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의 66번째 생일이다.
이번생일은 사랑하는 아들 다니엘과 함께 보낼 수 있으니 가장 큰 선물을 받은 셈이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면서 아들의 축하를 받았다.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동안 방학만 되면 아프리카로 달려간 엄마인지라 엄마의 생일에 함께 할 수 없었던
아들의 불만이 올 해로서 해소된 듯싶다. 이제는 엄마가 아프리카에서 살면서 성탄절이
되면 독일에서 함께 지내게 되니 아들의 기쁨은 이루 말 할 수없이 크다고 했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들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치유의 시간들이다.
우리 모자는 긴 세월을 그리움으로 버틴 사람들이다. 그래서 만나면 더욱 정겹다.
형제가 없는 다니엘은 엄마의 직업으로 인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 자주 떨어져
지내야만 했던 외로운 아이였다. 12살에 부모의 이혼으로 깊은 상처를 받았고 정든 집과
친구들을 떠나 한국으로 와야만 했었다. 3년간을 한국에서 보내면서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기를 맞아 많이 힘들어 했다. 색소폰을 배우면서 심리적으로 안정 되어 음악가의
길을 결심한 후에 다시 독일로 떠났다.
그 후부터 우리는 그리움으로 가득한 가슴으로 살아간다. 아들은 이제 자신이 창단한
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연주하는 유능한 음악가로 성장 했다.
이제는 성악가 김청자는 사라지고 다니엘 글라젤의 엄마로서 존재하는 시기가 왔다.
나, 김청자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왔으며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또 음악을 잘하는, 음악가를 꿈꾸는 아이였다.
성격은 순하고 활달한 편이었고, 성공하여 인정받고 싶은 명예욕이 강한 소녀였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한국에서는 길이 열리지 않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독일에서
음악가의 길을 꿈꾸며 19살에 독일로 떠났다.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용기였다.
10여년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공부하면서 꿈을 이루어낸 의지의 여인이었다.
그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나의 오만과 욕망은
하늘 높은 줄 몰랐고 나의 친구들이기 보다는 모두가 나의 경쟁자로만 보였던 스스로
택한 고독한 길을 걸어야만했던 나의 학창시절이었다. 부모님으로부터 지원 받지 못하는
어려움 때문에 얼마나 가슴 아파했던지,나의 부모님은 아마도 모르셨을 것이다.
자존심이 강한 나는 집안의 경제력을 따지는 한국남자와의 결혼을 포기하고
외국인과 결혼을 결심했다. 결혼은 하지만 나의 성공을 위해 아이는 갖지 않겠다고
선포한 채 10년을 살았다. 참으로 이기적인 나의 삶이었다.
그 후 다니엘 아빠를 만나 나의 생각은 바뀌고 40살에 다니엘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러나 나는 성숙한 부모가 되기보다 나의 일과 나의 성공에 너무 집착해 있었다.
그래서 다니엘은 집을 자주 비우는 엄마를 늘 그리워했고 때로는 원망했을 것이다.
오늘 아침 아침식사 때 엄마를 위해 기도하는 다니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느님, 저에게 이런 좋은 엄마를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엄마의 사랑과 격려는
저의 삶에 원동력이 되어주십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들을 바라보는 나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아들의 진심이 내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66년의 역동적인 삶! 나에게 생명을 주신 나의 하느님, 나의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오늘 이 순간, 하느님의 은총으로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모든 상처가 치유될 것이며,
나의 형제들과 주고받은 상처들도 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알게 모르게 친구들과 이웃에게 준 상처들이 용서받을 것임도 분명하다.
앞으로 남은 나의 삶이 욕망대신 사랑으로 채워지길 간절히 기도한다.
내가 욕망으로 이루어낸 삶이 여기까지라면, 사랑으로 이루어낼 나의 삶은
얼마나 더 풍요롭고 아름다울것인가 !
이제 더 나은 나의 모습, 하느님이 창조하신 완전한 모습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sabina^^ 작성시간 10.12.29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주님안에서 더 기쁘고 행복한 시간들이 되길 빕니다~~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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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랑나비 작성시간 10.12.30 아녜스 축하해요 정말 최고의 생일을 지내게 하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오늘 이 순간으로 66년을 열심히 살아온보람이 있게 해 주시네요 자식에게서 존경 받는 엄마가 되기는 쉽지 않지요 정말 하느님안의 참 사랑의 느낌을 느낌니다
좋은 시간 되시고 새해에는 더욱더 하느님의 사도가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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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요셉 작성시간 10.12.30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저의 눈에도 두 모자의 마음이 전달되어 눈물이 흐르더군요...
이제까지도 참으로 훌륭하게 사셨습니다.
앞으로 더 빛나고 주님이 인정하시는 삶을 사실것을 의심치 않구요...
독일에서 소중하고 좋은시간 보내세요...
사랑합니다. 두분.... -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0.12.31 감사합니다! 제가 이렇게 여러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힘이 절 로 납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들, 몇년이 될지 모르나
더욱 열정적으로, 사랑하면서 여러분들과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눈부신 주님의 은혜가 쏟아지는 좁은 길을 향하여.... -
작성자아기사슴 작성시간 11.01.03 늦었지만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또한 새해에도 주님 사랑 듬뿍받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