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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아프리카에서는 무엇을 먹는가?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0.10.30|조회수201 목록 댓글 6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알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배고픔과 목마름이다.

아프리카의 많은 곳에서는 절대빈곤에 시달리기 때문에 정말 먹을 것이 없다.

그러나 아프리카 모든 곳에서 그런 결핍 속에서만 사는 것은 또한 아니다.

말라위 호수에 서서 앞을 바라보면 탄자니아가 있고 바른 쪽을 바라보면 모잠비크가

있는 3개국을 둘러싼 바다 같이 엄청 큰 호수가 바로 말라위 호수인 것이다.

이 호수로 인해 카롱가는 수도가 공급되고 쌀농사가 잘되어 말라위에서 가장 맛있는

쌀을 생산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종류는 많지 않지만, 싱싱한 생선을 먹을 수 있다.

카롱가 사람들은 우리나라 멸치처럼 말린 크고 작은 물고기들을 많이 먹는다.

나는 아직 시식을 안했지만 우리나라 멸치만큼 맛은 없다고 한다.

 

큰 생선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역시 챰보 인데, 이것을 주로 튀겨서 먹는다.

우리나라 도미정도의 맛을 내는 고급 생선인데 소금을 뿌리고 밀가루를 묻힌 다음

뜨거운 기름에 튀겨서 튀긴 감자나 밥을 곁들여 먹는다. 이정도의 식사는 아주 고급

음식이라 서민들은 먹을 수가 없다. 생선 한 마리에 3천원이나 하니까 그들에게는

거액이다. 수사님들이 일주일에 한번은 생선을 드시기 때문에 화요일에는 생선장수가

솨미나드에 오면 나도 생선 두 마리를 사서 비키 아줌마랑 맛있게 먹는다.

생선을 손질해서 하는 요리는 비키 아줌마가 아주 잘하기 때문에 나는 샐러드를 만들어

곁들여 먹는다. 비키 아줌마가 아주 행복해 하는 화요일이다. 어떤 야채를 먹는가?

 

이곳에서 야채를 파는 곳은 재래시장 밖에 없는데 얼마나 많은 상인들이 길에 앉아

야채를 사라고 조르는지 정신을 다 빼앗긴다. 이곳에서도 단골손님 우대가 있어서

아는 집을 찾아가면 오늘 나온 싱싱한 야채를 주는데 그렇지 않으면 더운 날씨를 못 견딘

쭈글 거리는 야채를 살 수밖에 없어서 좀 안타깝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모든 야채를

꼭 익혀서만 먹기 때문에 샐러드 감이 별로 없다. 양배추, 토마토, 아주 맛없는 굵은오이,

피망,가지, 당근, 배추 잎사귀를 하나씩 따서 촤이니스라는 이름을 붙여서 파는데,

너무 질겨서 맛이 없다. 여기 사람들은 호박잎을 토마토와 양파를 넣어 야채로 익혀서

먹는다. 연한 호박잎이라 나는 강된장 만들어 호박잎 쌈으로 먹는다.

강된장을 어떻게 만드는가?

 

강된장은 마늘과 양파를 다져서 기름에 볶다가 풋고추가 없으니 피망을 잘게 썰어 넣고

함께 볶은 다음, 약간의 설탕과 물을 조금 부어 된장을 묽게 해서 모두 함께 볶은 후,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트리면 아주 맛있는 강된장이 된다.

이곳에는 6쪽 마늘이 아니라 26쪽의 작은 마늘이 있다. 양파는 아주 맛있는 붉은 색

양파라서 샐러드에는 일품이다. 며칠 전에 작은 양파를 골라서 양파 장아찌를 만들었더니

아주 맛있게 되었다. 이곳에는 땅콩과 고구마 감자도 흔하게 먹을 수 있는데, 땅콩으로는

콩장이나 멸치 볶음 할 때 함께 넣어서 먹으면 견과류가 부족한 나라에서 좋은 영양의

밸런스를 유지 할 수 있다. 좋은 배추가 없는 나라에서 배추김치 보다는 양배추로 김치를

담가먹으면 신선한 맛이 있다. 계란도 흔해서 30개를 5천원에 살 수 있고, 한국에서는

아주 귀한 아보카도를 살 수 있어서 참치 캔을 열고 계란말이 해서 김에다 싸서 먹으면

맛있는 캘리포니아 롤이 된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여기 사람들은 국을 안 먹는다.

밥도 아주 되게 하는데, 기름과 소금을 넣고 하니 볶은 밥을 먹는 것처럼 맛이 있다.

토마토가 흔한 이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와 마카로니를 만들어 먹을 때도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주식은 쌀이 아닌,옥수수가루로 쑨 시마라는 된 죽이다.

시마에다 토마토를 넣어 익힌 콩을 곁들이고 때로는 푸른 야채도 익혀서 함께 먹는다.

 

샐러드에는 양배추, 당근과 피망을 채치고 토마토는 굵게 썰어서 다진 양파에 발사믹

식초와 약간의 소금, 후추, 겨자,설탕을 넣고 잘 섞은 후, 올리브기름을 넣어서 야채에

버무려 먹으면 된다. 육식을 안 하는 나는 생선과 계란, 유유, 콩 등에서 단백질을

섭취하고, 밥과 국수, 아침에 먹는 빵이나 오트밀과 시리얼에서 탄수화물을, 그리고

야채와 과일, (요즘은 바나나와 망고뿐) 견과류를 통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함으로

나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날씨가 더우면 먼저 식욕이 떨어지고 땀을 많이 흘리니까 점점 기운이 없어지는데,

간장을 이용한 밑반찬들을 먹으면서 입맛을 돋구어 부족한 미네랄들을 다시 섭취해야 한다.

물은 2l 정도 마시는데 주로 루이보스 차를 차겁게 해서 마시고 레몬이 있을 때는 레몬즙을 내어

오렌지 쥬스와 물을 반반 섞어서 마시면 갈증이 해소된다.

고향생각을 달래주는 것은 역시 냉동고에 넣고 아껴먹는 검은 콩가루가 들어있는 미숫가루의 맛이다.

어린 시절에 마셨던 그 맛을 상상하며....

 

나는 이곳에 와서도 저녁을 안 먹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정말 속이 편하다.

약간의 배고픔을 느끼면서 잠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아는 사람들은

결코 저녁에 포식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자신을 잘 돌보는 사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영혼의 상태도 중요하지만 영혼을 담고 있는 우리 육체 또한 건강하고 보기 좋아야한다.

나는 예전부터 먹는 것을 참 좋아 한 사람이라 요리하는 것도 무척 즐긴다.

우리 집에 초대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내가 요리를 잘 한다고 칭찬해주곤 했다.

좋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행복이 얼마나 큰가!

나는 어디에서든지 그 행복을 누렸고 이 아프리카 땅에서도 그 행복을 누리고 싶다.

여건이 좋지 않아도 내 눈에는 좋은 먹거리들이 보인다. 요리는 창조하는 것이라

새로운 땅에서도 부족한 대로 또 새로운 레시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기본적인 재료들을 컨테이너에 실어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에 이모든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음이다.

너무도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보살펴주시는 나의 하느님께는 감사와 찬미를,

멀리 있는 나의 친구들에게는 “맛있는 것 해 줄 테니 놀러와”라는 초대장을 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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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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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0.10.30 아녜스님..!! 주님께 찬미 찬송은 1급으로 여겼는데 요리 솜씨가 특급인가 봅니다...^*^ 올려주신 요리 꿀꺽 군침이 돋구요..*^* 좋은 식 습관으로 건강 유지하시니... 짱..!!!
  •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10.31 루시아 자매님, 반가워요.저의 요리 솜씨 궁굼하시면 한번 놀러 오세요.ㅎㅎ 예수님도 사람들과 그렇게 함께 식탁에
    앉아 사랑을 나누셨을거에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사람들을 섬기며 사랑을 나누고 싶은거에요.
    참 좋은 몫을 주셨음에 감사를 드린답니다.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0.10.31 갑자기 허기지네요.
    아프리카의 풍성한 음식 재료들이 생각나네요.
    한국은 요즘 아채값이 금값이라 요즘은 상추먹게 삽겹살 사오라는 농담을 할 정도랍니다. ㅠ
  • 작성자설이♥ | 작성시간 10.11.01 선생님 안녕하세요 설이에요 ^^
    글을 읽으니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음식이 생각나요.
    항상 저희 제자들 다불러 직접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시고 정말 맛좋은 음식들을 먹으며 함께나누었던 이야기들..
    그때가 그리워 져요 ..
    선생님 이제 물은 좀 나오세요?
    큰일이네요 .. 더운 그곳에서 선생님 건강하셔야 하는데 .
    여기는 날씨가 너무 추워졌어요 .
    목도리 칭칭감고 코트입고.. ^^ 그곳이랑은 너무 다르죠?
    선생님 이곳에서 기도할께요.
    건강하시구요. 또 들를께요 ♥
  • 작성자아기사슴 | 작성시간 10.11.03 요리가 예술입니다. 말라위 식탁에 초대 되었으니 가기만 하면 되겠군요. 어느시점이 될려는지? 열악한 환경에서도 즐겁게 사시는 교수님께 존경과 사랑을 듬뿍 담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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