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동안 비한방울 내리지 않는 건기가 드디어 끝나고 우기가 시작 되었다.
나도 3개월이 지나도 비한방울 못 보니 얼마나 비가 그리운지, 비오는 꿈까지 꾸면서
비를 기다렸다. 비가오던 첫날 기뻐서 밖으로 뛰쳐나가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 기쁨은 잠시, 지금 저녁 8시에 예고도 없이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니 그렇게 평화롭던 솨미나드가 마치 전쟁터처럼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한국의 장마비와는 차원이 다른 빗줄기가 무섭게 쏟아지는데, 정말 이런 것을 보고
하늘이 찟어진 듯 비가 온다고 표현함이 적합할 것이다. 천둥 번개까지 어우러지니
어린 시절에 겪었던 무서움이 되살아난다. 지금은 어른이 되었는데도 혼자서 감당하기
참으로 힘든 상태다. 비가오니 전기까지 나가서 아무것도 할 수 가없다.
지금 이 느낌을 글로 남기고 싶어 컴퓨터에 앉아 있노라니 불빛을 보고 컴퓨터와
내몸에 달라붙는 벌레들과 한판 전쟁이 벌어진다.
어느 신부님께서 내가 아프리카에 와서 사는 것을 현대판 순교자의 삶이라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어넘겼는데, 이 순간 나는 그분의 말씀이 틀리지 않았음을 시인하고 싶다.
지금 겪는 정신적인 어려움은 고문 수준이다. 내가 처음 겪는 아프리카의 우기,
이렇게 무섭도록 쏟아지는 비를 대지가 어떻게 감당해 나갈 것인가 두렵다.
비가 쏟아져도 우산들이 없어 그냥 다니는 사람들, 다 쓰러져가는 움막집에 사는 가난한
현지인들은 지금 어떻게 대피를 하고 있을까? 바닦에 물이차서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
그들을 생각하니 너무도 마음이 아프다. 카롱가 시내는 하수도 처리가 안 되어 그냥 물바다인데,
나는 장화도 준비하지 않고 이곳에 왔다. 아프리카의 우기를 몰랐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을 수 있어 이곳 사람들은 기뻐하지만, 우기가 가져오는 어려움이 만만치 않아보인다.
우기 때 비포장도로에는 4륜구동 자동차가 아니면 다닐 수가 없다.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 이곳사람들에게 우기에는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라 끌고 다니는 것을 더 많이 보게 된다. 그 만큼 이동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모래 속에 숨어있던 온갖 작은 동물들도 우기 때가 되면 기어 나와서 활동을 한다.
그중에 가장 위험한 것이 스콜피온이라는 작은 동물인데 물리면 위험하다고 한다.
비가 오면 온갖 잡초가 무성하여 숲을 이루는데 뱀들도 있으니 주의하라고 한다,
5개월 계속되는 우기를 어떻게 감당 할 것인가, 또 하나의 도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건기에는 목이 말라 고통스럽고, 우기에는 집들이 안전치 못하니 생의 위협을 받아야한다.
아, 끝없는 고통이 계속되는 땅, 아프리카, 이들의 고통에 어디까지 동참 할 수 있을까?
이곳에서 행사를 치르려면 여러 가지 걱정을 해야만 하는데, 우선 전기가 들어와 줘야하고,
물이 나와 주면 더욱 좋고, 이제 또 하나의 걱정은 비가 오지 말아줘야 한다.
오는 금요일에 계획된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이 세 가지가 다 필요하다.
차라리 로또 당첨을 기대하는 것이 더 나은가? 아니다, 그렇게 될 것이다.
하늘의 주인이신 우리아버지가 계신데 무슨 걱정인가? 나를 이 땅으로 불러주시어
당신의 계획을 이루려하시는 그 뜻을 헤아린다면, 나는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이토록 무서운 비가 밤새도록 쏟아지는 이 밤을 지내고 나서도 내일 아침에 내 마음 속에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면,
아침에도 전기가 안 들어와 따뜻한 차한잔 끓일 수 없음에도 비애를 느끼지 않는다면,
나는 진정 순교자의 클럽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 틀림없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Lucy714 작성시간 10.12.08 샬롬..!!^*^ 아녜스님.! 더 이상 두려움이 없다시니^^* ." 주님께서 미리 정하신 사람을 불러주시고.." [로마8,30a ]
바오로 사도께서 고난 중 희망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은 "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 축일 " 이기도 ..
엄청난 사건 앞에 두려워하지 말라의 천사의 알림으로 우리의 구원사업이 성모님 믿음 으로 시작 되셨듯이..
말라위에 불러주신 사업.. 발판을 두텁게.. 하는 시작이 아니신지요..!! *^^*
오늘 성무일도 기도 " 너를 빗어 만드신 주님의 말씀이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내 사람이다.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으로 [이사43,1b] 격려를 드립니다. 아녜스님, 힘 ..!! 내세요~~~^*^ -
작성자펠라 작성시간 10.12.08 외롭고 힘든 순교자의삶 하지만 굳은 믿음이 있기에 그들을 순교자라 하지않나 싶습니다 얼마나 가시밭인지 저는 감히 헤아리지도 못할 정도이겠지만 믿음으로 승리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같이 응원합니다 두려움이 포근함으로 바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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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을 작성시간 10.12.08 이웃을 사랑하고 살리는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조금은 알것같습니다.마음으로 함께하는것 이외에 아무것도할수없음을 통감합니다, 지금은 눈이오는 이곳 서울은 아름다운데 함께하고 싶은데 .... 주님 힘과 용기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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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기사슴 작성시간 10.12.09 진정으로 순교자의 클럽에 발을 들여 놓으셨습니다. 거룩한 삶이 펼쳐지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