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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자의 이야기

중간고사를 치룬 나의 학생들

작성자ChungjaKim|작성시간11.01.29|조회수101 목록 댓글 6

 

 

 

지난 해 11월 5일에 음악부를 개설하여 12명의 학생들을 오디션 해서 뽑았다.

열 명은 정식 학생으로, 나이가 너무 많은 두 사람은 청강생으로 지정해줬다.

유감스럽게도 여자는 그중에 두 명 밖에 안 된다. 중창단을 만들기 위해서 여자 친구들을

좀 데리고 오라고 했더니, 완고한 부모님을 가진 여자아이들은 음악 같은 것은 아예 못하게 금지를 한다고 했고,

(예전에 한국에서도 “딴따라는 안 된다” 라고 적극 반대하시던 부모님들이 계셨음을 기억한다)

자녀들에게 관심이 적은 부모님들을 둔 여자아이들은 돈벌이가 되는 곳에만 가지, 돈 안 생기는 곳은

안 간다고 한단다. 내가 장소와 악기들을 제공해주고 또 레슨을 해줄 수는 있어도 돈까지 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래서 없는대로 그냥 가기로 했다.

 

헌데 가슴 아픈 일은 이런 여자아이들이 쉽게 돈을 벌기 위해 매춘행위를 한다는 것이었다.

카롱가는 탄자니아 국경에서 45km 정도 떨어진 곳인데, 남아공으로부터 오는 모든 화물차가

이곳을 지나야만 북부 아프리카까지갈 수 있는 유일한 도로이다.

그래서 트럭 운전기사들이 장시간의 운전에서 지친 몸을 국경 부근에서 하룻밤 쉬어가는 것이 상례라고 한다.

지역적인 관계로 여자아이들은 쉽게 유혹에 빠지게 되며 그래서 에이즈 감염률이 아주 높은 것이 카롱가이다.

우리가 돌보는 고아들이 거의 에이즈로 부모들이 사망한 케이스가 많다고 들었다.

그러나 루수빌로 고아원에는 건강한 아이들만 살기 때문에 전혀 감염의 위험은 없다고 한다.

 

현재 우리 음악부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생도 몇 명 있지만

중학교까지만 다닌 아이들이 더 많다. 그러니까 지적인 수준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나이는 17살부터 27살 정도 인데 30살이 넘은 청소년(?)들도 때로는 만난다.

유스센터에 제한된 나이는 35세까지로 하고 있다. 왜냐하면 청년들의 놀거리가 없으니

청소년 센터에라도 와야만 그래도 축구게임이나 탁구, 당구 같은 것을 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학생들의 전공은 성악, 기타, 리코더, 트럼펫, 드럼, 키보드인데, 성악과 키보드, 음악이론은

내가 가르치고 있고 드럼은 현지인에게 부탁해서 조금씩 배우고 있으며, 기타는 마리아니스트 수사님

한분이 초보를 가르치고 계시고 ,트럼펫은 카나다에서 온 자원봉사자 청년이 가르치고 있다.

리코더는 내가 한국에서 조금 배운 실력으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나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모두가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들이라 한계를 느끼게 됨으로 내가 재직했던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지원을 부탁해서 이번 여름 방학부터 전공별로 학생들이 와주기로 학교측과 합의를 보았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정말 기대 되는 8월이다.

 

나는 이러한 부족함을 조금이라도 채워주기 위해 남아공과 독일에서 많은 악보와 서적을 구입해서

학생들에게 제공해 주고 있다. 노력만하면 자신이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성탄휴가로 독일에 가 있을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가 내가 돌아오면 시험을 볼 것이라고,

그리고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들은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고 선포했다.

그래서 내가 도착한지 5일째 되는 날 약속대로 중간고사를 치루게 된 것이다.

 

이곳 학생들은 공부라고는 열심히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다. 음악이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인데,

악보를 못 읽으니 본인들도 안타까워하며 배우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대신 귀가 발달되어 듣는 대로

음악을 따라하니 악보를 굳이 볼 생각들을 안 하는 것이 문제다.

키보드에서 열손가락을 다 사용해서 연주를 해야 하는데, 그동안 네 손가락만 사용해서 연주를 했으니

그것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의 요구나 기대치는 아주 낮다. 이들이 다른 아이들처럼 술이나 마약, 섹스에 빠지지 않고

음악에만 빠질 수 있다면 좋은 결과일 것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에 온힘을 다 하면서 스스로 성취감이나

자신감을 느낄 수만 있어도 얼마나 좋은 일인가!

 

어제 테스트가 있는 날이라고 9명의 정식 학생들이 제시간(?)에 나타나 긴장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아쉽게도 키보드 전공하던 남학생 하나는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소문에 의하면 그의 아버지가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하라고 강요하는 바람에 가출을 해서 그의  아버지도 그를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음악을 하고 싶어 하던 청년이었는데 정말 마음이 아프다.

 

나는 학생들을 한 사람씩 자신이 준비한 곡을 연주하게 했다.

9명의 학생들 모두  내가 보기에는 너무도 많이 부족하지만, 자신들은 스스로 너무 신이 나서

(막 틀리는데도 아랑곳없이) 연주를 하는 것이었다. 정말 아프리카 사람들은 끼 하나는 대단하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전혀 기죽는 법이 없다. 아마도 이들의 마음이 천진난만한 아이들 같기 때문이리라.

렇게 자신만만하게 틀리는 학생들을 낙제시킬 용기가 나에게는 없다.

 

그래, 가자, 또 한 번의 기회를 주고 그들의 기쁨을 앗아가지 말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후,

모두를 합격시켰더니 환호성이 터진다. 지금 그들은 음악부에서 누리고 있는 그 모든 혜택은 물론 ,

다른 젊은이들이 누리지 못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엄청난 자부심으로살아가는데,

분명 그것을 잃고 싶지 않아서 무척 긴장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다음 주 월요일에는 새로운 학생들을 선발하는 오디션이 있는데, 32명이나 신청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혹시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무척 걱정을 했었던 것 같다.

 

나의 제자들을 향한 측은지심이 또 발동하기 시작했다

“ 얘들아, 너희들 오늘 시험합격 축하하는 의미에서 너희들을 토요일 점심에 우리 집으로 초대한다.

내가 스파게티 만들어줄게, 그리고 한국 음식도 좀 맛보게 해 줄 거야“

모두가 얼굴에 활짝 꽃이 핀다. 그러고 나서는 쑥스럽다는 듯 한 아이가 내게 묻는다.

“우리 그날 교수님이 준비해주신 연주복 입고 가면 안 될까요?”

(연주복은 개인 소유가 아니라 음악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나는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이 얼마나 나의 초대를 귀하게 받아드렸으면 정장을 하고

나의 초대에 응하고싶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또 감동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정장을 하고 와야지, 그리고 그날은 우리 집에 두 시간을 걸어서 올 필요가 없단다.

너희 모두를 태우고 오라고 내가 기사를 보내줄게“ ”와우~~~“또 한 번 함성이 터졌다.

 

3개월 전 만해도 이들은 꿈도 비전도 없이 그냥 길에서 놀던 젊은이들이었다.

이제 그들은 같은 꿈을 소유한 젊은이들과 친교할 수 있는 공간과 좋아하는 악기들이 준비된 음악실에서

연습하며 음악서적을 읽는다. 낡은 티셔츠를 입었던 아이들이 정장을 하고 아름답게 차려진 식탁으로 초대받는다.

삶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품위를 가르치는 것도 스승이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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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조율리아나 | 작성시간 11.01.30 감동~~! 이 곳에서도 교수님의 진심과 사랑이 전달되어 글을 읽고 있는 저 까지 감동입니다...
    제가 곁에서 요리재료라도 다듬어 드리고 싶은 마음까지...
  • 작성자Lucy714 | 작성시간 11.01.30 와우..!! 스승의 초대에 응답한 제자들..?! *^^* 예수님께서 우리를 택하여 자녀되게 하셨음을 봅니다.그 제자들.. 복된이들.!!
    정장으로 공감대를 이룰..피자와 한국의 요리가 어우러진 조화로운 식탁..!! 짱.!! 좋은 시간 되시기를..!!^*^ 샬롬.~~~^*~
  • 작성자ChungjaK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1.30 감사합니다, 그대들의 감동이 나를 감동시키고 또 그감동이 하느님을 감동 시킬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함께하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언젠가 저희들을 방문해주시면 그 감동을 라이브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
    학생들도 맛있게 잘먹고 많이 감동 받고 떠나갔습니다. 사진올려드릴께요.
  • 작성자펠라 | 작성시간 11.01.31 음악부 학생들 한명한명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주시는군요!
  • 작성자노랑나비 | 작성시간 11.02.08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 아이들은 지금 하늘 나라를 살고 있을것 같네요 행복한 시간들을 주시는분 ....감동의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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