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다.
우선 잠을 청할 수 있는 아늑한 잠자리가 있어야 하고
배고픔을 채워줄 수 있는 음식이 또한 필요하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고 나면 우리의 몸은 필요한 영양분을 여기저기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다시 밖으로 내보내는 작업, 곧 배설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
우리는 몹시 불편함을 느낀 나머지 먹는 즐거움까지 포기할 때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여행하면서 가장 불편함을 느낄 때가 바로 화장실의 부족이다.
때로는 화장실이 있는 주유소도 있지만 불쾌할 정도로 지저분하다.
이따금 만나는 재래식 화장실은 더욱 참담한 실정이라 차라리 참고 견디는 편이 더 나을 때가 있다.
남자들은 차를 세워놓고 너무도 느긋하게 볼일을 보는데, 아무리 아프리카라고 해도
여자들은 그렇게는 할 수가 없다. 차라리 숲속으로 들어갈망정.... 그러나 때로는 숲속에
뱀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이것도 조심해야 한다. 하여튼 견디기 힘든 일이지만 견디어야 한다.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날이면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이럴 때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상쾌할 것인가?
그러나 감사하게도 물이 나오는 날이면 탱크에서 흘러나오는 물도 데워져 나온다.
야채를 이런 물에 씻으면 야채가 익는다.
양배추 김치를 하려고 소금에 절였다가 씻으니 양배추의 아삭거리는 맛이 없어졌다.
실내온도가 30도이니 김치를 하는 동안에 이미 익기 시작 한다.
해서 금방 먹을 수 있으니 이것도 감사할 일이 아닌가?
인간이 살아가는데 물이 필요한 것은 비단 마시는 물만이 아닌, 물로 몸을 씻어 정결케 하여
다시 신선한 에너지를 받기 위함이다. 이곳에서 물이 나오는 날이면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샤워를 틀지만,
우리 집 샤워 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너무도 시원치가 않아 더 이상 불편함을 참을 수가 없어서
꼭지를 바꾸려고 기술자를 불렀다. 그는 한동안 이것저것 만져 보더니 아무래도 꼭지가 막혀서
물줄기가 제대로 흘러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며 꼭지를 떼어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허긴 이 집이 지어진지 3년이 되었으니 이물질이 많이 끼어있었음이 분명했다.
샤워꼭지에는 50여개의 구멍이 있었지만 그동안 사용된 구멍은 10개도 안 되었다.
처음에는 아프리카에서 샤워를 할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라면서 위로를 했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사는 것이 너무도 불편하기에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기술자 아저씨가 20분 만에 꼭지를 청소해서 다시 달고 물을 트니 아~~~ 이게 왠일인가 !
50여개의 구멍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진작 이랬어야하는데.....
3개월 이상을 그냥 참고 견딘 것이 참으로 어리석게 느껴졌다. 때로는 참지 않아야 하는 것도 있다.
우리는 삶 속에서 어려움이 닥치면 참고 견디는 것을 훈련을 받으며 인내심을 키운다.
그러나 무조건 참고 기다린다고 모든 일이 해결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잘 분별하는 지혜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셔야만 한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많은 은사를 주시려고 준비하고 계시지만,
우리가 스스로 그 통로를 막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한다. 우리 집 샤워꼭지처럼....
50개의 구멍이 있었음에도 10개밖에 사용되지 않아 불편하다고 투정은 하면서도
그것을 바꾸려는 나의 의지가 너무 부족했던 것 같았다.
우리의 삶이 제대로 되는 것이 없어 낙심할 때, 우리는 우리자신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안에 막혀있는 부분은 없는지? 우리의 생각이나 마음 씀씀이가 옹졸하지는 않았는지?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에 너무 집착해 있지는 않은지?
훌쩍 지나갈 이 세상살이에 너무 목을 매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
우리의 의지와 결단으로 막힌 부분을 뚫어서 주님의 은총이 시원한 물줄기처럼
항상 우리들의 머리위로 쏟아지게 할 수는 없을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물이 나올 때만) 시원하게 뚫린 샤워꼭지 아래서서
나에게 이런 묵상거리를 제공해준 샤워꼭지에게 감사한다.
우리는 모든 것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다.
사랑하고 배우는것, 이 두 가지가 바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진정한 의미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펠라 작성시간 11.02.01 큰일을 해준 샤워꼭지 ㅎㅎ
새해를 맞이하여 저도 제안에 있는 묵은 먼지들을 털어내야겠습니다! -
작성자Lucy714 작성시간 11.02.01 샬롬^*^ 선남 선녀의 제자들..! 자동차의 위용도 대단하리라~~~!!복된 스승에 그 제자들...^*~ 추위에 얼어
막힌 감성들이 수도꼭지 처럼 뚫어 지는 신나는 소식들에 마냥 기뻐하고, 감사 합니다. 아녜스님 !!!^*^
구정 귀성객을 위해 하느님께서 훈훈한 사랑 나누라고 기온 높혀주시네요. 건강하시고... 샬~~~롬 !! -
작성자아기사슴 작성시간 11.02.05 막힌 것을 뜷어아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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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랑나비 작성시간 11.02.08 에수님이 활동 하신곳은 갈릴레아 입니다우리가 사는곳도 갈릴레아 입니다 이 살아가는 곳에 주님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이 삶안에서 늘 주님의가르침을 식별하는 우리 아네스님의 삶이 우리들 삶을 보다더 의미를 갖게 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