰면 되는데 기술자가 없다. 말라위가 중국과 손을 잡고 원조를

받으려고 대만과는 외교를 단절한 상태가 되어 기술자들이 모두 떠나 고칠 수가 없어

물난리를 겪고 있는 것이다. 도움을 준 사람들을 더 큰 후원자가 나타났다고 쫒아 보낸

말라위의 정책이 얼마나 잘못 된 것임이 그대로 들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물 걱정을 할 필요 없이 다 잘 살고 있으니 서민들의 삶만

괴로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우물을 파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혀

줘야만 한다. 배고픈 것도 견디기 힘든데 물까지 포기해야만 한다면 이 사람들은 과연

삶의 기쁨을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요즘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은,

내가 신뢰하고 있던 사람들이 나의 물건들을 훔쳐가는 일 들이다.

집수리를 하느라 5명의 젊은 인부들을 쓰고 있었다. 두 사람은 페인트공이었고 세사람은

목수들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주인이 모든 자재들을 다 사줘야만 일들을 한다.

그래서 늘 현금을 집에 둬야만 하는데, 약삭빠른 페인트공이 집안을 드나들면서 내 지갑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을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너무도 감독해야 할 일이 많다보니 때로는 가방을 둔 곳에 집중을 못할 때가 있었다.

목적이 있는 사람은 늘 기회를 노리는데,결국 그런 사람을 당할 재주가 없다.

단 한 순간, 내가 방심했을 때를 기회로 그는 나의 돈을 가져갔다.

나는 너무 상심해서 인부들을 알선해주신 수사님께 이 사실을 알렸더니,

당장 그를 해고시키시고 다시는 근처에도 나타나지 말라고 쫓아 보내셨다.

너무도 가난한 젊은이들이라서 측은하게 생각하고 참 잘해주었는데, 나를 배신 한 것이다.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이 상처가 아물려할 때,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이번에는 3명의 목수 중 한 젊은이가 나의 이삿짐을 운반해주면서 눈독 들였던 중요한

물건이 들은 상자하나를 가져간 것이다. 당장 필요한 것들이 아니라서 손님방으로 옮겨

두었다가 몇 일전에 그 상자가 필요해서 찾으니 그 자리에 없는 것이었다.

아, 이번에도 결국은 내가 너무 믿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들은 참 선한 젊은이들이다. 헌데 자신들이 너무도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을 보면

그 유혹을 견디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남의 물건들을 훔쳐가는 것이다.

그리고 크게 양심의 가책들도 받는 것 같지 않다. 이번에도 참 마음이 아팠다,

 

수사님들이 날보고 더 조심하라고 조언하신다.

그 누구도 집안에 들이지 말고 믿지도 말며, 모든 것을 다 잠그고 다니라고 일러주신다.

아프리카에서는 그렇게 해야한다고 하신다.

아, 이게 무슨 말인가 ! 이곳에 와서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집안도 열어 사람들을 맞이하고

 함께 잘 지내려고 했는데, 그 반대로 살아야 한다고 하니, 참 혼란스럽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자신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 자신들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나의 것과 남의 것이 분별되지 않는 어린이들에게 우리가 가르쳐야하듯,

이들도 그런 훈련을 받았어야 하는데, 가진 것이 없었으니 가르칠 사람들도 없었으리라.

그러니 우리가 경계하는 수밖에 없다. 주는 것과 빼앗기는 것은 아주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아닌가?

 

 

이제 나는 잃어버린 물건들에게서 애착을 떨쳐버리고 그들을 용서해 줘야 할 것이다.

수사님들의 조언대로 나는 더욱 조심해서 그들이 유혹을 받지 않도록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할 것이며,

아직도 내가 만나지 않은 카롱가의 좋은 젊은이들을 그래도 믿어주고 싶은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이런 시련들을 통해 이 땅에 더 깊이,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되리라.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0.10.27 아녜스님~~~^*^ 그 힘던 과정을 겪으면서 그곳에 굳은 뿌리를 내리게 하는 시련으로 무장하시니...^^* 나에게 없는 것.. 갖고 싶은 충동은 배로 증가하는 우리의 속성이지요...주님의 사랑이 깊이깊이 내리실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 1코린 13,4a ] 에 힘짱...!!! 주님 !, 쏴~~~ 물소리 듣게 해 주십시오.^*^ 아멘...!!!
  •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10.27 위로의 말씀들 감사합니다.. 그래요. 인간들이 있는 곳에는 항상 빛과 어둠이 있게 마련이지요. 상처받을 각오로 살아가면
    놀랄 일이 없을 거에요. 주님의 주시는 지혜로 잘 견디어낼께요. 물은 아직도 보이지않지만 그 언젠가는 이것도 해결이 될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이미 아프리카 사람이 다 된것 같이 느껴지네요.ㅎㅎㅎ감사할 일이 너무 많아서.......
  • 작성자clara43 | 작성시간 10.10.28 우리와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것은 늘 긴장해야 되는것 같아요. 모습이 다른것이 아니라 풍습과 생각이 다르거든요. 아들이 사는 뉴 질랜드에도 섬에서 온 사람은 내것 남의 것에 구별이없데요. 자기가 필요하면 남의 것도 말도없이 가져 간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 늘 신경을 쓰실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것 같아요. 그래도 사람을 사랑하시니 금방 치유하시고 넘치는 사랑을 베푸시리라 생각해요그리고.교수님 이 씻지 못하셔서 꼬질꼬질해지신것이 상상이 안가네요. 이제 저도 물 아껴 쓸께요.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0.10.29 이런.. 그런일이 있었군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지..
    물건을 잃어버린 마음보다 신뢰를 잃어버린것에 더욱 상심이 크셨으리라 생각해요.ㅠ
  • 작성자아기사슴 | 작성시간 10.11.03 언제나 그런일이 없어질런지요? 아직도 세월이 많이 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교수님께서 단속을 잘 하셔야 겠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